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슬로시티.. '느림의 미학'을 걷는다] ④ 청송 슬로시티 & 상주 슬로시티

2012. 10. 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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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자연의 조화… 시간 여행 떠나보자

청송 슬로시티 (경북 청송)

청송 슬로시티를 대표하는 경북 청송군 파천면의 덕천마을은 청송 심씨 집성촌으로 송소고택을 비롯해 조선시대 건축물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산촌이다. 청송 심씨는 조선 오백년 동안 세종대왕 왕비인 소헌왕후를 비롯해 왕비 4명, 부마 4명, 정승 13명을 탄생시킨 명문대가.

덕천마을에서 가장 큰 한옥은 마을 중앙에 위치한 99칸 송소고택. 조선 영조 때 만석지기의 부를 누린 심처대(沈處大)의 7대손인 송소(松韶) 심호택이 1880년 건립한 송소고택은 청송의 영빈관 역할을 한다. 홍살문이 있는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심호택의 3대손인 심재오씨가 일일이 나그네들을 맞는다. 정면 5칸·측면 2칸의 사랑채를 비롯해 안채, 별당채 등 7동의 건물이 ㅁ자형으로 이루어진 송소고택은 2011년 숙박체험 부문에서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한 전통한옥.

송소고택에 들어서면 먼저 ㄱ자형의 헛담을 만난다. 헛담은 대문이나 사랑채에서 아녀자들의 공간인 안채를 보지 못하도록 설치한 담장. 송소고택에서 가장 특징적인 구조물은 사랑채와 안채 사이의 담장에 뚫린 주먹 크기의 구멍. 사랑채에서 보면 6개지만 안채에서 보면 3개인 이 구멍은 안채에서 사랑채 손님이 몇 명이나 왔는지 알기 위해 엿보는 용도로 쓰였다.

80여 가구 180여명이 살고 있는 덕천마을에는 송소고택을 비롯해 모두 5채의 고택이 보존돼 있다. 송소고택의 별당채와 쪽문으로 연결된 송정고택은 심호택의 둘째아들 송정 심상광이 지은 집으로 넓은 마당이 인상적이다. 송소고택과 함께 숙박체험이 가능한 송정고택의 뒷산을 조금 오르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밖에도 마을에는 찰방공종택을 비롯해 창실고택, 초천댁 등이 있다.

가을이 무르익기 시작한 덕천마을은 한 폭의 풍경화. 돌담에 둘러싸인 덕천교회에는 지금도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무쇠종이 달려 있다. 교회 옆에 위치한 '소슬자연빛깔'의 천연염색체험장에서는 빨랫줄에 걸어놓은 감물염색 천들이 가을바람에 펄럭이며 외씨버선길을 걷는 트레커들을 반긴다.

덕천마을에서 약 22㎞ 떨어진 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저수지. 주산지는 300여 년 전 조선 경종 때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 길이 100m, 너비 50m, 평균 수심 7.8m로 물속에 뿌리를 내린 300년생 왕버드나무 고목의 모습이 이채로워 단풍이 알록달록한 가을에는 사진작가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최근 왕버드나무의 고사 속도가 빨라지자 후계목을 육성하고 물을 빼는 등 대대적인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왕산은 청송을 대표하는 산으로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가을 단풍이 열두 폭 산수화처럼 화려하다. 특히 계곡 양편으로 배열돼 있는 바위 병풍들을 올려다 보면 그 아찔한 절경에 탄성을 자아낸다.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학소대, 당장 앞으로 무너져 내릴 듯 솟아오른 급수대, 주왕이 은거하다가 숨졌다는 전설의 주왕굴, 그리고 3개의 폭포들. 모두가 주왕산을 찾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절경이다.

여행메모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청송군 진보면에서 우회전해 31번 국도를 타면 덕천마을이다. 송소고택(054-874-6556)을 비롯해 송정고택(054-873-6300) 등에서 고택체험이 가능하다. 청송의 슬로시티는 파천면(송소고택, 천연염색체험장)과 부동면(주왕산 국립공원, 절골계곡) 일원. 덕천마을의 '소슬자연빛깔'(054-873-6300)은 천연염색가인 박숙자씨가 운영하는 천연염색장으로 화학약품이 아닌 달기약수를 매염제로 사용한다. 예약객에 한해 제공하는 '소슬밥상'은 가죽장아찌 등 심심산골에서 나는 나물 등으로 조리한 웰빙음식. 청송사과축제가 11월 9∼11일 청송사과공원과 주왕산 일원에서 열린다(청송군 문화관광과 054-870-6227).

