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 르포 | 청태산 치유의 숲] 숲과 햇살, 웃음을 통해 나를 치유한다

글·신준범 기자 2012. 9. 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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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숲체원 내 포레스트 힐링센터 산림치유

↑ [월간산]치유 프로그램의 과정인 맨발로 숲 걷기.

치유란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한다는 뜻. 치유의 숲이라면 숲이 사람의 병을 낫게 한다는 뜻이다. 속뜻을 풀어보면 숲의 피톤치드, 음이온, 편안한 풍경과 소리 등이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더 건강해지도록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치유의 역할을 한다. 휴양림과 구별되는 건 휴양림이 쉬고 노는 곳인 반면 치유의 숲은 병원이나 수도원처럼 차분한 분위기다.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청태산 포레스트 힐링센터에 간다. 포레스트 힐링센터라는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산림치유프로그램,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강원도 횡성 숲체원 안에 포레스트 힐링센터가 있다. 입구는 여느 휴양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차로 언덕배기를 한동안 오르자 독특한 건물이 있다. 일반적인 휴양림 건물과 다르다. 'ㄱ'과 'ㄴ'을 붙여놓은 모양의 독특한 3층 건물이다.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회색빛이라 자연친화적이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된 분위기가 풍긴다.

오전 9시 30분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오늘 참가자는 15명이다. 전국 각지서 온 이들은 새벽 일찍 출발했거나 전날 와서 인근 민박에서 숙박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신발을 벗어 실내화로 갈아 신고 실내에 들어서자 새 건물답지 않게 나무 향기가 가득하다. 천장이 높고 창이 커 환하다. 이상수·황범순 산림치유사가 사람들을 맞는다.

이상수 산림치유사가 오늘 이뤄질 전체 진행과정과 포레스트 힐링센터에 대해 설명한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청태산 치유의 숲은 산음휴양림 내에 위치한 경기도 양평 산음 치유의 숲과 전남 장성 편백나무숲에 위치한 장성 치유의 숲에 이어 세 번째로 생겼다. 이곳 청태산 치유의 숲의 장점은 250평 규모의 최신 힐링센터 건물이다. 잎갈나무와 편백나무와 황토로 지어 친환경적이고 사람 몸에 좋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입소문이나 매스컴의 소개를 보고 신청한 이들이다.

먼저 이력서를 작성한다. 참가자의 간단한 개인 프로필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력서 작성이 끝나면 건강측정실로 간다. 혈압 측정을 하고 체성분 분석기로 체지방 등을 분석해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한다. 결과가 바로 출력되므로 황범순 산림치유사가 이를 토대로 참가자의 평소 운동량 등을 체크하여 간단한 건강상담을 해준다. 세밀한 건강검진은 아니지만 자기 건강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켜 준다.

상담이 끝나면 2층 명상치유실로 향한다. 통유리로 된 요가 명상실이다. 이상수 산림치유사가 기본 스트레칭 동작을 보여주고 이를 따라하는 방식이다. 요가 동작과 깊은 호흡을 함께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먼 길 오느라 지친 몸과 낯선 곳에 온 긴장된 마음도 함께 이완된다. 요가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치유의 숲 산책이다.

숲을 걸으며 산림치유사가 마주치는 식물에 대해 설명한다. 꽃이 피는 원리나 모양부터 평소 몰랐던 식물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준다. 잎갈나무는 잎을 간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하며 일본에서 들여온 일본잎갈나무가 많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들여와 많이 심었으며 빨리 자라고 전봇대나 철로 침목 등 쓰임새가 많다고 한다. 나무가 물러서 요즘은 과거에 비해 활용도가 줄었다.

↑ [월간산]편백나무와 전나무가 가득한 평화로운 숲에 편히 누워 명상에 잠긴다.

몸에 이로운 워킹법과 트레킹법도 일러준다. 숲을 걸을 땐 자기 체력의 50~60%만 쓰도록 해야 하며 그렇게 걸으면 몸속의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물질이 생겨 몸에 이롭다고 얘기한다.

