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불경 조사하다 "이게뭐지?" 뒷면에..

신준봉 2012. 9. 1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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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군기수목' 발견

수십 년간 사찰 서고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던 불교 서적이 알고 보니 조선시대 군사 기밀을 담은 사료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햇빛을 보게 된 사료는 '강화부 부상각진보상각돈대상 각양군기잡물수목(江華府 府上各鎭堡上各墩臺上 各樣軍器雜物數目)'. 줄여서 '강화도 군기수목(軍器數目)'이라 부르는 것으로 병인양요(1866) 발생 12년 전인 1854년, 강화도의 군사물자 현황이 기록돼 있다. 조선 말기의 해안방어 태세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군기수목이 발견된 사연은 이렇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ABC)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의 모든 사찰을 대상으로 소유 불교 서적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5년간 1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불교학술원은 올해 상반기 강원도 평창의 지암정사에서 1854년 작성된 『팔상록(八相錄·부처님의 일대기를 기록한 책)』 필사 언해본을 조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불경이 적힌 책의 뒷면이 정연한 서체의 한문 문장들로 가득한 점을 발견한 것. 애초 군 기밀문서였던 것을 재활용해 『팔상록』을 적은 것이다. 질 좋은 종이가 귀하던 시절, 군사기밀을 적은 공문서는 훌륭한 '이면지'였던 셈이다.

 군기수목에는 강화부(府) 전체의 군기(軍器) 상황뿐 아니라 각 진보와 돈대, 4영(營) 등에 배치된 무기와 군수 물자 현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가령 초지돈대에는 화약 300근(약 180㎏), 대조총(大鳥銃) 10정과 연환 1998개, 불랑기(佛狼機)라고 부르는 대포 10문 등이 배치돼 있었다. 또 당시 강화부 전체가 보유한 화약 총량은 6만6400여 근(약 39t 800㎏)에 달했다.

 국방대학원 노영구 교수는 "강화도 군기수목은 19세기 강화부의 방어 태세를 알려주는 첫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신준봉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jsh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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