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큰 집이 싫다 .. 재건축·재개발 다운사이징 바람

황정일 2012. 8. 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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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시영, 85㎡형 넘는 중대형1076가구서 479가구로 줄여추가분담금 적어지고 일반 분양 늘어나 수익 증가

최근 재건축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익아파트. 기존 주택형보다 전용면적을 10% 정도만 늘리는 이른바 1대1 재건축안이 통과된 게 두어 달 전인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재건축안을 다시 만들고 있다. 141㎡형(이하 전용면적)에 사는 주민 60여 명이 재건축 이후 입주할 집을 지금보다 줄여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84㎡형에 사는 일부 주민도 더 작은 집을 갖고 싶어 한다. 이 아파트 이옥자 추진위원장은 "최근 관련법 개정으로 면적을 줄일 수 있게 됨에 따라 주민 의사를 반영해 조만간 재건축안을 다시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서울 성동구 옥수13주택재개발구역에선 조합원들의 이주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조합은 관리처분인가를 다시 받을 계획이다. 85㎡ 미만 중소형 아파트를 기존 1763가구에서 1896가구로 늘리는 대신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134가구에서 97가구로 줄이기 위해서다. 조합 측은 "사업이 다소 지연되겠지만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사업성을 높여 조합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이처럼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새로 짓는 집 크기를 줄이거나 아예 작은 집 위주로 아파트를 지으려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많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도 다운사이징(downsizing·크기를 줄이는 현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집을 넓혀 가기 위해 어떻게든 큰 집을 지으려고 했던 기존의 재개발·재건축 사업과는 정반대다.

 이런 현상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사이에서 작은 집의 인기가 높아진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구역에선 조합원 80% 이상이 59㎡형이나 84㎡형 등 중소형을 원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3구역 역시 조합원 2338명 중 93%인 2180명이 중소형을 선택했다.

 조합원에게 작은 집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우선 큰 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가분담금(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 추가로 드는 비용)이 적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분담금을 한 푼도 안 내거나 오히려 돈을 받고 입주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 도곡동 삼익아파트 141㎡형에 사는 주민이 새 집 면적을 지금보다 20% 줄여 110㎡대 아파트에 입주하면 추가분담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는 게 추진위의 설명이다.

 평면 설계 기술 발달로 집 크기를 줄여도 큰 불편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SK건설 설계팀 김한수 부장은 "요즘의 아파트는 서비스 면적이 넓어 전용면적이 같더라도 과거 아파트보다 실사용 면적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조합원이 대개 중·장년층이라는 점도 작은 집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J & 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재개발·재건축 대상지의 주택은 대체로 낡고 작아 젊은 사람이나 대가족은 거의 없다"며 "어차피 노부부가 사는데 굳이 넓혀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중대형 아파트로는 시세 차익을 남기기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종전에는 빚을 내 중대형을 배정받았더라도 소형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라 금융비용을 부담하고도 이익이 됐다. 하지만 요즘 중대형이 소형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 큰 집을 배정받았다가 되레 손해 볼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은 정해져 있으므로 집을 작게 만들수록 가구 수가 늘어난다. 늘어난 가구 수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증가해 분양수익이 많아진다. 사업의 채산성이 좋아지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이 당초 550여 가구였지만 작은 집을 늘리면서 900여 가구나 됐다. 늘어난 350여 가구 중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절반 정도를 59㎡형으로 일반분양할 것으로 보고 주변 시세(4억8000만~4억9000만원)를 감안할 경우 건축비 등을 제외하더라도 설계 변경을 통해 추가로 얻는 분양 수익이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작은 집을 일반분양하면 미분양 위험도 줄어든다. 요즘 분양시장에선 지역에 상관없이 중소형은 찾는 사람이 많다. 중대형은 외면당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 미분양 아파트 1698가구(6월 말 기준) 가운데 63%인 1084가구가 중대형이다. 현대산업개발 도시재생팀 허석회 부장은 "일반분양 물량이 미분양되면 건축비 등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조합이나 시공사에 모두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건설업체도 중소형 위주로 설계 변경에 적극적이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소형 주택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재건축 때 기존 주택보다 크기를 줄여 갈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는 것도 재개발·재건축의 다운사이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소형 주택의 편중 현상을 우려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는 "지난 10년간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은 1~2인 가구 증가라는 가족 구성 변화와의 미스매치를 가져왔다"며 "인구구조 변화와 부동산시장 침체를 감안한다면 중소형 선호 현상이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 obidiusjoongang.co.kr >

추가분담금

 재개발·재건축 때 신축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에서 조합원의 지분 가격을 뺀 비용을 말한다. 일종의 공사비 성격이다. 예컨대 새 아파트 조합원 분양가가 4억원이고 감정평가한 조합원 건물 및 땅(지분) 가치가 2억원이라면 추가분담금으로 2억원을 내고 입주해야 한다. 종전에는 조합원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중대형을 원했으나 요즘 중대형 분양이 잘 안 되자 소형을 선택해 추가분담금이 종전보다 다소 줄고 있는 추세다. 시공사들은 조합원들이 내는 추가분담금과 일반분양가 수익으로 전체 공사비를 내고 남는 금액으로 이익을 보는 구조다.

황정일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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