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둔주봉..시간의 숲을 거닐다

2012. 9.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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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고장 충북 옥천 둔주봉
새벽 안개 채 가시지 않은 소나무 숲
한 발짝 두 발짝, 걸음을 놓을 때마다
지줄대는 실개천, 차마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옛 시인의 향수 어린 그곳으로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행천은 강원도 영월의 동강과 서강이지만, 금강 상류도 그 못지않은 구절양장의 물길이 흘러간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해 충북·충남을 거쳐 전북 군산까지 유장하게 1000리를 흘러가는 금강이 뱀이 기어가는 구불구불한 형상을 보이는 곳이 바로 충북 옥천군 일대다. 충북 영동을 거쳐 북상해 온 금강의 물길은 옥천에 들며 급하게 굽이쳐 흐르기를 반복하며 대청호로 들어간다.

옥천에서 금강과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방법은 여럿이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물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호젓한 산행길도 정비돼 있고, 강변을 따라 자동차 드라이브나 자전거 여행에 나설 수도 있다.

옥천에는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일망무제의 전망이 펼쳐지는 고즈넉한 산사도 있다. 옥천은 또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되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이 나서 자란 곳이어서, 문학기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옥천은 가을 여행의 테마로 삼을 만한 소재를 두루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 아침 옥천 둔주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금강. 새벽 안개가 산중턱에 걸려 장관을 연출한다.

#둔주봉에 올라 금강의 비경을 즐기다

둔주봉은 해발 384m에 불과한 자그마한 산이지만, 최근 옥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명소가 됐다. 산중턱에 오르면 금강의 물줄기가 빚어낸 한반도 지형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등산로가 만들어진 것도 물길을 내려다보는 기막힌 풍광을 발견한 사진동호인들이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이 실제 지도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면, 둔주봉에서 내려다보는 한반도 지형은 좌우가 바뀌어 있다. 부산이 왼쪽에, 목포가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둔주봉 오르는 길은 초가을 가벼운 산행길로 그만이다. 이른 아침 안남면사무소 옆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안남초등학교 옆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완만한 경사의 시멘트 포장길이 1.8㎞가량 이어진다. 아침 안개가 살포시 내려앉은 이 길을 타박타박 걸어들어가자 싱그러운 숲내음이 온몸에 퍼져간다. 막 어둠이 가시기 시작한 이른 시간이라 '이 길에 나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싶었는데,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경운기를 끌고 이 길을 내려온다.

새벽 안개가 휘감아 도는 둔주봉의 소나무숲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요즘 이 길에는 가을 정취가 가득하다. 길가에 지천인 밤나무 아래는 벌써 밤송이가 수두룩 떨어져 있고, 감나무의 열매는 얼핏 봐도 탄탄하게 영글었다. 만개한 하얀색, 보라색 무궁화도 산길 곳곳을 수놓고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는 점촌고개에서부터 시작된다. 점촌고개의 등산로 입구에서 둔주봉 전망대까지는 800m. 거리는 길지 않지만 제법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있다. 나무 계단을 지나자 보드라운 흙길이 이어지고, 이 길 양 옆에는 리기다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혼자만의 새벽 산행길에서 안개가 휘감고 도는 소나무숲을 만나자 신령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망대에 올랐으나, 짙은 안개는 좀처럼 한반도 지형을 외부에 내놓지 않는다. 한반도 지형을 찾는 사람들이 몰려들자 안남면사무소에서 세웠다는 전망대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아침 햇살이 서서히 안개를 밀어낸다. 드디어 금강의 S자 물길과 한반도지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둔주봉 중턱 전망대에서 만나게 되는 좌우가 뒤바뀐 한반도 지형.

다시 길을 나서 둔주봉의 깊은 품으로 들어가자 소나무가 참나무로 바뀌기 시작한다. 전망대에서 다시 800m쯤 더 오르면 둔주봉 정상이다. 주변 봉우리들이 모두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그 아래로 U자를 그리며 유려하게 흘러가는 금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쾌한 장면이 펼쳐진다. 더구나 산머리에는 안개가 띠모양으로 걸려 있어 더욱 장관을 연출한다. 이 모습에 넋을 잃고 둔주봉 정상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정상을 넘어 피실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40여분 산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금강을 만난다. 이 강변길을 따라 금정길을 거쳐 독락정을 지나면 다시 안남초등학교 앞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반도 지형을 한번 더 눈에 담기 위해 다시 점촌고개 쪽으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옥천 둔주봉의 전망은 우리 땅에서 물길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을 꼽을 때 최상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이 고장의 이름부터가 '기름질 옥(沃)'에 '내 천'(川)이 아니던가.

옥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거쳐 옥천나들목으로 나오면 바로 옥천읍이다. 육영수 여사 생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순절한 조헌 선생의 유적, 1398년에 건립된 옥천향교, 1856년에 지은 전통고택인 춘추민속관도 옥천의 볼거리다. 금강을 끼고 있는 옥천의 별미는 아무래도 도리뱅뱅이, 어탕국수 등 민물고기 요리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도리뱅뱅이는 피라미를 바삭하게 튀겨낸 뒤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 음식이고, 어탕국수는 민물고기를 뼈째 푹 고아낸 후 고추장과 야채를 넣은 뒤 국수를 말아 내놓는다. 부산식당(732-3478), 삼일식당(732-3476)은 도리뱅뱅이로, 금강집(732-8083)은 어탕국수로 유명하다. 옥천민물매운탕(733-2725)의 도리뱅뱅이와 어탕국수도 맛있다. 금강올갱이(731-4880)는 올갱이 요리 전문점으로, 올갱이국과 올갱이무침 단 2개만 내놓는다. 아욱과 된장으로 맛을 낸 올갱이국이 일품이다. 숙소로는 옥천읍의 명가모텔(733-7744)과 옥천관광호텔(731-2435)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다.

(동영상 = 유튜브 Jinwo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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