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 물씬한 정겨운 고향역

2012. 10. 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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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 신림역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다. 고향으로 달려가는 발걸음들이 바쁘다. 밀리는 차속에서도 마음은 벌써 고향,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도 모두가 고향같다. 도로상황을 알려주는 교통정보 중간중간 이런 노래 한 소절이 흘러나오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고향역 같은 신림역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 이쁜이 곱쁜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코스모스 피어있는 신림역

 제천~원주를 잇는 국도 5번을 따라 달리다 보면 충북과 강원도계를 이루는 신림면이 나온다. 신림면에는 가수 나훈아의 그 노래 '고향역'을 방불케하는 간이역이 자리하고 있다. 국도변에 선 이정표를 못봤다면 그 곳에 역이 있으리라 짐작도 못할, 오솔길을 따라 우거진 숲길을 한참 들어가면 그제서야 아담한 신림역이 모습을 보인다. 
이쁜이 곱쁜이가 기다릴 것만 같은 역

 벽면에 그려진 낙랑장송 벽화와 코스모스 만발한 역사는 그림 속 풍경처럼 어여쁘고 정겹다. 지붕을 뒤덮는 것으로 모자라 벽면까지 온통 담쟁이를 휘감은 낡은 창고도 신림역의 풍경을 운치있게 만든다. 역사 지붕 위로 불쑥 솟은 키 큰 전나무는 신림역의 지난 세월을 말없이 전해준다. 
담쟁이로 뒤덮힌 창고

 면 이름에서 딴 역사명이지만 신림(神林)의 한자명을 보면 예사로운 이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신들의 숲'이라는 뜻이다. 신림에는 지명처럼 신들의 숲이 위치해 있다. 바로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93호로 지정,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신림면 성남리의 성황림이다.

 총면적 31만2,993㎡의 성황림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음나무, 층층나무, 피나무, 가래나무, 귀룽나무, 옻나무, 야광나무 등 한국 중부지방 자연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연유를 알고 나면 역사 벽면에 그려진 낙랑장송 벽화도 그냥 그려진 그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역무원이 근무하는 역사다

역내에 비치된 도서

열차 시간표

 신림역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보통역으로 개통됐다. 6·25 때 역사가 불타 지금 건물은 1956년 다시 세워진 것이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신림역을 지나지만 이 곳에서 정차하는 열차는 이제 상하행 각 3대에 불과하다. 기차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과거에는 하루 평균 100여 명이 넘는 승객이 찾았으나 지금은 20여 명 남짓 이용하고 있다. 이 마저도 원주~제천 복선화사업이 끝나는 2018년이면 80여 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신림역도 사라질 예정이다.
이웃에 있는 용소막성당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사라지기 전 신림역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신림역뿐 아니라 신림역에서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용소막성당도 함께 찾고 있다.

 용소막성당은 강원도 최초의 성당인 횡성 풍수원성당과 원주성당에 이어 강원도에서 세 번째로 설립된, 1986년 5월 강원도유형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건물은 처음에는 초가였으나 P. 시잘레 신부가 신자들의 도움을 받아 1912년 공사를 시작해 착공한 지 3년만인 1915년 지금의 벽돌건물로 건립했다. 고딕양식의 붉은 벽돌건물과 뾰족한 첨탑, 고풍스런 분위기는 가을날의 여로를 더욱 그윽하고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다.

 *맛집

찐빵마을을 알리는 이정표

황둔찐빵

 강원도에서 '찐빵' 하면 안흥찐빵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이 곳 사람들에겐 황둔찐빵의 명성도 그 못지 않다. 원주시 신림면 송계리 황둔마을로 들어서면 마을길 전체가 찐빵 상호간판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황둔찐빵의 특징은 일반 찐빵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와 쫄깃한 맛을 자랑하는 점이다. 단호박, 고구마, 옥수수, 흑미, 백년초, 쑥, 당근, 야채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한 색색의 찐빵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홍순애황둔쌀찐빵, 황둔쑥찐빵, 이인숙황둔찐빵, 허문호황둔쌀찐빵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찐빵집이 많다.

 *찾아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신림 IC에서 나와 88번 길을 따라 제천 방향으로 가면 신림면 3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좌회전해 국도 5번을 타고 제천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오른쪽으로 신림역 입구가 보인다. 황둔찐빵마을로 가려면 신림 IC에서 나와 우회전해 88번 길을 따라 쭉 간다. 신림터널 지나 주천면쪽으로 계속 가면 황둔찐빵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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