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칼럼니스트 김광백 입력 2012. 9. 27. 11:56 수정 2012. 9. 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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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생각 몇 가지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생각 몇 가지? 아이를 키우면서 날짜 감각에 무뎌진다. 그냥 월화수목금토일은 있지만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일이 있는지를 망각하게 된다. 어쩌면 매일이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칼럼 쓰는 것도 잊었다.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일에 왜 무관심해지는지 알겠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의 사회참여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오늘 칼럼은 아이를 키우면서 몇 가지 의문점이 드는 것을 적어보았다.

1. 가난한 사람들은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2. 왜 육아와 관련한 책들은 정답밖에 안 나올까?

3. 아이에게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1번의 이야기

키우면서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기의 의식주 비용, 분유, 기저귀, 옷들, 놀이감, 기타 등등의 비용등. 나는 놀이감, 옷의 대부분 물려받았다. 그래서 다행히도 이와 관련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는 아내가 임신하면서 드는 생각이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이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든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비용을 아주 간략하게 산출해봤다. (이 산출기준은 아주 주관적이고, 내 아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한 달에 소모되는 물품 정도만 기준으로, 최소한으로 잡았다.)

우리 아이를 기준으로 분유는 대략 1주일에 1통씩 먹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천 기저귀를 사용하니까 기저귀 값이 거의 들지 않는데, 이를 대략 일회용 기저귀로 환산해보면 1일 12개정도 소요된다. 아기 옷은 하루에 2벌 정도, 최소 6벌을 잡아봤다. 그리고 이유식은 하루에 2끼 정도 먹는다.

품목

산출기준

비용

분유

2만 원 * 4통

8만 원

기저귀

400원 * 12개 * 30일

14만 원

아기옷

- 내복 1만 원 * 6벌

- 외출복 3만 원 * 2벌

12만 원

이유식

- 소고기 : 20g*30일*7,000원

- 닭다리육수 : 1만 원(7개)*4개

- 기타 야채 4만 원

12만 원

약 46만 원

이 외에 병원비, 수도, 전기, 가스 등의 비용, 이불 및 놀이감 등을 제외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50~60만 원 정도 이상이 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럼 이 정도의 수입을 갖지 못한 이들은?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전면 무상보육을 포기하고 대신 하위 70%에게 월 10~20만원 보육비를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용으로 아기를 키울 수 있을까? 아마 보육과 관련한 계획을 세우는 공무원은 아기를 키우지 않은 사람이거나, 돈이 너무 많아서 이런 비용을 고민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지?

◇ 2번의 이야기

이것은 내가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이란 놈에 대한 불만이다. 아이와 관련한 많은 책들은 '00하면 00된다'라는 도식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키우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모유수유는 그렇게 어려운데 엄마가 아름답게 아이를 바라보고 맛나게 먹는 장면만 나오는 것일까? 이유식은 어떤가? 왜 아이들은 깨끗한 옷을 입고 먹는 장면만 나오는 것일까?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는 육아 도서들. 그 덕분에 부모들은 인터넷에 의지하여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정답을 보여주고, 그것에 벗어나면 병원에 찾아오라는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수백 가지다. 거대한 육아 자본가의 음모는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 3번의 이야기

아이와 함께하면서 더더욱 드는 생각이다. 내가 아이랑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와 놀아주는 느낌? 나는 아이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일종의 1차 보조자?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는 배고프면 울고, 배부르면 안 먹거나 토하고, 졸리면 자고, 깨면 일어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 아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 맛있는 이유식을 만드는 것. 아이 옷을 잘 빠는 것. 아이가 울 때 잘 안아주는 것. 시간에 맞춰 산책시켜주는 것. 이 것은 부모보다는 그냥 가정부 같은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아기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 자기 스스로 큰다는 것이다. 생명은 정말 신비롭다.

아기를 키우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해봤다. 끝없는 육아 노동. 아기의 웃음으로 허리통증이 날라간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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