벼룩을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운 MBC

2012. 11. 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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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MBC 주중 < 뉴스데스크 > 진행자인 권재홍·배현진 앵커

ⓒ MBC

KBS와의 시청률 싸움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MBC가 오후 9시에 방송되던 < 뉴스데스크 > 를 8시로 옮기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그 결과는? 8일 MBC에 따르면 "7일 < 뉴스데스크 > 가 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5일 방송 시간을 옮긴 후 3회 연속 시청률이 상승했다"고 한다.

물론 MBC에서는 그간 5~6%를 오가던 시청률이 두 자릿수대 시청률에 가까워졌다고 자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은, 삼사 뉴스 중 MBC < 뉴스데스크 > 는 여전히 최하위다.

어차피 '꼴찌'였다고? 그래도 9시 시절에는, KBS < 뉴스 9 > 의 대항마라는 존재감이 있었다. 하지만 MBC는 8시로 그 시간대를 옮겨 버림으로써 스스로 자신이 쌓아왔던 존재감을 던져버리고, 민영 방송인 SBS < 8 뉴스 > 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증명해 버린 셈이 되었다.

말 한 마디로 편성 바꾸는 안일한 기획, MBC의 자충수 됐다

MBC 일일드라마 < 그대없인 못살아 > 의 출연진

ⓒ MBC

MBC의 과오는 또 있다. 뉴스 시간대를 옮기느라 막장급 내용의 전개 덕분이든 여주인공인 배우 김해숙의 현실감 있는 치매 연기 덕분이든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 면에서 제법 높은 성적을 냈던 < 그대 없인 못살아 > 의 시청률을 반 토막 내버린 것이다.

실제로 2일까지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던 < 그대 없인 못 살아 > 는 5일 6.2%, 6일 7.1%, 7일 7.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벼룩 하나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린 꼴이다. 인간은 웬만하면 자신의 습관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 그대 없인 못살아 > 가 제 아무리 높은 시청률을 누렸다 하더라도, 비슷하게 부모를 찾는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되풀이되는 SBS < 그래도 당신 > 의 관성적 시청층을 뒤엎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 뉴스데스크 > 가 < 8 뉴스 > 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 습관마저 바꾸게 할 만한 획기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막에 별다른 설명 없이 '환자'라고만 적는 황당한 해프닝은 둘째치고라도, 한 번만 관심 있게 각 방송사의 뉴스 내용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 뉴스데스크 > 의 내용이 허술하고 때론 편파적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심지어 대선을 40여일 앞둔 지금 세 후보의 동정조차도 골고루 방송해 주지 않는다. 굳이 누구의 편을 들지 않더라도,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뉴스를 보고 싶겠는가.

5일 방송된 MBC < 뉴스데스크 > 의 한 장면 (인물 모자이크는 < 오마이스타 > 가 재가공했한 것임을 밝힙니다)

ⓒ MBC

좋은 뉴스라는 것은 화려한 영상으로 꾸려진다고 다가 아니다. 미스코리아급 미모의 아나운서들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SBS < 8 뉴스 > 가 각광받기까지는 그 안에서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해 온 사람들이 경주해 온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뉴스 시간대까지 덥석 옮겨 버리는 안이한 기획으로는 절대 꼴찌를 면할 수 없다. 뉴스든 드라마든, 충실한 시청자를 만드는 것은 눈요기나 막장급 흥미만이 아니라는 것을 MBC 뉴스와 < 그대 없인 못살아 > 가 몸소 증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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