묘하게도 숲길에 철판으로 만든 거울이 늘어서 있다. 각자 거울을 잡고 자기 얼굴을 보게 한 뒤 웃음의 효용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곤 거울을 보며 막 웃으라고 한다. 웃길 필요도 없이 참가자들이 폭소를 터뜨린다. 참가자는 50대 주부가 많은데 아줌마 특유의 넉살 때문인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웃는다. 웃음은 금방 전염되어 숲이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세로토닌이 분비돼 비만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숲을 걸으면 행복해진다"

숲 산책은 치유사의 숲 해설과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을 해설하는 식으로 걷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도시에는 매연과 전자파가 넘쳐나는데 이것을 양이온이라고 하며, 암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반면 숲에는 식물 광합성을 통해 배출된 음이온이 많다고 한다. 음이온이 몸에 들어와 전자를 체내의 양이온에 전달하면 양이온은 몸을 해치지 않는다. 음이온은 피부를 통해서 흡수되므로 숲을 걸을 땐 온몸을 많이 노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벤치가 있는 너른 터에서는 배꼽 아래에 손을 대고 복식호흡을 한다. 버드나무, 피나무, 조릿대에 대한 설명과 청태산의 유래 등을 풀어놓는다. 지루할 사이가 없다.

산림치유사 이상수씨는 "숲을 걸으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500만 간 자연 속에 사는 데 적합하게 되어 있어 도시의 삶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토피와 우울증도 이로 인한 것이며 숲에 왔을 때 몸 속 유전자가 고향에 와 있는 듯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피톤치드도 이런 역할을 하는 요소이며 활엽수보다 침엽수가 피톤치드 양이 많다.

점심 식사 후 황범순 산림치유사의 진행으로 오후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맨발로 숲을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찰흙처럼 부드러운 흙에 솔잎이 쌓여 있어 맨발로 걷기 불편하지 않다.

↑ [월간산]힐링센터 명상치유실에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치유사는 "이제부터는 몸과 마음이 쉬는 프로그램"이라 설명한다. 먼저 숲의 소리 듣기를 권한다. 눈을 감고 숲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집중한다. 그 후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서로 얘길 나눈다. 잣나무와 전나무가 숲을 이룬 경건한 분위기의 숲에 터를 잡아 둘러앉는다. 치유사는 "요즘 내가 잘한 것이나 자랑할 만한 것을 돌아가면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아내 대신 설거지한 이야기,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 일, 아들과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한 일, 신랑과 20년 넘도록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 남편과 등산 다니는 이야기 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후엔 준비해 온 매트리스를 깔고 담요를 덮고 누워 숲을 느끼며 자신의 꿈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40분 동안 이어지는 숲 속의 명상 혹은 낮잠이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자연스럽게 피톤치드를 들이마시고 마음의 긴장을 이완하는 과정이다.

숲이 사람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게 된 건 여러 요인이 있지만 피톤치드의 역할이 크다. 눈에 띄는 효과는 아토피 치료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은 독성을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아토피와 각종 피부질환의 주원인인 집먼지 진드기 등이 싫어하는 '타닌' 성분도 들어 있어 피부염을 완화해 준다. 특히 가려움증을 덜어줘 가려움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또한 피톤치드는 심신을 상쾌하게 유지시켜줘 불면증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숲에 들어가면 혈압이 절로 낮아지기도 한다. 일단 심리적으로 안정돼 교감신경의 반응 횟수와 강도가 줄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들은 숲을 찾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피톤치드의 양은 봄부터 증가해 여름철에 최대치에 달한다. 하루 중 정오 무렵에 방출량이 최대가 된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공기 흐름이 빨라져 피톤치드 발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숲을 찾는 데 여름철 오후 1~3시가 가장 좋다.

숲은 또한 인간에게 가장 적정한 음압(音壓)을 갖고 있다.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늘 소음 기준치인 80㏈을 웃도는 100㏈ 정도에 노출돼 있다. 반면 숲은 인간이 듣기에 가장 편안한 수준인 40~50㏈의 음압을 갖고 있다. 숲에서 오래 지낸 사람이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는 이유다.

명상이 끝나고 힐링센터로 돌아간다. 지하층의 물치료실로 간다. 30cm 정도 물을 담아놓은 탕을 줄지어 걸으며 노래 부르며 박수를 친다. 흙 묻은 발을 씻고 마음에 휴식을 주는 과정이다. 다음엔 황토찜질방인 열치유실에 들어가 목 교정효과가 있다는 경침을 목에 대고 누워 15분 동안 찜질한다.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어 피로가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물치료실로 가서 욕탕을 걷는다. 웃고 노래하고 박수치며 오후 프로그램을 마친다.

