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빚내서 집 사면 하우스푸어 될 텐데.."

박관규기자 2012. 8. 1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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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완화에 시큰둥"젊은층 위한다면 장기임대주택이나 저리 전세대출 늘려야"

"전세로 살면 되지, 왜 빚까지 내 하우스푸어가 돼야 하나요."

중견기업 차장으로 근무 중인 김철훈(39)씨는 '대전족'(대치동 전세족) 생활 5년째다. 자녀가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는 지난해 4억5,000만원 전세로 계약했다.

강남권 집값이 많이 떨어져 3억원가량 대출을 받으면 32평형 아파트 매입이 가능하지만, 굳이 내 집을 마련할 생각은 없다. 그는 여유자금도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저축보다는 주식형 펀드나 비과세 적금으로 굴리고 있다. 그는 "집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빚으로 집을 장만하면 하우스푸어가 될게 뻔하다"면서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 (DTI)을 완화한다고 해서 집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빈사 상태에 놓인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20, 30대 직장인들의 DTI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내 집 마련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차라리 교육여건이 뛰어난 지역의 전셋집에 살면서 여유자금을 취미 활동과 노후 대비에 쓰겠다는 생각이다.

12월 결혼을 앞둔 김모(34)씨도 부모 지원에다 약간의 대출을 받으면 20평형대 아파트 구입이 가능하지만, 직장에서 가까운 서울 구로구의 84㎡ 규모 아파트를 전세로 구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전ㆍ월세 생활에 익숙해진데다 재테크 차원에서도 내 집을 장만할 생각이 없다. "이제 아파트는 투자가치가 없는 데다 은행에 매월 빚을 갚아가며 빠듯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그는 "젊은 층을 위한다면 DTI 완화보다는 장기임대주택이나 저리의 전세대출을 늘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20, 30대 젊은 층은 렌털하우스에 익숙한 세대다. 올해 초 부동산114의 설문조사에서도 30대 연령층의 87%는 '집을 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집을 구입하는 건 손해라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은행권도 젊은 층의 DTI 완화를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이다. 20, 30대의 현재 신용만으로 대출을 늘려주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이 있지만, 미래에 직장을 그만둘지 또 소득이 줄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설령 DTI를 완화해 대출 규모를 늘려주더라도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라 수요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20, 30대 직장인에 대한 DTI 완화가 부동산거래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구입은 기본적으로 투자의 개념이 동반되는 것이어서 기회비용 정도는 충당돼야 거래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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