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투명한 계절을 만나는 황홀한 찰나 억새 능선

2012. 10. 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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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억새를 만날 때는 태양과 바람이 필수다. 햇살 없는 억새는 그저그런 감동을 줄 뿐이다. 억새는 눈부신 가을날 해를 마주보고 바라볼 때 진가가 드러난다. 자연보고 찬란하다고 말하는데, 그 찬란함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억새 명소를 소개한다.

사실 억새는 지천에 널려있다. 서울의 양재천, 청계천, 중랑천, 홍제천 등 주요 지천과 구리, 분당, 일산 등에서 서울로 향하는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춤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때마다 '다음 주에는 꼭 저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억새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식물이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억새가 피어있는 능선이나 들판은 대부분 극단적으로 단순한 풍경을 지니고 있어서 복잡했던 마음을 단순화시키기에 더 없이 좋다.

억새 군락지에 가면 일단은 제일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 높은 곳에서 버드뷰로 전체를 보는 것은 여행의 기본이다. 군락으로서의 억새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높은 곳에서 바람을 기다리는 수고가 필요하다. 억새능선의 최고봉이라 할 만한 민둥산이나 산굼부리, 영남알프스의 사자평 등에 올라가 바람과 함께 춤추는 억새무리를 보노라면 햇살과 바람에 의한 착시 현상으로 저것이 억새인지 산짐승들인지 헛갈릴 정도로 그 장면은 대단하다. 사자평같이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명을 훈련시켰던 장소'라는 스토리가 있는 곳에서 그런 장면을 경험하면, 억새의 움직임이 마치 젊은 스님들이 목봉을 들고 전진하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억새 가까이 내려오면 태양과 마주하는 게 좋다. 억새의 맥과 잎 사이로 통화했다 막혔다 하는 태양의 현란함을 보기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억새와 부딛혀 부셔지는 가을 햇살은 여행자를 깊은 감성의 세계로 인도하고도 남는다. 억새는 가까이에서 관찰할만도 하다. 억새는 그냥 풀이다. 조금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한다면 외떡잎식물, 벼목, 벼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산과 들 아무곳에서나 잘 자라고 특별한 열매가 없어서 사람들의 농업에 이용되지도 않아 특별할 것도, 사라질 일도 없이 진화를 거듭해왔다. 원래 키가 1m~2m로 사람의 길이와 비슷하지만 바람에 이리저리 쓰러지기 때문에 얼핏 사람의 허리 정도만 크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억새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결정적 외모는 잎과 맥이다. 잎은 날렵하고 맥은 두툼한 흰색을 띄고 있다. 눈부신 풍경을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바로 이 맥과 태양이 나눠서 하고 있다.

명불허전

강원도 정선 민둥산

이름만 들어도 이 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이 간다. 해발 1180m의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산이다. 산 전체가 둥글게 생겼고 높이만 아니면 이곳이 산인지 들판인지 고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편편한 지형을 갖고 있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에는 소나무 관목과 잡목이 무성해서 '과연 민둥산?'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되지만 7부 능선을 넘어서서부터 정상에 이르는 곳은 나무 한 그루 만나기 어려운 완만한 구릉지대가 등장한다. 이 산상들판에 10월이 오면 억새가 꽃을 피우기 시작, 가늘 내내 억새의 천국을 이루게 된다. 평원의 넓이가 20여 만평(약 66만평방미터)이고 그 안에 억새가 가늑 들어차버리니 얼핏 보기만 해도 평생 잊을 수 없는 풍경으로 기억될만 하다. 또한 이곳의 억새는 사람의 키보다 크게 쭉쭉 뻗어있어서 억새군락 사잇길로 들어서면 등산로와 억새, 그리고 함께 걷는 사람들 말고는 그 어떤 풍경도 볼 수 없다. 잡풀도 없어서 깔끔한 가을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민둥산 억새의 장점이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주차장에서는 40여 분, 소금강에서 시작하는 등산 코스를 이용하면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교통편

