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우리 맛] 호두

천안 2012. 9. 1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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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속이 꽉~찰수록 과묵하답니다

호두. 고소한 맛도 맛이지만 오메가-3 등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건강식품이다. 이 호두가 제철을 맞았다. 국내 최대 호두 산지인 충남 천안 광덕면 호두나무에는 호두 열매가 가지가 휘청할 정도로 매달렸다. 광덕면에서는 10일부터 호두 수확을 시작했다. 천안호두생산자협회 이종근(54) 회장은 "탈피와 세척·건조 과정 등을 마치고 나면 올해 햇호두는 오는 20일쯤부터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호두 열매는 초록색 빛깔만 빼면 작은 복숭아처럼 생겼다. 왜 호두를 한자로 '오랑캐 복숭아'라는 뜻의 '호도(胡桃)'라고 하는지 보면 이해가 된다. 과육이 익어 벌어지기 시작하면 장대로 흔들어 떨어뜨린다. 키 큰 나무가 꽤 많아서 사람이 타고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잦다. 거적을 덮어두거나 물에 오래 담가두면 단단하게 붙은 과육이 삭는다. 이때 탈피(脫皮) 기계에 넣어 돌리거나 작은 몽둥이로 과육을 깨뜨리면 우리가 흔히 아는 호두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분리한 호두를 세척해 햇볕 또는 건조기에 말리면 비로소 판매 가능한 상태의 호두가 된다. 이 과정이 열흘쯤 걸린다.

우리 선조들은 호두를 과육 그대로 먹거나 설탕물에 버무려 기름에 튀겨낸 정과(正果)로 만들어 먹었다. 조선시대 왕실에선 잘게 다진 호두와 암소 젖인 타락(駝酪)을 넣고 끓인 죽을 보양식으로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호두는 크기에 따라서 가격이 매겨진다. 광덕에서 생산되는 호두는 지름이 30㎜ 이상이면 상품(上品), 24~30㎜면 중품(中品), 24㎜ 미만이면 하품(下品)으로 분류된다. 광덕 호두의 경우 1㎏당 상품 호두는 2만5000원, 중품은 2만원이다. 하품은 광덕 호두 이미지 제고를 위해 따로 팔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크기가 클수록 높이 쳐주지만, 광덕마을에서는 중품을 더 선호합니다. 상품보다 중품이 더 고소하고 알이 꽉 차 있거든요."

호두 수확철 가장 골칫거리는 청설모이다. 청설모가 날카로운 이빨로 동그랗게 파서 고소한 속만 빼먹고 껍질만 남은 호두가 호두나무 아래 널려 있다. 광덕마을에서는 마리당 1만원씩 줘가면서 청설모를 잡지만, 공주 등 주변 지역 청설모들까지 '원정'을 온단다. 이 회장은 "공주가 밤으로 유명하지만, 밤은 뾰족한 가시가 있어서 청설모들도 쉽게 껍질을 벗기지 못하는 데다 맛도 호두가 월등하니 몰려오는 듯하다"고 추측했다.

호두는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으면서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은 다량 함유했다. 특히 고혈압·뇌졸중·중풍 등 성인병 예방·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 알파리놀렌산 함량이 견과류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호두 다음으로 많다는 피칸보다 8배 더 많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최근 "호두를 매일 1.5온스(약 42.5g) 섭취하면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공식 승인했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줄이고, 남성 정자의 질을 개선해준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호두는 껍질을 까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더 신선하다. 흔들었을 때 속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속이 꽉 찬 느낌이 나야 품질이 우수하다. 껍질에 구멍이 뚫렸으면 벌레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깐 호두는 골이 촘촘하고 연한 황갈색이 선명하면 고소하다. 고온다습한 곳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섭씨 0~3.3도에서 습도 55~65%인 환경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집에서는 쉽게 냉장보관하면 된다. 냄새를 쉬 흡수하므로 생선이나 마늘, 향신료 등 자극적이고 강한 향을 가진 식재료과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최장 12개월까지는 품질 변화 없이 보관할 수 있다.

광덕에서 나는 호두는 수량이 적어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태풍 피해로 수확량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천안호두생산자협회에 전화 주문하면 택배로 부쳐준다. (041)567-0383, 011-451-0515

[호두 더 맛있게 먹는 법]

호두를 대개는 그냥 먹지만, 더 맛있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꽤 있다. 쌈장에 된장, 두부, 다진 마늘, 꿀 등과 함께 호두를 다져 넣으면 훨씬 더 고소하다. 비빔밥에 잣 대신 넣어도 괜찮다. 각종 채소를 섞은 샐러드에 호두를 얹으면 훨씬 풍성한 맛과 영향을 즐길 수 있다. 샐러드에 호두와 함께 사과를 얹으면 더 맛있다. 구수하고 기름진 호두와 새콤달콤한 사과의 맛 궁합이 훌륭하다.

호두를 주스로 마실 수도 있다. 호두와 함께 당근, 토마토 따위 채소와 우유, 생수, 꿀 등을 믹서기에 곱게 간다. 냉장고에 차게 식혀 마시면 더 좋다. 와인을 마실 때 안주로 즐겨 먹는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서양에는 호두를 박아 넣은 치즈가 출시돼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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