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양학선 어머니의 노래 '아들, 져도 괜찮아'

2012. 7. 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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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볕이 뜨겁던 7월 초 전북 고창군, 좁다란 논길 사이로 굽이굽이 들어가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나무 아래 나이 지긋한 촌로가 의아한 듯 쳐다본다. "양학선 선수집이 어디에요?" 말없이 위쪽을 가리켰다. 허허벌판만 눈에 들어왔다. 양학선의 어머니 기숙향씨(43)가 휴대폰을 받고 급히 내려왔다. 200m쯤 올라갔을까. 6~7 마리의 개들이 '왕왕' 짖어댔다. 고즈넉한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대한민국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20)의 집이었다. 도약을 위해 구름판에만 서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년, "공중 세바퀴 회전이 뭐가 무섭다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는 '용감무쌍'한 소년의 집이다.

◇양학선이 지난 15일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엄마가 써준 편지(사진 위)를 받아들고 뭉클한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아들의 이야기 스무살 양학선은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세계선수권 도마 종목에서 세상에 없던 난도 7.4점짜리 신기술 '양1'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국제체조연맹 규정집에 'YANGHAKSEON(양학선)'이란 영문명으로 등재된 기술이다. 공중에서 1080도를 거뜬히 돈 후 보란 듯이 금빛 착지에 성공했다.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기대하는 확실한 근거다.

당시 믹스트존에서 만난 세계 체조기자들은 그의 탁월한 기술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일 거라 짐작했다. "아버지가 체조선수냐"는 질문에 양학선은 "우리 아빠 '농부'예요. 파머(farmer)!"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태권도에 일가견이 있었던 아버지와 초등학교 때 육상 단거리 선수로 뛴 어머니의 날쌘 유전자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진짜 '축복의 유전자'는 거침없는 솔직함과 꿀리지 않는 당당함이다.

광주에 살던 양학선의 가족은 지난해 귀농을 택했다. 비닐하우스를 집으로 개조한 건 평생 미장일을 해왔던 '아빠' 양관권씨(53)다. 어깨 인대가 끊어진 데다, 허리까지 다쳐 미장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버렸다. 어머니 기씨 역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부부는 매일 진통제를 달고 사는 성치 않은 몸으로 날마다 끝도 없이 일을 한다. 비닐하우스 앞 드넓은 텃밭이 모두 양씨네 땅이다. 닭, 오골계, 거위, 토끼, 흑염소, 개…. 비닐하우스 뒤켠엔 맘좋은 주인에게 사랑받고 자라 살이 통통히 오른 가축들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효자' 양학선은 허리 아픈 부모님이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게 늘 가슴 아프다. 인터뷰 때마다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 편히 모시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방 하나, 부엌 하나가 전부인 컴컴한 비닐집에서 양학선의 메달, 상패, 사진으로 꽉 찬 테이블은 유일하게 빛나는 공간이다. 가족을 가슴에 품고 뛰는 양학선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꿈이다.

런던행을 앞두고 양학선이 가족을 향해 절절한 편지를 썼다. 장도에 오르는 순간에도 편찮으신 부모님을 걱정했다. '엄마 나 내일 런던 가네, 엄마 허리 아프다면서? 엄마도 치료 받으면서 아빠도 치료 좀 받으시라고 해, 나는 런던 가서 밥 잘 먹고 잘 자고 연습 잘해서 시합때 멋진 모습 보여줄게. 엄마 아빠, 아들 믿지? 사랑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어머니의 이야기 '복분자의 고장' 고창은 지난 6월 수확으로 분주했다. 어머니 기씨는 일당 6만원을 받고 열흘간 이웃의 일손을 도왔다. "하루종일 쪼그리고 복분자를 따는데 발에 쥐가 나고, 허리도 아프고, 가시도 많고…." 태릉에서 모처럼 휴가를 받고 내려온 막내아들은 복분자 잔가시가 가득 박힌 어머니의 거친 손을 보고 울컥했다. "학선이가 그날로 통장에서 70만원을 찾아오더니 일 나가지 말라면서 화를 내데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구김살 없이 잘 자라준 아들이 그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있는 집 애들보다, 우리처럼 없는 집 애들이 더 착한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아버지는 미장일로, 어머니는 공장일로 바빴지만 남부럽지 않은 사랑으로 키워낸 아들이다. "나는 회초리를 들면서도 이해할 때까지 이유를 설명해줬어요. 정말 대화를 많이 했죠. 서로 숨기는 게 하나도 없어요."

양학선은 대한체조협회 프로필란에 선수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어머니'라고 썼다. 온식구가 단칸방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늘 고래 꿈을 꾸게 해준 건 '어머니'다. 가난하지만 따뜻하고 명랑한 어머니, 아니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한다.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막내아들이지만 어머니의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짠하다. "부모로서 돈이 더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배웠더라면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랬으면 '우리 아기'를 더 잘 뒷바라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기씨는 아들에 대한 뉴스 자막 한줄에도 눈이 번쩍 뜨인다고 했다. "런던올림픽에 아들 딸을 보낸 비인기종목 국가대표 선수의 모든 어머니들도 함께 힘을 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올림픽 첫 도전에 나선 아들을 향한 응원을 부탁하자 어머니는 이내 노래를 시작했다. 노라조의 '형'이라는 노래였다. '삶이란 시련과 같은 말이야, 고개 좀 들고 어깨 펴 짜샤, 형도 그랬단다. 죽고 싶었지만 견뎌보니 괜찮더라.' 양학선이 태릉선수촌 지옥훈련으로 힘들던 무렵, 형 학진씨(22·군인)가 휴대폰으로 불러준 노래라고 했다. 이후 이 노래는 양학선 가족 모두의 OST가 됐다. "맘껏 울어라, 억지로 버텨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어머니의 구성진 노래 가락에 난생 처음 취재원 앞에서 주책없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어머니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세상은 아들에게 '무조건 금메달'을 바라지만, 엄마는 홀로 외롭게 싸울 아들의 건강과 행복만을 소망한다. "학선아, 메달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들 몸 건강한 거,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해. 메달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 맘껏 발산해, 엄마가 좋은 꿈꿔줄게." 대한민국 국가대표 부모의 마음, 다 같은 마음이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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