↑ [월간산]물치유실에서 노래하고 박수치며 오후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치유의 숲 힐링프로그램은 산행보다 편안하며, 숲 해설보다 더 재미있다. 바람이 있다면 힐링 프로그램이 더 전문적이고 효과적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치유의 숲이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향후 틀을 갖춰갈 것으로 기대한다. 유쾌하면서도 깊고 명상적이며 돌보지 못했던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는 녹색의사의 역할을 기대한다.

산림치유사란?

숲해설에 카운슬러 역할까지 겸해야

올해 안에 공식 명칭과 이수과정 확정될 터

치유의 숲 조성이 산림청과 몇몇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건강과 치유 목적으로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숲 해설가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그러나 숲 치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전문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을 지칭하는 전문용어는 '숲치유사', '산림치유사' 등이지만 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 숲체원에서 두 명의 산림치유사를 만났다. 청태산 포레스트힐링센터의 이상수, 황범순씨다. "지난해 문을 열어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치유시설을 이용하는 방문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시설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치유사에 관해 묻자 "아직 국내에는 정확한 용어가 없다"고 없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치유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을 '산림테라피 가이드(forest therapy guide)'로 부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용어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수(60)씨는 숲체원에서 4년을 숲 해설가로 근무했다. 지난해 치유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채용되었다. 서류전형에서 치유의 숲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안하고, 2차 실기테스트를 거쳐 합격했다고 한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기에 내년의 경우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황범순(64)씨는 숲 해설가 경력 5년이며 간호대를 졸업한 간호사 출신이다. 이상수씨도 사범대를 졸업한 교사 출신으로 심리학을 이수했으며,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숲 해설가 경력과 전공, 자격증 등을 두루 따져 산림치유사를 선발한다. 현재의 서류전형 방식으로 보면 일반적으로 숲 해설 경력 3년 이상에 관련 전공(사범대, 교육학, 심리학, 간호, 의대 등)이며 레크리에이션이나 청소년지도사 등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유리하다.

↑ [월간산]숲 속의 거울을 붙잡고 웃는 연습을 하는 웃음 치유 과정.

숲 해설가의 경우 산림청 인증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이 주어지며, 산림치유사 또한 이런 방식으로 조만간 인증기관이나 이수자격에 관한 부분이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한때 아주대학에서 산림치유사 과정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가 취소한 적 있을 정도로 숲 해설사 사이에서는 산림치유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로 숲체원의 숲 해설가들에 비해 보수가 높고 힐링센터 시설이 우수해 숲 해설가들에게는 동경의 자리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열악한 실정이다. 별도의 숙소가 없어 원주에서 출퇴근을 하는데 왕복 100km거리라 일당 4만1,000원에 차비만 2만 원 정도가 든다. 그래서 이들은 "일이 좋아서 하지, 돈을 계산하면 못 하는 일"이라 말한다. 이로 인해 숲 해설가나 치유사는 은퇴한 노령자 중심이며 관련 전공을 이수한 젊은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숲 해설가의 경우 고연령대의 저학력자들이 많아 생기는 넌센스도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고학력자들이 많은데 해설자는 고연령 저학력자일 경우 눈높이 맞추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국내에는 산음자연휴양림 내 치유의 숲, 장성 축령산 치유의 숲, 횡성 숲체원까지 세 곳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산음은 계곡이 좋아 계곡을 활용한 프로그램 진행에 유리하고, 축령산은 편백나무숲이 좋고, 청태산은 힐링센터 시설이 좋다.

센터는 예약제로 진행된다. 숲 해설과의 차이에 대해 이상수씨는 "자연 위주에서 건강 중심"이라 설명하고, 황범순씨는 "숲과 삶을 결합해 긍정적으로 풀어가려 한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치유의 숲'에 암환자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숲 치유는 "등산 가능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그램의 숲 산책은 2시간가량 숲을 걸어야 하며 오르막을 오르기도 하기에 걸을 힘조차 없는 환자들은 프로그램 진행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치유의 숲'이란 이름 때문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문의가 많지만 하루 이틀 와서는 건강에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가까운 숲을 자주 찾기를 권한다.