자가운전 : 정선군 남면 민둥산로 12(물으리 412-5) 대중교통 : 시외버스 정선시내버스 터미널 - 증산행 버스탑승 - 증산초교입구 하차 서울에서 맛보는 색다른 억새 풍경하늘공원

하늘공원의 억새축제가 10월 21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1번째를 맞는다. 처음 축제가 열렸을 때에 비하면 2012년 하늘공원 억새들은 키도 더 커졌고 풍경 또한 아름다워졌다. 하늘공원 억새의 제일 큰 장점은 멀리 서울 사람들이 멀리 가지 않고도 억새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평소와 달리 야간에도 개장, 느긋하게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이웃해 있는 노을공원 야영장을 이용하면 특별한 가을밤을 보낼 수도 있다.

하늘공원은 과거의 쓰레기 매립장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한 기록적인 곳으로 테마별로 억새 식재지, 순초지, 암석원, 혼생초지, 시설지 연결로, 해바라기 식재지, 메밀 식재지, 전망휴게소, 전망대, 풍력발전기 등이 조성되어 있다. 생태환경을 복원할 목적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인공적인 편의시설은 거의 없고, 간이상점도 없어 이곳에서 가을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은 음료수나 간식을 준비하는 게 좋다. 공원 곳곳에 서 있는 다섯 곳의 발전타워는 전력 생산을 목표로 설치, 100㎾의 전력을 생산해 자체 시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공원의 지반 역할을 하는 지하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하는 풍부한 메탄가스를 정제 처리해 월드컵경기장과 주변 지역에 천연가스 연료를 공급고 있다.

교통편

자가운전 :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482(월드컵공원 주차장) 대중교통 :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 / 버스 271, 6715, 7011, 9707 worldcuppark.seoul.go.kr억새 명품포천 명성산

명성산은 서울 경기 북쪽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억새 등산로를 갖고있다. 승용차로의 접근이 쉽고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산정호수를 내려다 보며 산길을 걷는 매력이 있어서 사계절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곳이다. 특히 가을이 깊어지면 이곳의 명물 억새를 보기 위한 발길이 더욱 늘어난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억새 명소로 알려진 만큼 늦가을 펼쳐지는 억새 풍경이 장관이다. 바위산 아래 광활한 억새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한 시간 산행이라지만 산길은 가파른 편이다. 억새밭은 정상인 삼각봉 바로 아래까지 올라야 나온다. 사람들이 명성산 억새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들로는 가까운 교통편 산정호수와 이동 일대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산너에 있는 이동갈비, 포천 막걸리 등 볼거리 쉴거리들도 한몫 한다. 해발 922.6m의 명성산은 한자로 鳴聲山, 즐 '울음 소리가 들리는 산'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그 울음 소리의 주인공이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나라가 망한 뒤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이곳에 머물다 회한에 잠겨 울었다는 이야기와 궁예가 왕건의 군사에게 쫓겨 이곳까지 숨어들어 서슬피 울었다는 이야기 등 많은 전설을 남기기도 했다.

교통편

승용차 :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대중교통 : 국철1호선 의정부역에서 138-6번 버스 산정호수 종점 하차 은빛 억새 물결창녕 화왕산

화왕산은 선사시대에 활동했 화산으로 지금 3개의 못(용지)은 화산의 분화구가 있으며, 이 못과 전설이 있는 창녕 조(曺)씨의 득성비가 있고 정상부 둘레에는 화왕산성(사적64호)이 있으며 성내는 잡목이 없는 억새로 이루어진 약 5만6000여 평(약18만5000여 평방미터)의 초원이 펼쳐져 있어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화왕산은 봄·가을이 완연히 다르다. 봄엔 진달래로 붉게 물들다 가을엔 은빛 억새가 물결친다. 해발 756m인 정상 부근의 5만여 평이 억새 군락지다. 이른바 '십리 억새밭'이라 불리는 명소. 봄에 화왕산을 올라봤다고 해서 가을에도 똑같은 코스를 밟아선 안 된다. 진달래와 억새 군락지는 다르다. 억새 산행이라면 창녕여중을 지나 자하곡 매표소에서 시작하는 왕복 네 시간 코스를 추천한다. 산행이 그리 어렵지 않고, 억새 군락지가 워낙 커 가을 산행으로는 제격이다.

