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격으로 끌려간 부자 ..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정강현 2012. 8. 2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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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위원회, 22만 명 증언 공개

아버지는 강제징용 노동자였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겨울, 일본 홋카이도 아사지노 비행장으로 끌려갔다. 아버지가 염려된 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띄웠다. 그러나 이듬해 아들도 징용 길에 올랐다. 규슈의 탄광에서 오사카의 기관차 회사로 옮겨다니며 고된 노역을 했다. 서른여섯 아버지와 열일곱 아들은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일제의 강제 노동을 견디고 있었다.

 아버지도, 아들도 일본에선 다케다(竹田)로 불렸다. 아버지의 이름은 전해평(1907~43), 아들은 우식이었지만 한글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순 없었다. 43년 겨울,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강제 노동으로 몸을 혹사한 탓이었다. 아들은 해를 넘기고서야 아버지의 시신을 찾아 아사지노로 갔다. 아버지의 시신은 눈 속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상태였다. 아들은 얼어붙은 시신에 휘발유를 붓고 아버지를 화장했다. 45년 해방을 맞아 아들은 조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버지는 영영 돌아올 수 없었다. 아들 우식(86)씨는 "징용으로 내 청춘도 아버지도 잃었다"며 가슴을 쳤다.

 국무총리 직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장 박인환·이하 지원위원회)는 2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관련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 39만여 점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자료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S타워 지하 6층에 있는 198㎡ 규모의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수장고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장고에는 ▶강제동원 피해신고 및 심의결정조서 23만여 점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급료명세서 등 문서 3000여 점 ▶구술자료 2200여 점 등 강제징용 관련 자료 및 전시물 39만9000여 점이 보관돼 있다.

 특히 이날 일본 조선총독부에 의해 작성된 '징용자 명부' 379권도 공개됐다. 이 명부에는 ▶본적 ▶성명 ▶생년월일 ▶종사해야 할 업무 ▶징용 기간 등 징용 대상자의 개인 정보가 적혀 있다. 예컨대 45년 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미토모 아카비라 광업소의 귀선자 명부에는 징용 대상자 1024명의 인적 사항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38년부터 45년까지 약 780만 명의 조선인을 강제 노동에 동원했다. 이 가운데 약 180만 명이 일본·사할린·만주 등 해외 노역장으로 끌려갔다. 지원위원회 측은 "위원회가 확보한 징용자 명부를 통해 약 8만 명의 해외 징용 피해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4년 일제강점하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발족한 지원위원회는 강제 징용 진상 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7년여 동안 약 22만 명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자료를 수집했다. 전쟁터·탄광 등에서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쓴 일기나 수필·편지 등도 수집됐다. 42년 오유바리 광업소로 강제동원된 강삼술(1919~2004)씨는 당시 탄광 노동을 하면서 고된 생활상을 가사 형식의 글로 남기기도 했다. '조선땅의 우리집은/저녁밥을 먹건만은/…/여기나의 이내몸은/수만길 땅속에서/주야간을 모르고서/이와같이 고생인고/…'

 이날 수장고 공개 행사에는 마이니치·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도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박인환 위원장이 "강제징용은 일본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언급하자 일본 취재진이 "정부의 공식 의견이냐"며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내년 부산에 일제강제동원역사기념관을 개관할 예정"이라며 "위원회가 보관 중인 각종 기록물과 증빙 자료가 일반에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강현.송지영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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