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사람]금빛 물결 흐르는 강변, 비단강 숲마을

2012. 8. 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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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상류의 청정지역에 자리한 비단강숲마을은 다슬기, 빠가사리 등이 많이 나고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일도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

봉화산 줄기가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 안고 있는 충북 영동군 양산면 수두리의 비단강숲마을 전경.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직접 펜션과 초가집 등을 지어 천혜의 환경을 살리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더하고, 마을주민 50여명이 공동운영하고 있다.

금강의 물결이 햇살을 받아 비단결처럼 너울거린다. 충북 영동군 양산면 수두리의 비단강숲마을은 봉화산 줄기가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 안고 있는 순수 자연마을이다. 삶은 풍경을 닮는다고 했던가. 천혜의 자연 풍광이 둘러싸고 있는 이 마을은 예부터 인심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비단강숲마을은 영동군 양산면 수두리의 금강변 자락에 앉아 있는 강변마을이다. 마을 앞으로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마을은 금빛 물결이 따라 흐르고, 때 묻지 않은 청정의 숲에는 오랜 세월의 이끼가 숨을 쉰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금강을 따라 걸으면 푸른 들녘이 펼쳐진 마을 초입이다. 마을 들머리에 삼국시대부터 서 있었던 봉화산의 봉수대가 눈길을 끈다.

금빛 비단물결 흐르는 순수자연마을

비단강숲마을의 남상환 마을운영위원장(57)은 "해마다 10월에 봉수대에 불을 피우며 수두리 녹색농촌체험관 일원과 마을 앞 금강 주변에서 봉수대 축제를 펼칩니다. 신라시대 봉수대 원형을 복원하여 봉화산 봉수대에서는 점화 재현을 합니다. 옛 전통의 풍습을 살려 떡메치기도 하고, 연도 날리고 마을주민들이 모두 모여 풍물도 하고, 직접 주민들이 나서서 마당극을 펼치기도 합니다"라며 마을 소개를 시작한다. "우리 마을은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인 가치는 물론이고 산과 강, 그리고 평야가 조화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합니다. 특히 일조량이 풍부하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서 농산물 수확이 좋고, 과일도 당도가 높아 이미 명품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요즘 같은 포도 수확철에는 많은 외지인들이 직접 포도를 따러 옵니다."

금강 상류의 청정지역에 자리한 비단강숲마을은 다슬기·빠가사리 등이 많이 나고 사과·배·포도·복숭아 등 과일도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직접 포도밭에서 포도를 수확하던 체험객들이 커다란 포도송이를 들고 연신 즐거워한다. "사실 포도를 직접 따본 것은 처음인데, 조금 덥기는 하지만 매우 색다른 경험입니다. 커다란 포도송이가 참 먹음직스럽지요. 마을주민들의 따듯한 인심만큼이나 알맹이도 크구 단맛이 최고인데요."

특히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것이 바로 뗏목타기.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워하는 뗏목타기는 사람 키보다 큰 장대로 뗏목을 저어 금강을 거슬러 오르내리는데, 잊혀진 옛 풍습을 경험하는 이색체험으로 인기가 높다. 여름 휴가지로 마을을 찾은 이들은 다슬기를 직접 잡고 과일을 수확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길고 긴 여름의 땡볕도 즐길 만한 표정이다.

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프로그램은 뗏목타기다. 사람 키보다 큰 장대로 뗏목을 저어 금강을 거슬러 오른다.

