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의학 드라마의 진화가 반갑다

2012. 7. 3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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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창우 기자]

의학드라마와 정치드라마는 장르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매우 흡사한 장면을 보이곤 한다. < 하얀거탑 > 장준혁이 개인의 욕망과 출세를 위하여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장면은 오직 권력만을 보고 내달리는 정치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최근 < 골든타임 > 에서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빠 환자를 등한시 하는 것도 국민의 민생보다는 각 정당의 이익에 몰두하는 일부 정치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MBC 월화드라마 < 골든타임 > 은 방영 초기부터 < 추적자 > 와 비교되곤 했다. 응급실을 배경으로 의료계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 골든타임 > 과 우리 사회 권력의 치부를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드러낸 < 추적자 > 가 상당히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환자를 두고도 병원의 이익을 생각하고, 생명과 돈이 같은 무게로 취급되는 현실이 드라마 속에서 재현될 때 우리는 분노를 느끼고, 그 분노는 자연스레 < 골든타임 > 속 '진짜 의사' 최인혁(이성민 분)교수를 향한 응원으로 이어진다.

병원 응급실을 소재로 한 MBC 월화드라마 < 골든타임 > .

ⓒ MBC

현실속으로 들어온 < 골든타임 > , 정치드라마로 커밍아웃?

아직 7회까지 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 골든타임 > 은 확실히 이전 의학드라마 보다는 훨씬 더 현실에 근접한 드라마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지난 30일 방영분에서는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정치드라마로 '커밍아웃'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 풍자와 대사들이 돋보였다. 이날 방영분은 결국 극 후반부 이성민의 내뱉은 한마디 대사를 위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중대병원에서 쫓겨난 최인혁 교수는 이날 죽음을 앞둔 교통사고 환자를 손수 응급처치한 후, 119와 함께 세중대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수술이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다른 과장들의 반대로 환자의 수술은 쉽게 진행되지는 못했고, 최인혁 교수는 다른 과장들에게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비난을 받았다. 그것도 오직 환자를 위하는 마음 때문에 말이다.

이미 최인혁 교수는 의사로서 제 할 일을 다한 상태였다. 응급처치를 했고, 손수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왔다. 남은 건 병원 의사들의 몫이었다. 수술을 진행하는 것도 그리고 수술에 책임을 지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환자의 위급함을 알고 있는 최인혁 교수는 모진 비난에 맞선 채 자신이 직접 수술대에 오른다. 다른 의사들을 기다리다가 환자가 잘못되는 것보다는 비록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집행하는 것이 그에게는 더 마음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환자를 국민으로 치환하면, 의사 최인혁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지도자와 정치인 그리고 리더십이 어때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매우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에 대한 비난쯤은 개의치 않는 최인혁 교수. MBC < 골든타임 > 속 한장면.

ⓒ MBC

지금은 '나쁜 것'과 '덜 나쁜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할 순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술을 진행하는 도중에 최인혁 교수가 던진 한마디는 < 골든타임 > 이라는 드라마를 더 이상 의학드라마라는 카테고리에만 가둘 수 없게 만들었다.

환자는 교통사고로 전신에 큰 부상을 입어 수습도 안되는 상태로 출혈이 너무 많았다. 수혈을 위한 피를 구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을 확인하자 최인혁은 "셀 세이버를 준비하라"고 결단을 내렸다. 여기서 셀 세이버란, 환자의 출혈된 피를 모아 세척한 후 다시 환자에게 수혈하는 방법이다.

위험이 뒤따르는 결정이었다. 셀 세이버를 시행할 경우 오염된 피가 환자 몸에 다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우(이선균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성민은 자기가 왜 셀 세이버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지 다음 대사를 통해 전달했다.

"의사로서 이순간이 나도 괴롭다. 하지만 지금은 나쁜 것과 좋은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쁜 것과 덜 나쁜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순간이야"

당장 수혈을 안하면 환자는 죽게되지만, 비록 위험이 있는 셀 세이버를 실시할 경우 최소한 지금 당장 환자가 죽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자연스레 추적자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강동윤의 당선이 확실시 되던 투표마감시각 6시, 최정우 검사가 내뱉은 말이었다.

"투표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야. 최악을 막기 위한 방법이지. 지금 투표소에 서 있는 사람들 모두 최악을 막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거야…"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선이라는 보기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최선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좋은 것'과 '최선'이라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당연히 '덜 나쁜 것'을 선택하여 최악의 상황은 면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에서 현실에서 그리고 또 병원 수술실 모두에서 통용된다.

최선이라는 선택지가 없다면 '나쁜 것'과 '덜 나쁜 것'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최인혁 교수. MBC < 골든타임 > 속 한장면.

ⓒ MBC

긴박한 수술 상황에서 선택한 최인혁 교수의 행동은 비단 의사로서의 결정만은 아니다. 그 대사 한마디 속에는 우리가 현실 속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기로에서, 그리고 우리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 행위 등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진리가 담겨져 있었다.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 골든타임 > 은 그 자체로서 의학드라마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험이다. 비록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는 이전 의학드라마보다 못할지라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이카루스의 추락(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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