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 그들은 왜..

2012. 9. 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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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 두 번은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팻말을 매고 미니 앰프로 찬송가를 틀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시민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거나 때로는 앞에서 행동을 따라 하면서 비꼬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교회를 다닌다는 한 시민은 기자에게 저것은 진짜 기독교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외국인들은 이런 풍경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들 옆에서 물건을 판다는 한 상인은 "장사에 지장이 있어 소리를 줄여달라고 말해도 돌아오는 건 험한 말뿐이다. 경찰이나 구청에 신고를 해봐도 아무런 대응이 없다."면서 불편을 호소했다. 명동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런 상인들과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 인근 경찰서에서는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오지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게다가 종교적인 문제라 민감한 측면이 있다"고 밝히면서 이들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목적으로 전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쓰여진 팻말을 매고 명동을 돌아다니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봤다. 이들은 자신들을 엘림 선교회 소속이라 밝히며 기자를 명동 성당 근처에 있는 상가로 안내했다. 명동 거리 외곽에 있는 엘림 선교회 사무실은 허름했다. 올라가는 계단부터 엘림 선교회 사무실을 알리는 간판까지 관리가 안 되어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1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의자 몇 개와 책상 하나, 전도를 위한 앰프와 팻말들로 꽉 차 있었다.

엘림 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원경 전도사는 "교회의 후원 없이 운영되다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이 많다. 자비로 운영하다보니 신용 불량 상태가 됐다. 선교회 인원이 10여명인데 이들을 재울 곳도 없다."고 말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들의 외침으로서 한 명이라도 더 교회를 다니게 하는 것이 전도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상인들이나 시민들이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극적인 문구도 크기를 줄이고 소리도 작게 하고 다닌다."고 말하면서 상인들이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도사는 다른 선교 단체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토요일마다 어떤 사람들이 무리지어 명동에 오는데 3시간 동안 찬송을 크게 불러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난리다. 이들 때문에 싸잡아 욕을 먹는다. 나도 이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려도 소용없다."고 말하면서 시민들이 비난하는 행위는 사실 다른 단체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선교 행위는 기독교적으로도 맞는 일일까. 더함공동체교회 이진오 목사는 이런 전도 행위가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선교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일이어야지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협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종교라는 이유로 넘어간다면 부끄럽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시민들의 반감에 대해 "기독교가 좋은 이미지였다면 시민들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기독교 자체가 시민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불쾌해하고 반감을 가지는 것이다."라면서 이 문제가 엘림 선교회의 문제만이 아닌 기독교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줄 자유 또한 없다. 기독교 내부에서 그들을 막지 않는 한 그들은 오늘도 또 내일도 거리로 나갈 것이다. 기독교 인구가 나날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진정한 선교를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기독교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박이삭/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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