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인천 신도시 집주인, '모든 걸 내려놨다'

2012. 7. 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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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투기로, 하우스푸어에게 탈출구 열어줘야

[이코노미세계]

부동산학에서 정부 정책 목적은 첫째가 서민주거 안정, 둘째 시장안정이다. 하지만 2006년 말부터 분양열기가 불붙기 시작한 인천지역 신도시의 경우 서민주거 및 시장안정 모두 실패다.

경기불황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의 장기불황이 계속되자 다양한 하우스푸어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며, 최근 부동산 대출에 대한 CD금리 담합이라는 악재도 만나고 있다.

이제 하우스푸어란 단어가 친숙할 만큼 부동산 투자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모든 걸 내려놨다"며 "물론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나선데 대해 책임을 면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탈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하락 직전 전국에서 가장 유망한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하우스푸어들의 늪으로 자리한 인천(송도, 청라, 영종도) 지역에서 생애 처음으로 한 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하우스푸어를 만나 투자초기부터 현재까지의 그 속내를 들어 봤다.

단 한번의 투기? 하우스푸어로 전락

국내 10대 기업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47)는 중학교 3학년 아들 한명을 둔 중산층 맞벌이 부부다. 두 부부의 한달 수입은 600여 만 원. 하지만 이 단란했던 가정은 지난 2007년 인천 송도에 57평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대표적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평생을 살면서 단 한번도 투기나 투자도 한번 해 본적이 없던 A씨는 작심하고, 당시 주목을 받았던 인천 송도의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8억7000만 원의 분양가 아파트 당첨이후 20%는 계약금으로, 중도금 60%는 은행 집단대출로 충당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미국의 리먼 사태 발생 후 급격한 금리 인상 때 350여 만 원의 이자를 지불하기도 했다.

최근엔 금리가 낮아져 원금과 이자만 240여 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A씨는 아파트 당첨이후 기존 주택을 어렵게 매각, 현재 인근 지역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입주 잔금을 치뤘다. 하지만 이자 부담으로 미래를 위한 저축과 노후 준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약 없는 지출을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다. A씨는 "가정불화가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자와 원금상환 부담으로 저축은 커녕, 한치 앞의 미래를 전혀 그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숨통은 터 줘야, 미래 계획 가능해

현재 A씨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지난 2011년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시작 후 8억7000만 원의 분양가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1억4000만 원. 이는 분양가에 15%수준이다. 내년이 입주 후 2년으로 재계약 예정이지만, 큰 폭의 상승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아파트 당첨이후 이자 부담과 지속되는 시세하락으로 손실을 감수하고 팔고 싶지만 매기가 전혀 없다"며 "지금 시점에서 현 시세대로 매각을 해야 하는지도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했다. 만약 현 시세대로 아파트를 매각할 경우 A씨가 감수해야 할 손실 비용은 분양가에서 1억 원 , 분양이후 약 6년 간 은행에 납부한 금융비용 2억원 가량 등 총 3억 여 원이 예상된다.

답답했던 A 씨는 인근 부동산에 들린 후 판에 박힌 이야기만 듣고 아파트와 관련된 판단을 일절 보류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어차피 시간 싸움 아니냐. 시간이 지나면 분양가를 넘어서는 상승세는 아니더라도, 분양가에 근접하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겠냐"고 말해 이를 믿어야 할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A씨가 결혼 후 송도 아파트를 분양받기까진 남부러울 것 없는 대한민국 대표 중산층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2007년 인천 송도 아파트를 분양 받은 이후 이들 부부는 하우스푸어 꼬리표를 달게 됐다.

A씨는 "결혼 이후 아파트 당첨까지 욕심을 내지 않고 성실히 생활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택한 투자가 결과적으로 투기로 전락한데 대해 마음 한편에는 억울함과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이 2006년 부동산 꼭지점을 잡은 대다수 하우스푸어들은 같은 심정일 것이다.

단 한번의 투자가 투기의 나락으로 빠져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을 못 찾고 있는 것이다. 인천 청라지구에 투자한 또 다른 B씨도 "투자가 투기로 변질되면서 친구나 주변에 말도 꺼내지 못한다"며 "지금 와서 누굴 원망하겠나. 하지만 정부에서 탈출구는 열어줘야 대다수 하우스푸어들이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법 없지만 최악은 모면해야

정부가 DTI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또 일부에선 취 등록세를 낮춰 거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도 청라와 영종도 등 수도권 신도시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일단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하는 일"이고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LH가 나서 도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마련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전했다. 또 유엔알 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당초 계획안대로 기반시설 및 업무시설을 조속히 준공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며 "정부차원에서 국제특구에 맞는 세제혜택등 지원으로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늘리는 '이벤트성 유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을 접촉했지만, 현재로썬 뾰족한 해결방안은 없어 보인다. 다만 현재의 막힌 탈출구를 터 거래 활성화 분위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부동산은 시장의 분위기 변화만으로도 얼마든지 급반전을 노릴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손정우 기자· 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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