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리포트②] 과거 사생팬의 고백 "나는 이렇게 사생이 됐다"

장창환 2012. 9. 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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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장창환, 김소연 기자]

사생팬, 스타의 사생활을 쫓는 극성팬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올해 초 몇몇 스타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사생팬에게 자제해 줄 것을 당부,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사생팬은 단순히 스타와 팬과의 문제가 아니다. 병적으로 스타를 쫓는 사생팬은 애정을 넘어 '스토커'수준의 집착을 보이며 스타의 가장 큰 적이 되고 이들이 이용하는 사생택시 역시 시시각각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노컷뉴스는 사생팬과 사생택시의 문제점, 스타들의 공개 발언 이후 최근 사생팬들의 추세와 과거 사생팬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사생팬 근절대책 방안을 집중 취재했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사생팬, 그들은 누구인가 2. 과거 사생팬의 고백 "나는 이렇게 사생이 됐다"3. 그 많던 사생팬은 어디갔을까4. 한국팬은 천연기념물? 사생팬 줄고, 외국 극성팬 증가5. '사생택시'가 종적을 감췄다6. 사생팬 근절, 대책은 없나

스타는 팬이 있어 빛난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쫓으며 괴롭히는 사생역시 처음엔 이들을 빛나게 하던 팬이었다. 하지만 '남들이 못보는 것을 보고 싶다'는 욕심과 '남들이 모르는 것을 봤다'는 쾌감이 결국 사생의 늪에 빠지게 만들었다. 과거 사생팬이었다는 26살 동갑내기 A씨와 B씨의 인터뷰를 통해 사생팬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시작,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 좋았다

"중학교 진학 후 한 아이돌 그룹에 빠지게 됐어요. 엄마는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고, 학교에서도 스트레스 받고, 풀 수 있는 데가 오빠들 보는 것 밖에 없었어요. 시간 날 때마다 팬카페에 들어가서 오빠들 사진을 보고 오빠들이 주인공인 팬픽을 읽었어요. 오빠들이 나오는 라디오 방송도 꼬박꼬박 챙겨 들으며 정보를 꿰기 시작했어요. TV를 보면 눈치가 보여서 쉬는 날에는 컴퓨터 앞에서 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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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만남을 위한 10시간 기다림

"1년 정도 컴퓨터 앞에서 오빠들을 보다보니 욕심이 생겼어요. 저는 이렇게 오빠들을 좋아하는데 오빠들은 제 존재조차 모르잖아요. 마침 오빠들이 방학 때 활동을 시작한다길래 엄마에게 친구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공개방송을 가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처음엔 녹화 시간 3시간 전에 갔는데 줄이 길어서 들어가질 못했어요. 그래서 그 다음날 10시간을 기다렸지만 오빠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분이었어요. 더 가까이에서 오빠들을 보고, 나란 팬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죠. 그때 아는 팬 언니가 숙소를 가보자고 제안했어요."

가까이서 볼 수만 있다면 5초도 좋아

"숙소 앞에서도 기약없는 기다림은 계속됐어요. 운이 좋아 10분 안에 오빠들 얼굴을 보면 '대박' 이지만, 보통 5~6시간을 기다려도 허탕 치기 일쑤였죠. 기다린 게 억울하니까 숙소에 더 자주 갔어요. 아침에 학교 가는 척 나와 숙소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거죠. 친구들이랑 시험 공부한다고 거짓말하고 새벽 2~3시까지 기다리기도 했고요."

"오빠들이 집을 나와 차에 오르는 3~5초의 순간을 볼 때 희열을 느꼈어요. 게다가 숙소 앞에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보가 모였어요. 그때 오빠들이 다니는 미용실, 단골 술집 등은 물론 숙소 비밀번호, 오빠들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알게 됐어요."

나는 극성 사생아냐...도청장치 설치하는 팬도 있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 극성사생팬은 아니었어요. 제가 아는 타 가수 사생팬 언니는 성인이라 경제력이 있다 보니 아예 차를 끌고 따라 다녔어요. 오빠들이 타는 벤에 도청장치를 붙이고 차로 가까이 접근하면 멤버들이 차안에서 나누는 대화가 들린대요. 그 대화를 녹음하기도 해요. 언니 왈, '우리가 가진 자료 언론사에 넘기면 얘네는 해체해야 한다'. 그 무시무시한 정보력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오빠들을 쫓아다녔던 건 '우리가 귀찮긴 하지만, 오빠들도 우리가 없으면 허전하고 슬퍼할 거야'란 근거 없는 자부심 때문이죠. 가수들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공허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우린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항상 오빠들을 응원하니까요. 가끔 오빠들이 기분이 좋으면 집 앞에 있는 팬들에게 피자를 시켜주거나, 좋은 이야기를 해줄 때도 있대요. 술자리에서 만난 팬에게 합석하자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 생각하면 고생하는 팬들을 챙기는 단순한 호의였는데 그땐 '우리를 엄청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빠들도 은근 즐긴다'라고 착각했죠."pontan@cbs.co.kr, sue123@cbs.co.kr

[사생리포트⑥] 사생팬 근절, 대책은 없나

[사생리포트④] 한국팬은 천연기념물? 사생팬 줄고, 외국인 극성팬 증가

[사생리포트③] 그 많던 사생팬은 어디갔을까

[사생리포트①] 사생팬, 그들은 누구인가

[사생리포트⑤] '사생택시'가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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