이들 치유사들은 숲 해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마음을 달래줘야 하는 역할이라 숲 해설에 비해 조심스럽고 더 보람되다"고 한다. 숲 해설은 전달이 많고, 산림치유사는 들어줘야 하는 역할이라 보람이 큰 만큼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 [월간산]이상수(왼쪽), 황범순 산림치유사.

8주간의 숲 프로그램을 마치자 아이들이 확 달라졌다

숲과 삶의 만족도 관계 밀접…전국 각 지자체에서 치유의 숲 조성

'숲의 중요성'을 일깨운, 한국과 미국에서의 조사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는 충북대 산림휴양·치유 연구실에서 전국 도시 숲 이용객과 일반시민 9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숲에 가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와 질이 숲에 가지 않은 사람들보다 무려 15% 이상 높게 나왔다. 성별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사람들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아이다호(Idaho)주의 한 직업훈련원 사례다. 이 훈련원에 수용된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청소년들로, 마약·폭행 및 절도·강도·미혼모 등이었다. 이들은 훈련원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학업과 직업훈련을 받고 재생하여 사회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회로 돌아간 뒤에도 다시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정한 요건을 통과하지 못해 재수용된 경우가 많았다. 아이다호 대학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숲을 통한 자기능력 개발 프로그램을 정부의 지원으로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1,000m 이상 되는 산 정상 등정과 소규모 집단의 카누 타기 등으로 구성됐다. 이른바 '극기와 성취'였다.

첫 도전이 끝난 뒤 학생들의 생각과 태도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제껏 성취라는 것을 겪어보지 못한 학생들로서 극기를 통해 성취감을 이루자 적극성과 진실성을 드러냈다. 8주간의 숲 프로그램을 마친 청소년들에게 나타난 성과는 참여하지 않은 다른 청소년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결과였다. 이들은 1년간 다시 문제를 일으켜 재수용되는 비율이 훨씬 적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숲은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성취감과 자신감 상승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걷기는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이루어주는 기능을 한다. 걷기를 일상화하면 체내에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신체를 행복감에 젖게 하고 안정되게 만들어주는 뇌 전달 물질이다. 세로토닌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더욱이 숲에는 우리 몸을 활성화시키는 수없이 많은 건강물질과 환경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정과 집중을 주고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는 약 21%의 산소가 포함되어 있다. 인간은 약 18%의 산소를 숨을 통해 내뱉는다. 우리 몸은 약 3%의 대기 중 산소를 이용하는 셈이다. 숲에는 도심보다 약 2% 더 많은 산소가 존재한다. 숲의 공기는 산소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도심의 그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도시에서는 수많은 오염물질과 먼지로 인해 공기의 질이 좋지 못하다. 하지만 숲에는 나무나 나뭇가지, 나뭇잎 등이 먼지를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청정하다. 실제로 숲이 먼지를 걸러내는 효과는 풀밭의 100배나 되며, 잎이 넓은 활엽수 1㏊는 매년 무려 68t의 먼지를 걸러낸다고 한다. 또한 1리터의 도시 공기 속에는 10만~40만 개의 먼지가 있는 반면 숲 속의 공기에는 불과 수천 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숲에서의 걷기는 육체와 정신에 지대한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준다.

↑ [월간산]산음 치유의 숲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소나무숲에서 나무와 하늘의 기운을 받는 기 체험을 하고 있다. 숲 이용객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삶의 질이나 만족도에서 15%나 높게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결론은 숲이다. 숲이 호흡하기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숲에서는 의식적으로 깊게, 그리고 도심에서의 찌꺼기를 모두 내뱉는 심호흡을 해야 한다. 그러면 온갖 걱정과 근심은 사라지고 새로운 에너지와 기쁨이 충전될 것이다.

숲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2017년까지 5,000여 억 원을 투입해 산림치유 서비스 수혜자를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국에 산음·횡성·장성 3곳뿐인 치유의 숲 센터를 25곳으로 증원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충북 영동 민주지산과 전북 순창 용궐산, 전남 화순 만연산 등 지자체에서도 치유의 숲이 조성되고 있다.

글·박정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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