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색 물빛.. 녹색 풀빛.. 갈색 들빛.. 삼다도는 빛나는도다

2012. 9. 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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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뉴세븐원더스 재단에 의해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제주도가 국내외 관광객 급증으로 '원더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항공권과 객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동남아를 중심으로 제주여행 패키지 상품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13일 열리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 인증행사'를 앞두고 제주경찰항공대의 도움으로 헬기를 타고 제주도 동부지역의 속살을 하늘에서 구석구석 살펴본다.

제주경찰항공대의 11인승 헬기 Bell 212가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잠자리처럼 날아오른다. 한라산과 키 자랑을 하듯 헬기가 고도를 높이자 제주 시가지가 손바닥 만하게 보인다. 조종간을 잡은 오대섭(58) 경감이 물빛이 아름다운 함덕서우봉해변을 향해 기수를 돌린다.

하늘에서 만나는 함덕서우봉해변은 남태평양의 산호바다처럼 환상적이다. 하얀 백사장과 맞닿은 바다는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옥색에서 청색, 청색에서 남색으로 점점 짙어진다. 일곱 가지 색깔의 바다로 유명한 함덕서우봉해변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카약을 비롯한 해양레포츠의 보고.

제주도의 바다는 함덕서우봉해변과 김녕성세기해변 사이에 위치한 다려도에서 더욱 황홀해진다. 다려도는 2개의 섬과 10여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무인도. 물개를 닮아 '달(獺)여도'로 불렸던 섬 동쪽에는 하얀 무인등대가 앙증맞고 옥색바다와 검은 바위가 어우러진 바다는 한 폭의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해안선을 따라 비행하던 헬기가 구좌읍의 행원리 상공에 이르자 땅과 바다에 뿌리를 내린 24기의 풍력발전기가 바람개비처럼 원을 그리며 반긴다. 행원리와 잇닿은 이국적인 풍광의 월정리는 최근 카페촌으로 유명해진 곳. 제주올레길을 걷던 국내외 올레꾼들이 허름한 카페에서 차를 즐기면서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외국의 관광지와 다름없다.

문주란으로 유명한 란도를 지나자 우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우도는 이생진 시인이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고 노래했던 섬. 종달리 해안에서 보면 가랑잎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늘에서 보는 우도는 초록물감으로 채색한 거미집을 닮았다.

이생진 시인이 '파도에 부서진 영혼의 분말'이라고 노래한 서빈백사(西濱白沙)를 비롯해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검멀래 해수욕장도 선명하다. 우도봉(132m) 아래 깎아지른 절벽 속에 위치한 해식동굴은 거대한 고래가 살았다는 경안동굴. 수면에 반사된 태양이 동굴 천정에 비쳐 둥근달처럼 보인다는 해식동굴의 위용도 하늘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우도를 한 바퀴 돈 헬기가 곧장 성산일출봉을 향해 날아간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성산일출봉은 사발 모양의 평평한 분화구. 99개 바위봉우리에 둘러싸인 원형경기장 형태의 성산일출봉은 초록색 풀밭이 드넓게 펼쳐져 바다나 정상에서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성산일출봉 뒤편의 섭지코지는 드라마 '올인'으로 유명해진 관광명소. 최근에는 500여종 4만8000마리의 해양생물을 전시한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문을 열어 제주의 바다 속을 육지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성산일출봉울 한 바퀴 돈 헬기가 드디어 구름 속에 꼭꼭 숨은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제주도의 날씨는 한라산을 경계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날씨가 확연하게 다르다. 제주시가 쾌청한 날에도 한라산 너머 서귀포시는 장대비가 쏟아져 제주에 사는 사람들조차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고 한다. 짙은 구름을 피해 헬기가 '오름의 왕국'으로 불리는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구름 틈새를 비집고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화산섬인 제주도의 이색풍경은 오름 사이로 펼쳐지는 드넓은 들판.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현무암 돌담이나 삼나무에 둘러싸인 제주도의 밭은 하나같이 검은색이다. 당근 감자 등 수확이 끝난 밭은 모양새가 제각각이라 거대한 설치작품을 보는 듯하다. 기하학적인 곡선에 둘러싸인 밭은 바다를 향하기도 하고 오름을 둘러싼 채 중산간을 오르기도 한다.

하늘에서 보는 오름의 풍경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작고한 사진작가 김영갑이 평생을 올랐던 용눈이오름을 비롯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따라비오름, 분화구 깊이가 백록담과 비슷한 다랑쉬오름, 영화 '이재수의 난'을 촬영한 아부오름 등이 주마등처럼 흐르더니 한라산 자락의 천연림이 초록융단처럼 펼쳐진다.

드디어 헬기가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동쪽의 성판악코스 상공을 오르던 헬기가 한라산보다 높은 해발 2000m까지 고도를 높였지만 구름 속에 숨은 백록담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헬기 아래로 구름이 빠른 속도로 흐른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관음사코스와 어리목코스가 구불구불 한라산을 오른다.

한라산을 주유하던 헬기가 아쉽게도 백록담 유람을 포기하고 하강을 시도한다. 순간 아쉬움을 달래주듯 해발 1169m 높이의 어승생오름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승생오름 분화구의 둘레는 250m. 분화구는 최근 내린 폭우로 빗물을 담고 있다.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한라산의 눈물방울이 흘러내려 고인 듯 어승생오름의 분화구가 한라산 품에 안긴 채 제주도의 신비를 담고 있다.

제주도=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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