뗏목 타고 물고기도 잡고 물장구도 치고

마을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고 있는 비단강숲마을의 사무장 이순실씨는 "우리 마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농촌 그대로의 순수한 생활을 체험으로 접목한 데에 있다"며 "강 상류에는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다슬기·쏘가리 등의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뗏목타기, 민물고기잡기, 떡메치기, 짚공예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자전거를 타고 강가로 나섰던 한떼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고기 잡이에 신이 난 아이들이 첨벙첨벙 물고기를 쫓는 모습이 즐겁다. 아이들은 뜰채를 강바닥에 밀어넣으며 열심히 물고기를 찾기도 하고, 그저 물고기 쫓는 재미와 물장구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얼마 뒤 강변에서는 또 다른 재미가 이어진다. 대나무 뗏목에 올라탄 어른들이 아이들만큼이나 즐거운 표정이다. 뗏목을 타고 노를 미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도, 그리 깊지 않은 물에 빠져 뗏목을 미는 사람도 모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몇 해 전부터 비단강숲마을은 이색적인 농촌마을로 도시민들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고 있다. 이 마을은 전국 체험마을 평가에서 항상 3위 안에 드는 곳이다. 특히 이 마을은 농산물 판매와 농촌관광 체험을 통해 연간 5억여원의 소득을 창출하는 등 모범적인 체험마을로 매년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60대 이상의 주민이 만든 최고의 부락

사실 비단강숲마을은 원래 사과·복숭아·포도 등의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전형적인 농촌부락이었다. 그러나 주민 대다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점차 나이가 들어 농사짓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이때 떠올린 것이 체험마을. 마을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아 순수자연과 농촌체험을 테마로 한 농촌체험마을을 꾸미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2007년부터 '잊혀져가는 옛날 농촌을 다시 복원해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봉화산 봉수대를 복원하고, 마을길도 정비하고,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게끔 온 주민이 힘을 합쳤다.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금강변 하이킹을 하는 관광객들.

휴가철 피서객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마을주민들은 "우리 마을은 어릴 적 찾아가던 시골 외갓집처럼 정이 넘치고 푸근한 인심을 자랑합니다. 시골에 와서 정말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먹거리를 직접 먹어보면 우리 마을의 인심을 알 수 있어요"라고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주민들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수박, 고구마, 유기농 쌀 등 직접 재배한 수확물로 만든 먹거리를 제공한다. 마을을 찾는 이들과 함께 직접 인절미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인근 야산에서 채취한 약초와 산나물도 밥상에 올린다. 마을주민들이 재배한 유기농 쌀과 약초, 산나물 등을 버무린 '비단강 엄마밥'은 이미 별미로 이름이 나 있다.

이렇게 비단강숲마을은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직접 펜션과 초가집 등을 지어 천혜의 환경을 살리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더하고 마을주민 50여명이 공동운영하고 있다. 벌써 그렇게 시작한 것이 6년째다. 아직도 마을주민들은 처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정성껏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그 결과 이 마을은 지난해 '제1회 농어촌마을대상' 시상식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으며 숨은 진면목과 마을주민들의 노고를 외부에 한껏 알리기도 했다.

그 중 비단강숲마을의 성공 비결에서 최고로 꼽는 것이 바로 '친근함'이다. 60∼80세의 노인들이 손수 시골밥을 해 상차림을 내어놓고, 마을을 찾는 이들을 손님이 아니라 가족·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하는 것이다.

마을을 한 번 찾은 이들에게 이미 유명인사인 뻥튀기 할아버지 김용우씨는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뻥튀기의 옛맛을 전하고 있다.

마을을 한 번 찾은 이들에게 이미 유명인사인 뻥튀기 할아버지 김용우씨(86) 역시 이곳을 찾은 아이들에게 뻥튀기의 옛맛을 전하며 친손주처럼 대한다. "옛날에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이 뻥튀기가 제일로 맛있는 거였어요. 조금 있으면, 뻥하고 터질 테니까 모두 귀를 꽉 막아야 혀." 아이들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할아버지의 표정을 살핀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누렁니가 빛난다.

남 위원장은 "처음에는 농사는 농사대로 안 되고, 체험마을도 운영이 어려웠다"며 "그래서 농사는 농지은행에 맡기고 체험마을에 온힘을 쏟으면서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양한 체험시설과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해마다 2만여명의 도시민들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비단강숲마을은 잊혀져가는 옛 마을의 풍습과 도시민이 그리워할 만한 프로그램을 잘 엮어 즐거운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곳이다.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고, 아이들에게는 농촌을 경험케 하는 아름다운 강변마을의 풍경, 한 번 마을을 찾은 이들이 다시 이 마을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사진|이강 <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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