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차이나게임 취재기 - 농구 팬 문화 놀라웠다

이승기 칼럼니스트 2012. 10.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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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는 2012-13시즌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중국에서 두 차례의 시범경기를 펼쳤다. 마이애미 히트와 LA 클리퍼스는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하며 일정을 마쳤다. 중국 농구 팬들은 승패를 떠나 경기를 즐겼다. 경기장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대단히 부러운 장면이었다.

차이나 게임이란?

'차이나 게임'은 NBA의 중국 시범경기를 뜻한다. 이는 지난 2004년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새크라멘토 킹스와 휴스턴 로케츠가 중국 땅을 밟았다. 새크라멘토는 당대 최고의 인기 구단 중 하나였다. 휴스턴은 당시 야오밍이 현역으로 뛰고 있던 덕을 톡톡히 봤다. 양 팀은 두 경기에서 1승씩 나눠가졌다. 중국 팬들에게 NBA의 묘미를 처음으로 선사한 뜻 깊은 행사였다.

차이나 게임의 목적은 사실 뻔했다. 중국 및 아시아 시장의 개척이었다. 마침 야오밍이 휴스턴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던 때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 어쩌면 필연적인 행사였는지도 모른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NBA가 아니었다.

이후 차이나 게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비록 매년 열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의 브랜드 행사로 자리 잡은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노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진정 즐길 줄 아는 팬들

2012 NBA 차이나 게임 행사가 성황리에 끝났다. 중국의 농구 팬들은 NBA 관계자들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선수들은 인터뷰 현장에서 팬들이 보여준 열기에 놀랐다고 거듭 강조했다.

11일, 베이징의 마스터카드 센터에서 마이애미와 클리퍼스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중국 팬들은 2만여 석을 가득 메웠다. 경기 내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응원을 보냈다. 선수들 역시 이에 자극받은 듯, 더 열심히 뛰어다녔다. 실제로, 마이애미의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시범경기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팬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2만여 팬들은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큰 환호를 했다. 르브론 제임스가 자유투 라인에 서면 "MVP!"를 연호했다. 드웨인 웨이드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면 "웨이드!"를 외쳤다. 웨이드를 다시 코트로 내보내라는 요구였다. 또, 블레이크 그리핀이나 크리스 폴, 그랜트 힐 등이 볼을 잡을 때마다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레이 알렌이 3점슛이 빗나갈 때면, 탄식이 경기장을 뒤덮기도 했다.

3쿼터 후반에 펼쳐진 파도타기 응원은 장관이었다. 2만여 명이 합심하여 파도를 일으켰다. 중간에 파도가 끊기면,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서 파도를 탔다. 축구 월드컵이나 야구 포스트시즌의 열기 못지않았다. 이 파도는 큰 함성과 함께 몇 분이나 지속되었다. 앞쪽에 앉아있던 중계진과 관계자들은 멍하니 이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적잖이 감명 받은 것이 분명했다. 선수들 또한 중국 팬들의 파도타기 응원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전설에 대한 예우

차이나 게임에서는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댄스 팀의 신명나는 공연, 묘기 농구단의 화려한 쇼는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런가 하면 드로잉 아티스트의 퍼포먼스가 펼쳐지기도 했다.

전설적인 선수에 대한 중국 팬들의 예우도 각별했다. 11회 우승을 차지한 NBA의 전설, 빌 러셀은 대단한 환호를 받았다. 함성 소리는 그 어떤 화려한 플레이가 나왔을 때보다도 훨씬 컸다. 전설을 기릴 줄 아는 중국 팬들의 성숙함이 느껴졌다. 또, 저 많은 농구 팬들이 러셀을 안다는 사실이 대단히 놀라웠다. 러셀은 코트 이쪽저쪽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중국 팬들은 또, 마이애미에서 뛰었던 스타들이 소개되자 갈채를 보냈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찾은 자국 스타 야오밍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자리 잡은 농구 관람 문화

사실 NBA 시범경기의 티켓 값은 저렴하지 않았다. 중국의 물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골대 뒤쪽 자리의 티켓은 수십만 원을 호가했다. 5층 구석자리조차 몇 끼의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중국 팬들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차곡차곡 모은 돈을 농구장에 풀었다. 2만여 석은 한 자리도 빠짐없이 매진되었다.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도 부지기수였다.

경기장 내부 복도에서는 각종 NBA 관련 물품을 팔았다. 유니폼과 티셔츠, 배지 등은 한국에서보다 몇 만 원씩은 더 비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가게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중국 팬들은 농구 관전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농구 관람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었다.

새로운 농구의 메카

중국의 농구 인기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 큰 경기장이 모두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경기장 주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게다가 팬들은 상당히 성숙하다. 시끄럽게 굴거나 다른 팬들의 관람을 방해하지도 않았다. 제 자리에 앉아 열심히 응원할 뿐이었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진심으로 경기를 즐겼다.

NBA가 괜히 '차이나 게임' 행사를 하는 게 아니었다. 높은 농구 열기는 곧 수익으로 이어진다. NBA에서 이를 놓칠 리 없다.

반면, 대한민국에서 NBA 시범경기를 볼 수는 있을까?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경기장도, 팬 문화도, 관중도 없다. 세계 농구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중국이 부러울 따름이다.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2-10-17 이승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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