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입 '논술 난이도' 오리무중.. 교과부 "쉽게 출제" 지시했지만 대학들 준수 의문

2012. 8. 2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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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도 독해를 못하는 지문이 등장하고 수학교사도 못 푸는 수학문제가 출제되는 황당한 대입 논술 출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근본대책 없는 땜질처방만 내놓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교과부의 장담처럼 올해는 논술이 고교 과정 수준에서 출제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이 설사 올해 논술을 쉽게 출제하더라도 또 다른 변별력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면접고사를 강화하는 변칙을 쓰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학들은 입시가 시작되고 난 뒤에야 뒤늦게 개입하는 교과부의 논술 난이도 지침에 입시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교과부는 22일 서울소재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대입논술-공교육 연계방안'을 논의했다. 교과부는 이 자리에서 고교 교사들을 논술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논술 지문과 문항을 검토하도록 대학들에 주문했다. 최근 주요대학 논술고사에서 고교과정에서 벗어난 문제가 출제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지켜지지 않았던 교과부의 방침이 올해는 지켜질지 의문이다. 2012학년도에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논술을 쉽게 낼 것을 권고했지만 대학들은 이를 무시했다. 교과부가 나서서 고교 과정을 넘어서는 수준의 논술 고사를 출제하면 입학정원을 줄이는 등 제재하겠다며 엄포를 놨지만 말뿐이었다. 대학들은 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논술고사를 까다롭게 출제하는 경향을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도 논술고사를 앞두고 교과부가 새로운 방침을 내놓자 대학과 수험생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소재 S대 입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 입장에서는 느닷없는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말뿐이고 각종 규제로 옭아맨다"면서 "규제를 할 때도 즉흥적이어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K대 입학 관계자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논술을 어렵게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만약 논술을 쉽게 출제한다면 변별력을 위해 면접 등 반드시 어려워지는 부분이 생기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입시혼란을 자초한 건 이뿐만 아니다. 학교폭력을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교과부의 방침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하지만 교과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항을 기재하라는 지침을 따르지 않는 교육청을 상대로 특별감사에 착수하는 등 입시는 뒷전이고 보혁 대결에만 집착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가 교육적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데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입시를 통한 학교폭력 근절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교과부의 진보교육감들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학생부의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대부분 입학사정관들은 사실상 학생부의 학교폭력 기재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겉으로는 학교폭력의 입시 반영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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