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가능성 희박한데 소송 러시.. 왜?

고찬유기자 2012. 8. 1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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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중엔 연체해도 신용·금융 불이익 없어

작년 말 완공된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W아파트. 아직껏 계약자 절반이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시공회사와 중도금대출 은행을 상대로 분양대금반환 및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 소송 가구당 중도금과 잔금연체 규모는 평균 4억5,000만원. 이제 1심이 진행 중이라 승패를 떠나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소송 인원은 4,190명, 소송금액은 5,000억원. 집단대출 관련 인터넷 카페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관련 소송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몇 년이 걸려도 대법원까지 가자", "우리에겐 20곳 이상 관련 소송을 맡은 유명 변호사가 있다" 등 자문을 거쳐 언제든 소송에 뛰어들 태세다. 전문 브로커가 등장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설상가상 소송 급증의 방아쇠 역할을 한 부동산 경기는 살아날 기미조차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승소 확률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 분양계약해제소송과 함께 진행되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적어도 2년 이상 걸리는데, 지난해 4개 단지에서 벌어진 관련 소송에서 계약자가 모두 진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기반시설 미비 등으로 분양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분양계약해제) 그에 따른 은행대출 역시 계약자가 아닌 건설회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차피 질 싸움이 뻔한데도 소송에 뛰어드는 건 당장의 빚더미를 모면하려는 심리와 집값 하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억울함 탓이다. 실제 채무자의 연체정보 등록은 확정판결 전까지 미뤄져 소송 중엔 연체를 해도 신용등급이나 금융거래에 불이익이 없다.

문제는 패소할 경우다. 연체한 시점부터 소급해서 연체이자(연 20%대)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몇 년 뒤엔 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당장 눈앞의 급한 불을 끄려다 가계 전체를 태울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소송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도록 시중은행 창구 지도에 나선 것도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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