교통편

승용차 : 창녕군 장녕읍 말흘 755 대중교통 : 창녕읍내에서 자하곡행 버스 남창교 하차 억새를 내려다 보며 산책하는 곳제주 다랑쉬 오름

제주에서 제일 아름다울 뿐 아니라 오름으로 오르는 길이 제일 어려운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등산로는 영어 Z자 형태로 되어 있는데 두 세번만 꺾어도 숨이 학학 차오를 정도로 가파르다. 그러나 오르는 내내 성산일출봉와 우도를 조망할 수 있어서 무거운 발걸음을 위로할 수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에서 20분 정도다. 모든 등산길이 그렇듯 다랑쉬 오름 역시 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간의 어려움이 한 방에 사라져버린다. 억새는 능선길을 기준으로 바깥쪽과 분화구쪽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억새를 내려다 보며 산책할 수 있다. 다랑쉬오름을 제주 오름의 최고라 부르는 이유는 전망 때문이다. 능선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는 제주 평원이, 서쪽으로는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들이, 남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그리고 동쪽으로는 비자림과 구좌읍 평대리 등 제주 동부 지역을 한 눈에 볼 수도 있다. 최근에 개통한 다랑쉬오름 둘레길도 걸을만 하다.

교통편

승용차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수학여행 단골코스제주 산굼부리'굼부리'란 화산체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산굼부리는 제주는 물론 우리나라 최대의 굼부리다. 대부분의 분화구가 등산을 해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귀차니스트들에게는 보고싶지만 가고싶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산굼부리는 주차장에서 내려 언덕길로 5분만 걸어올라가면 분화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 노약자들도 분화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만나기라도 하면 산굼부리 일대는 까르르 소리로 한바탕 시끄러워지기도 한다.

산굼부리의 분화구는 깊이가 100m에 이르는 광활한 곳이지만 굼부리로 내려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또한 추락의 위험도 있어서 안전지역에서만 내려다 봐야 한다. 산굼부리의 최대 풍경은 역시 억새다. 초입부터 넓게 분포되어 있는 이곳의 억새군락지는 관광객을 위해 특별히 관리되고있어서 이른가을부터 꽃을 피우며, 억새밭 산책로에서 넓은 평원으로 이어지는 풍경도 아름답다. 잠시 들려 가는 것보다 오랜 시간 머물며 억새와 제주를 한껏 느낄만한 공간이다. 이곳은 사유지라 입장료 6000원을 내야한다.

교통편

승용차 : 제주시 교천면 교래리 산 38 제주 오름의 여왕따라비오름의 눈부신 억새

따라비오름을 오름의 여왕이라 부르는 이유는 분화구 모양이 더 이상 예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의 지형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따라비오름에 들어가려면 갑마장을 지나야 한다. 갑마장은 조선시대 때 최고 품종의 말을 키우던 곳으로, 이곳에서 성장하고 관리받은 말은 궁궐로 가서 활약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이곳은 말 사육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름으로 가기 위해 갑마장길로 들어서면 열마리 남짓한 야생마들을 만날 수 있다. 따라비오름 능선 정상에 올라가 내려다 본 분화구는 희안하게도 세 개로 나눠져 있고 북쪽 사면에는 말 발굽 모양으로 침식된 흔적이 있어서 갑마장과 따라비오름과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땅할아버지'라는 애니미즘적 의미를 갖고 있어서일까, 이곳에는 화산석으로 만들 기원탑들이 곳곳에 있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특별한 소망을 안고 온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따라비 오름이 최고 매력은 오름 전체가 억새와 풀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햇살과 만나는 억새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이유도 잡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주 억새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교통편

승용차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글 이누리(프리랜서) 사진 각 지자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49호(12.10.23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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