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찍고 공방 구경하고.. 추억 길 거닐다

2012. 10. 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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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낭만소풍 고궁 둘레길 걷기 (3) 창덕궁

창덕궁둘레길(창경궁 포함)은 4~5km 길이로 단번에 완보(完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빈티지(vintage, 오래되도 가치있는 것)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종로구 계동·재동·가회동 등이 가까이에 있어 느리게 걸으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북촌 1, 2경과 공방 숨어 있는 창덕궁길

창덕궁(종로구 율곡로 99)둘레길을 호젓하게 걷고 싶다면 창덕궁 돈화문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담장길을, 골목 탐험을 하고 싶다면 오른쪽 원서공원길을 택하면 된다. 담장길 시작 지점에서 만나는 창덕공원은 대로변에 있지만 한적하고 조용해 인근 직장인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공원을 지나면 담장길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가 창경궁 정문, 국립서울과학관 즈음에서 끝난다. 이후 둘레길은 성균관대학교 정·후문을 지나 북악산 산자락의 서울 성곽길 코스까지 확장된다.

창덕궁둘레길 걷는 재미는 돈화문의 오른쪽 골목길 방향의 '북촌'에서 느낄 수 있다. 단, 북촌의 일부는 주거 지역이라 조용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골목 탐험의 시작은 원서공원이다. 공원에서부터 200m 정도 걸으면 북촌8경(창덕궁 전경, 원서동 공방길, 가회동 11번지 일대, 가회동 31번지 언덕, 가회동 골목길 내림 및 오름, 가회동 31번지, 삼청동 계단길) 중 북촌1경인 북촌길 언덕이 나온다. 이곳에 올라서면 돌담 너머 창덕궁의 전경이 펼쳐진다. 창덕궁1길을 따라가면 계동길 '최소아과 사거리'와 만나고 돌담길 따라 직진하면 북촌2경인 원서동 공방길과 만난다. 원서동 공방길의 리기태전통연공방(0505-100-1100)에선 리기태 장인이 만든 전통 연(鳶) 감상(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관람료 2000원)과 함께 리기태 장인에게 직접 전통 연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연, 얼레 포함 체험료 2만원, 전화 예약 필수). 궁중음식연구원(02-3673-1122)도 인근에 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계동길

원서동 공방길을 돌아 창덕궁길을 따라 걸으면 계동길과 만난다. 계동길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려면 번잡한 점심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오후 3시 즈음 계동길은 한적해지기 시작하고, 골목은 온통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휩싸인다. 참기름 냄새의 발원지는 50여년 된 대구참기름(02-765-3475) 집. "매일 오후 3~5시쯤 참기름을 짠다"는 게 이 집 주인 서정식(66)씨의 말이다. 계동길의 랜드마크인 최소아과의원(02-763-1333)은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가던 소아과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느껴지는 곳이다. 붉은색 벽돌의 오래된 건물 외관에 걸맞게 여든이 넘은 최익순 원장이 여전히 진료를 보고 있다. 옛날 목욕탕 방식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 50여년 전통의 중앙탕(02-763-1491)이나 30년 전통의 계동방앗간(02-742-1333)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건물들은 서울의 옛 건물의 모습이 남아있어 행인들로 하여금 카메라를 꺼내들게 한다.

계동길은 최근 트렌디한 카페와 맛집, 주얼리 공방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서울의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물나무사진관(02-798-2231)에선 전통 아날로그 방식으로 필름을 사용해 흑백사진을 찍어준다. 인화방법도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다. 현재 흑백사진촬영 할인 이벤트(5만~30만원)를 진행하고 있다.

식도락가들이 즐거워할 만한 맛집도 많다. 팬스테이크 전문점 2046팬스테이크(070-4042-9198)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심 시간에는 예약 후 방문해야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면 자욱한 연기부터 만난다. 스테이크 가격대가 1만원에서 1만1500원 정도. 가장 비싼 최고급 국내산 등심스테이크가 2만2000원이다. 창덕궁 인근에 있는 현대종합상사 홍보팀 직원들은 "가격 대비 훌륭한 점심을 맛볼 수 있지만, 옷에 스테이크 냄새가 배는 건 감수해야하니 좋은 옷은 되도록 입고 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창덕궁 인정전 내부 시범 개방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02-762-8261)에서는 10월 창덕궁 후원의 정자를 독서공간으로 자유롭게 개방, '후원에서 만나는 한권의 책 행사'를 11월 4일까지 개최한다(휴궁일 제외). 행사 기간 동안 후원 관람인원을 1회 10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10월 23일부터 10월 31일까지 휴궁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오후 4시에 국보 제225호인 인정전 내부를 시범 개방한다.

글 박근희 기자 | 사진 이경민 기자 | 일러스트 손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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