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자! 떠나자-별주부전의 고향 경남 사천 비토섬

윤시내 2012. 10. 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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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뉴시스】문병기 기자 = 경남 사천시 서포면의 작은 섬 비토섬. 별주부전의 전설이 스며있는 섬으로, 300여 명의 사람들이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곳이다.

비토섬은 지세가 토끼와 거북, 학 등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지명 유래 또한 토끼가 날아가는 형태라 하여 '날 비(飛), 토끼 토(兎)'를 써 비토라 했다.

비토는 조선 중기인 약 360여 년 전 풍수지리적으로 비토리 천왕봉 산하에 명지가 있다는 전설에 따라 박씨와 이씨, 손씨, 최씨가 육지에서 이주해 생활하게 되면서 유인도가 됐다고 한다.

현재는 더 넓게 펼쳐진 갯벌 속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굴과 바지락, 전어와 도다리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가난하지만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희망의 땅이다.

하지만 비토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지난 92년 비토연륙교가 건설되면서 육지로 바뀌었다. 비록 섬의 의미는 사라졌지만, 비토는 섬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지금껏 남아 있다.

비토섬은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곤양인터체인지에서 내려 서포방면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국도 3호선을 이용할 경우 사천시청이 있는 용현면에서 사천만을 가로질러 걸쳐있는 사천대교를 이용하면 채 10분이 소요되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곤양인터체인지에서 비토섬으로 들어오는 길은 구불구불한 2차로다. 서포면 소재지까지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지만 나름 시골길의 운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길옆으로 펼쳐져 있는 푸른 들녘과 야트막한 산들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함을 주고, 길가에 서있는 벚꽃나무 터널은 봄에는 화려한 꽃을, 여름에는 푸르름을, 가을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사계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국도 3호선(옛 삼천포 방향)을 이용해 사천대교를 건너 비토섬으로 가는 길은 바다와 육지의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사천대교는 사천만을 가로지르는 즐거움과 주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인도가 없어 걸어서 다닐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지경이다.

두 방향 모두 서포면 소재지에서 합류하게 된다. 여기서 비토섬으로 가는 길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서 5분여 가다보면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비토연륙교가 나온다.

연륙교 주변의 경치가 압권이다. 만조 시는 푸른 바다와 한가로이 떠 있는 작은 고깃배들이 한 폭의 그림 같고, 간조 때는 사천8경의 하나로 꼽히는 비토갯벌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연륙교를 지나면서 시작되는 해안일주도로는 비토섬 최고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환상의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끊어질 듯 이어진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바다를 보며 달리다보면 어느새 가슴은 갯내음으로 가득차고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눈 녹듯 사라진다.

그렇게 20여분 가다보면 더 이상 차량이 갈 수 없는 곳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비토섬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차에서 내리면 토끼가 거북의 등을 타고 있는 조형물이 보인다. 이곳이 그 유명한 별주부전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토끼섬과 거북섬을 구경하려면 먼저 월등도라는 작은 섬으로 들어가야 한다. 평상시에는 바닷물로 인해 배를 이용해야 하지만 하루 두 번 썰물 때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는 차량을 이용해 월등도를 찾을 수 있다.

비토섬 내의 또 다른 작은 섬 월등도에는 10여명의 순박한 주민들이 바다를 벗 삼아 어장과 굴, 바지락 등을 채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월등도에서 바라보면 토끼형상을 한 토끼섬과 거북을 닮은 거북섬이 지천에 보인다. 바로 별주전의 무대가 된 곳으로 이러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먼 옛날 비토리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에서 마주보는 서포면 선창과 자혜리 돌 끝을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꾀 많은 토끼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매일 천왕봉 일대에서 배불리 음식을 먹고 해가 저물면 건너편 월등도로 되돌아 가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해바다 용왕님의 사자인 별주부가 찾아와… 중략 … 간을 가지러 별주부와 다시 월등도 인근으로 돌아온 토끼는 휘영청 밝은 달빛을 보며 살기위해선 도망을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성급한 마음에 월등도를 향해 뛰어 오른 토끼는 달빛에 반사된 육지가 생각보다 너무 멀어 바다에 떨어져 죽으면서 토끼섬이 됐다. 토끼가 죽자 용왕님께 혼날 것을 걱정한 거북은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섬이 되어 300여m 떨어진 곳에서 토끼섬을 바라보고 있다."

별주부전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을 한 바퀴 돌다보면 갑자기 허기가 찾아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토섬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에 늘려있다.

청정갯벌에서 생산되는 바지락과 굴, 피조개, 낙지는 물론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볼락과 도다리, 전어 등 제철에 잡히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허기진 이들의 배를 채워주기에 조금의 모자람이 없다.

해안도로를 따라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횟집들은 이곳에서 잡히는 자연산 해산물만을 손님에게 내놓고 있으며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진다.

또한 섬 주변 곳곳이 낚시터로 불릴 만큼 다양한 어종들이 '꾼'들을 반기고 있어 가족과 함께 낚시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휴일, 답답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눈과 입이 즐거워지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bkm@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97호(10월9~1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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