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뇌관된 '하우스푸어(집 있지만 과도한 빚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계층)'.. 집값 25% 더 추락땐 IMF충격 능가

김정훈 기자 입력 2012. 8. 3. 03:02 수정 2012. 8. 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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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주택대출 44조.. 집값하락 시나리오 긴급 분석] 하우스푸어들 '비명' - 전체 재산보다 빚이 많은 상황 번 돈의 40% 빚 갚는 데 써야.. 정상적인 소비활동 힘들어져 5년간 집값 25% 하락 땐.. - 금융권 부실 31조 더 늘어나 메가톤급 충격 가능성

2금융권 회사에 다니는 원모(42) 과장은 2006년 서울 중구에 있는 5억1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은행에서 2억5000만원을 빌렸다. 월 500만원 벌이에 이자만 매달 110만원 나간다. 원금은 한 푼도 갚지 못하면서 수입의 22%를 이자로 내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를 살 때만 해도 원씨는 3년(대출 기간) 동안 살며 집값이 뛰면 갈아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게걸음을 치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씨는 "옆 동에 4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는데 한 달째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더라는 애 엄마 말을 들으면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원씨와 같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딱한 사연은 이제 수도권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올해 6월 기준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3~5% 떨어졌고, 하락세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25% 하락, 외환위기 충격 능가"

주택 가격 급락은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3월 말 기준으로 은행에 원금 일부를 갚지 못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없는 위험한 주택담보대출(3월말 기준)이 44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시중 금융회사 전문가 74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5가지 위험을 물어본 결과 73%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라고 답했다. 올해 초 같은 조사를 했을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5대 위험 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반년 만에 '집값 문제'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사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개별 '하우스 푸어'들에겐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본지가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주택 가격 하락 시나리오'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주택 가격이 작년 말 대비 7% 하락하면 19만4000가구가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가구'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가구는 소득의 4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자산보다 빚이 많은 가구를 뜻한다. 한계가구의 급증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진다. 부동산 가격이 7%만 떨어져도 은행 빚 중 4조원이 새로 부실채권이 된다.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의 절반 규모다.

집값 하락과 하우스 푸어의 급증은 금융권 부실을 낳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준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하면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줄여 경기 위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향후 5년간 25% 추가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금융기관의 부실은 31조원가량 더 늘어나고, 한계가구는 현재보다 43만7000가구 늘어난다. 주택 가격이 현재의 75% 수준이 되면 하우스 푸어들은 과거 IMF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은퇴 앞둔 중산층에 대재앙 될 수 있어"

부동산 경착륙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 가장이 될 확률이 높다. A은행 임원은 "부동산 대출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상환 능력 대비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자만 내면 되는 대출로 집을 산 50대 장년층이 부동산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이자만 내던 가구가 원금 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이 49%까지 오른다고 분석했다. 버는 돈의 절반 가까이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셈이다. 아직까진 소득이 있어 버티고 있는 50대 중산층이 퇴직 후 부동산 시장 추락까지 겹치면 빚을 갚을 수 있는 통로가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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