상주 슬로시티 (경북 상주)

쌀, 곶감, 누에고치 등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의 슬로시티는 함창읍, 이안면, 공검면 등 3개 읍면지역에 걸쳐 있다. 상주 슬로시티는 여느 슬로시티와 달리 전통문화와 장인이 주역. 따라서 슬로시티의 방향도 전원마을 조성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주 슬로시티 여행의 출발점은 이안면 흑암리에 위치한 전통옹기촌.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상주에는 고려시대부터 누런색 옹기인 황옹(黃瓮)을 만들던 옹기촌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옹기촌이라 옹기굴로 불리던 흑암리에서 현재 옹기 제작에 종사하는 가구는 단 한 곳.

경북도 무형문화재인 부친 정학봉(83)씨에 이어 6대째 옹기를 만들고 있는 옹기장 정대희(55)씨는 황옹을 재현한 인물. 곶감이 익어가는 드넓은 마당은 누런색 황옹으로 발 디딜 틈이 없고, 6칸짜리 전통 장작가마인 연실요에는 대옹(大瓮)을 굽는 불길이 이글거린다. 옹기가 흙에서 탄생하는 과정이나 옹기를 만드는 삶이 슬로라이프이고, 옹기에서 숙성되는 음식이 모두 슬로푸드라는 정대희씨는 지난 8월부터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옹기달팽이학당도 열고 있다.

서쪽으로 속리산을 품은 백두대간 69.5㎞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동쪽으로 낙동강 34㎞가 흐르는 상주는 귀농 희망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 이안면 문창리의 녹동귀농마을은 30여 가구가 새롭게 이웃사촌이 된 전원마을로 주민들은 취미생활과 농사를 통해 슬로라이프를 만끽하고 있다. 녹동귀농마을에 정착한 도예가 신경애(47)씨도 그들 중 하나. 그녀는 낮에는 마을 앞 연꽃단지 옆의 홍로요라는 도예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든다. 그러나 밤이 되면 남편과 함께 마을 정자에 누워 별을 헤기도 하고 연밭 사잇길을 걸으며 데이트를 즐기면서 슬로시티에서의 삶을 즐긴다.

문경시와 이웃한 함창읍은 예로부터 명주로 유명한 고장. 지금은 뽕잎으로 누에를 키우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명주를 짜는 양잠산업이 사양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지금도 재래식 직조기로 덜커덕 덜커덕 명주 짜는 소리가 들린다. 명주골로 불리는 함창읍 교촌리에서 생산되는 명주는 전국 생산량의 99%.

허씨비단직물의 허호(54) 대표는 36년 전 베틀로 명주를 짜던 어머니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창업한 인물. 처음에는 수의용 명주를 만들었으나 이제는 옷감용 명주를 생산하고 있다. 허 대표는 염색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 감물 염색한 명주를 독특한 방법으로 접어 말리는 과정에서 다양한 무늬와 색상을 연출해낸다.

상주는 감나무의 고장. 가지가 휘어지도록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는 여느 고을처럼 울안이나 텃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창문을 열어도 주홍색 감만 보이고 가로수도 감나무 일색이다. 이 감이 빛과 바람에 건조된 것이 상주를 대표하는 슬로푸드인 상주곶감이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상주곶감은 껍질이 얇아 이물감이 없고 속은 조청처럼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곶감 표면의 하얀 가루는 포도당과 과당이 넘쳐 밖으로 삐져나온 것으로 삼백(三白) 중 으뜸으로 꼽힌다.

여행메모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IC나 북상주IC에서 내리면 슬로시티를 쉽게 둘러볼 수 있다. 경북 내륙의 교통요지인 상주에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과 낙동강 1300리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경천대는 상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매주 주말에는 물돌이동을 그리는 낙동강에서 딩기요트와 카누를 즐길 수 있다. 상주는 자전거의 도시로 낙동강과 경천섬, 상주보를 따라 자전거길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경천대 인근의 상주국제승마장은 실내승마장과 체험승마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엘리트 교관과 경주용 말 35마리가 있어 맞춤식 승마강습도 가능하다(상주시 새마을관광과 054-537-7114).

청송·상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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