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실 인터뷰 김창수 "동료들이 만들어 준 메달에.."

|황민국 기자 입력 2012. 8. 17. 06:03 수정 2012. 8.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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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릿빛 메달이 저에겐 가장 소중해요. 동료들이 만들어 준 선물이니까요."

올림픽축구대표팀 수비수 김창수(27·부산)의 가슴은 여전히 웸블리에 남아 있었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한국 축구의 올림픽 첫 메달. 그 소중한 결실이 자신의 목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했다. 16일 서울 중구 저동 백병원 병실에서 만난 그는 고통스러운 수술에 다소 수척해졌으나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태극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데, 관중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제 목에 메달이 살포시 올라오는 순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인생에서 이런 날이 또 올까요?"

김창수의 지난 한 달은 믿기지 않는 일의 연속이었다. 런던행부터 극적이었다. 중앙수비수 홍정호(23·제주)의 부상 낙마와 이정수(31·알 사드)의 차출 불발이 이어지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창수는 시쳇말로 미친 듯이 뛰며 불안하던 홍명보호의 수비를 살려냈다. 특유의 활발한 오버래핑은 덤이었다. 평가전에서 조금씩 믿음을 주더니 멕시코, 가봉, 스위스전 맹활약으로 조별리그 통과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저런 선수가 어디에 숨어있었나''왜 그를 일찍 발탁하지 않았나'는 등 팬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이었다. 김창수는 "그저 제 몫만 했을 뿐인데 칭찬이 쏟아졌다"고 즐거워 했다.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이번 올림픽의 고비 중 하나였던 지난 5일 영국과 8강전에서 그만 다치고 말았다. 전반 7분 영국 미드필더 조 앨런에게 걸려 공중에 떴다 떨어지며 손을 잘못 짚어 오른팔이 골절되는 큰 부상이었다.

부상에 쓰러진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진한 동료애였다.

"팔이 '뚝 부러졌을 때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홍명보 감독님이 '끝까지 같이 가자'고 붙잡으시더라고요. 저 대신 뛴 (오)재석(23·강원)이는 '형한테 꼭 메달을 안길게요'라고 약속하더군요."

그 약속은 실제로 이뤄졌다. 운명처럼 만난 일본과 벼랑 끝 동메달 매치에서 홍명보호는 박주영(27·아스널)과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의 릴레이골로 2-0 승리를 거둬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이뤘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김창수의 눈가에도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감동은 딱 그 경기까지였어요. 애들이 기쁘다고 달려드는데, 솔직히 좀 아프더라고요. 안기만 했나요? 라커룸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데 또 다칠까봐 무서워서 구석에 숨어만 있었죠. 김태영 코치님도 얼굴에 멍 드는데 세상에…."

하지만 당시 고통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즐겁기만 하다. 하루 뒤 런던 웸블리 구장으로 이동해 시상식에 오른 그는 곁을 지나던 홍 감독이 "팔은 다쳤어도 동메달을 땄으니 괜찮지?"라고 던진 농담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목표를 이뤘으니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

물론, 올림픽 동메달이 그의 종착점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뛰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8주 진단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올 시즌은 끝났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래도 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선수는 뛸 때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엔 절 올림픽에 보내주신 (부산)안익수 감독님에게 보답할 차례입니다. 그러다보면 브라질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꼭 믿고 기다려주세요."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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