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얘기야!" '응답하라1997', 제대로 '통'했다①

입력 2012. 8. 22. 08:44 수정 2012. 8. 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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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린 기자]토니 오빠 부인을 꿈꾸고, 다마고찌를 키우고, '별은 내 가슴에'에 열광했던 그 때. 하이텔을 하면서 전화 요금을 걱정하고, 수능을 잘보라며 소나타 차량의 S를 떼어내고, 맘에 드는 이성에게 설레며 삐삐 메시지를 남겼던 그 때.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이 2012년 현재,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한층 세련된 아이돌과 최첨단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이제 막 각박한 경쟁 사회에 편입한 20대 후반~30대 시청자들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tvN '응답하라 1997'은 이렇게, 일상에 찌들어있던 N세대를 제대로 '소환'했다.

지난달 시작해 반환점을 돈 이 드라마는 1997년, 학창시절을 보낸 N세대를 본격 타깃으로 삼아 '맞아 맞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꼼꼼한 시대 재현과 여전히 가슴 두근거리는 풋풋한 로맨스를 살짝 버무려 기가 막힌 '향수 상품'을 만들어냈다. 귀에 익숙한 1990년대 히트곡에, 구수한 사투리로 브라운관을 휘젓는 아이돌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영화 '써니'가 1980년대의 여고생을, '건축학개론'이 1990년대 대학생을 불러들이며 큰 히트를 친 이후, 1980년생들도 이 향수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홍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클럽 '밤과 음악사이'를 드나들며 1990년대 음악을 추억하던 이들은 곧장, TV 앞에 몰려들었다.

# '치밀, 꼼꼼' 시대 재현 "아! 그땐 그랬지"

이 드라마의 미덕은 1990년 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의 감성과 디테일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것이다. 두터운 영한사전을 베고 누워 삐삐를 만지작거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복고 그 자체이며, 새벽녘 은행 앞에서 클럽 H.O.T를 위한 입금증을 받으려 기다리는 모습은 기존 한국드라마는 절대 캐치해내지 못했던 디테일이다.

이 시절에 돋보기를 화끈하게 들이댈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의 확신 덕분. '건축학개론'의 흥행과 홍대 인근에서 90년대 음악을 틀어주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클럽 '밤과 음악 사이'는 1990년대 문화가 가진 상품성에 확신을 더해줬다. 이명한 CP는 "90년대 문화는 지금도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홍대에 있는 '밤과 음악사이'와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을 보면서 90년대 문화의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의 시대 재현은 매우 치밀하다. 클럽 H.O.T 회원들의 우비, 브로마이드, 스크랩을 공수한 실제 소품에, 경상도 출신 배우들의 리얼한 사투리, 부산 사람들 특유의 화끈한 성격이 꼼꼼하게 그려진다. '까리봉삼', '까대기', '깡X' 등 부산에서 실제 쓰는 비속어들도 대거 등장한다.

서인국은 "요즘 사람들이 너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정신 없이 살고 있는데, 낭만적인 90년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꼽았다. 은지원도 "예전에 7080 열풍이 불었듯 현재의 2~30대들이 자신의 한창때를 추억할 수 있는 게 이 드라마의 성공 비결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극중 소품은 배우들에게도 반갑다. 서인국은 "나도 드라마를 찍으면서 다마고찌 같은 아이템을 보면,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말했다. 은지도 "아버지가 PCS폰과 삐삐를 쓰셔서, 나도 삐삐에 메시지를 남겨봤었다. 그때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극중 주인공들이 열광하는 젝스키스의 실제 멤버였던 은지원의 소감은 남다를 터.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자신도 잘 몰랐던 팬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좋아하는 연예인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이 있었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 '두근 두근' 성장기 "시대불문 풋풋 로맨스"

1세대 아이돌의 팬이 아니었어도, 부산이 고향이 아니었어도 이 드라마가 주는 재미는 크다. 극의 중심이 되는 시원(은지 분)과 윤제(서인국 분)의 로맨스에 또래 친구들과의 소소한 마찰과 우정, 가족들과의 끝없는 갈등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친듯이 열정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한, 남학생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욕설과 발길질을 해대는 시원은 당시 평범한 여학생들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윤제는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무뚝뚝하지만 좋아하는 여자에게만은 관대한 전형적인 인기남이다. 여기에 말많은 친구, 툭하면 좋아하는 남자가 바뀌는 친구, 야동을 밝히는 친구, 동성에 관심있는 친구가 더해진다.

절친했던 두 친구가 각각 H.O.T와 젝스키스를 좋아하면서 사이가 멀어지거나, 동성에게 호감을 품어 괴로워하는 에피소드는 당시 고등학교에 흔히 있었던 일. 이명한 CP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보면 동성에 대한 호감을 품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런 경험, 그럼 감정을 풀어낸 것이다. 호야가 맡은 강준희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응답하라 1997'의 현실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 드라마의 장점도 백분 발휘, 소재 영역도 대폭 넓혔다. 시원은 부모님의 성관계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고, 학찬(은지원 분)은 에로 비디오 편집에 천재적 기질을 보인다. 학찬과 첫날밤을 치르기로 결심한 유정(신소율 분)은 데이트일과 자신의 생리일이 겹치자 고민을 거듭한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90년대 음악도 이 풋풋한 성장담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짝사랑씬에선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이, 데이트씬에선 토이의 '그럴 때마다', '좋은 사람', 젝스키스의 '커플'이 깔린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예전의 순수했던 감성을 되살린다.

특히 윤제가 그리는 짝사랑 스토리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극중 윤제가 구박하듯 시원의 얼굴을 쓸어내리는 장면은, 많은 여성들이 가장 부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태. 은지는 "사실 실제로 당하면 기분은 나쁘다. 메이크업도 번진다"면서도 "남녀 사이에 두 사람만 통하는 습관이 있는 건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 "윤제는 많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무뚝뚝하면서도 자상한 남자다. 나도 이제껏 본 드라마 캐릭터 중에 윤제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제 드라마는 2막에 접어드는 중. 삐삐를 사용하던 주인공들은 PCS폰을 가졌고, 교복을 벗고 SES 헤어스타일을 했다. 선생님이었던 태웅은 아이라이크스쿨 사이트를 만들어 부자가 됐고, 러브라인은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촬영은 거의 막바지 단계. 주연배우들은 쏟아지는 호평에 힘입어 연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서인국은 MBC 주말드라마 '아들녀석들'에 캐스팅돼 표준어로 연기를 할 예정이고, 은지도 드라마 미팅이 쇄도하고 있어 차기작을 곧 정할 예정이다. 은지원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런데 시놉시스가 많이 안들어오더라"며 웃었다.

벌써 시즌2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신원호 PD는 "여러가지 생각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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