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현실감각 부족" 안 "기득권의 반발" 정치쇄신 정면충돌

구혜영 기자 2012. 10. 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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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정국 파장 클 듯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정치쇄신'을 놓고 대회전을 벌이고 있다.

안 후보가 내놓은 정치쇄신안을 두고 문 후보가 24일 비현실적이라 비판하자 안 후보가 다시 문 후보의 주장을 '기득권 정치'라고 반박했다. 후보들이 직접 나서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정치쇄신 구상을 거세게 반박했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반부패 정책' 기자회견을 하면서 '의문'이라는 표현을 4번이나 썼다.

당 차원의 공세도 거셌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정치를 바꾸는 것이 정당의 정치 기능을 개혁하는 게 주 목적이지 정치를 위축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기춘 원내수석 부대표는 KBS 라디오에 나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고, 현실 감각에도 다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 미디어단장인 신경민 의원도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속시원한 답, 해법'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정치불신에 편승을 해 정당과 국회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행정부가 독주를 하고 지배권력이 독재로 갔을 때, MB적(이명박 정부 식) 상황이 되는데 잘못하면 기여하지 않을까,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앞줄 가운데)가 24일 서울 정릉 국민대 본부관 앞 잔디밭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서성일 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에서 두번째)가 24일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노동자 농성장을 찾아 단식농성 중인 해고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안 후보도 정면으로 맞섰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남산동2가 청어람아카데미에서 열린 '청년 알바' 간담회에서 문 후보와 민주당을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정치세력'이라고 공격했다.

안 후보 측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 후보가) 정치 불신에 편승한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영 대변인도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이 상황은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프 내 정치혁신포럼에서 활동 중인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교통방송에 출연, "과거에 소련, 중국 같은 곳이 수가 훨씬 더 많다. '인민대표대회의' 등에는 몇천 명씩"이라며 "수가 많다는 게 결코 민의를 잘 대변하진 않는다"고 했다.

관심사는 두 후보의 공방이 야권후보 단일화 정국에 미칠 파장이다. 문 후보 측은 의원 수 축소와 중앙당 폐지 등 강경책을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안 후보가 모를 리 없는데도 이같이 주장하는 데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단일화 주도권을 쥐려는 안 후보의 포석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문 후보 측은 "민주당이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정치쇄신 의지가 없는 세력'으로 치부하겠다는 것"이라며 "안 후보 방식대로 단일화를 이끌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문 후보 선대위의 '새로운 정치위원회'는 이날 저녁 긴급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안 후보 측은 정치쇄신과 단일화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쇄신안은 그 연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안 후보를 정치권의 눈으로 보면 안된다. 단일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정권교체 필요성에 동의했다. 유민영 대변인도 "이제 정치쇄신 논의를 시작할 시기"라고 했다. 그래서 안 후보의 정치쇄신 화두가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단일화에 앞서 각자의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는 과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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