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사람]'청춘 양구'로의 추억여행

2012. 7. 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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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인공위성을 통해 정밀 측정을 한 결과,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48번지가 대한민국의 정중앙임이 밝혀진 것. 이를 계기로 양구는 이제 '한반도의 오지'에서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이미지를 변신해 나가고 있다.

최근 양구의 명물이 된 한반도 섬은 양구가 국토의 정중앙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길을 걷는데 좋은 벗이 있으니, 어찌 아니 좋은가. 십년지기 두 친구가 함께 떠나는 호젓하고 편안한 1박2일의 여행길이다. 세월은 흘렀건만, 아직도 청춘의 여름을 기억하는 것은 그만큼 그 시절이 아름다웠던 까닭이다. 20대에 처음 만나 인연을 맺고 부둥켜안고 울기보다는 얼싸안고 웃는 소식을 더 많이 나누었던 좋은 친구. 오랜만에 두 친구가 청춘의 시절을 떠올리며 한가로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10년이 젊어진다는 청춘의 땅, 양구

며칠 전부터 모든 일정을 잡아놓은 터이다. 10년 전, 그리고 다시 5년 전쯤 두 친구 모두 좀 더 자유로웠을 때에도 함께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기도 했다. 결혼과 함께 서울 외곽에 이사를 한 편수영씨(경기도 광주시 탄벌동)가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시간에 맞추려고 새벽부터 가족들을 챙겨놓고 부지런하게 길을 나선다.

"20대 후반쯤 처음 둘이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둘 중에 누구 하나가 속앓이를 하고 있던 터였는데, 지나고 보니 그쯤의 나이에서 겪는 대수롭지 않은 속앓이였어요. 패기 넘치게 둘이서 여행을 떠나자고 해서, 작은 배낭 하나 꾸려 제주 여기저기를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사뭇 새롭습니다. 그 이후로 30대에 한 번 더 지리산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산에 올라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자는 심정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이 둘이 함께 떠나는 세 번째 여행이 됩니다. 날씨가 좀 흐리긴 한데, 오히려 우중 풍경이 운치가 있어 더욱 기대됩니다."

십년지기 친구인 박상란씨(왼쪽)와 편수영씨(오른쪽)가 오랜만의 여행길로 택한 곳은 '청춘 양구'였다.

서둘러 집을 나섰건만 언제나 그를 기다리다 반기는 이는 단짝 친구인 박상란씨(경기 부천시 역곡동). 늘 든든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는 것이 상란씨에게 익숙한 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서두를 것도 없는 길이어서 용산역에서 출발한다는 춘천행 ITX에 오른다. 지난 청춘의 낭만과 추억이 어린 그 열차에 올라 '청춘 양구'로 떠나는 마음이 설렌다.

춘천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양구로 향한다. 버스에서 길 물음을 하자, 넉넉히 10년쯤은 젊어 보이는 곱디고운 어메가 선선히 말을 받는다. "양구가 왜 청춘이라 하느냐면요. 여기서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살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하는 뜻이제요. 아가씨들은 양구로 놀러 가시는 갑네요. 젊으니 시절이 참 좋다." 인심 좋은 어메가 10살쯤을 깎아 불러주는 에누리가 싫지 않은 듯 수영씨가 상란씨에게 살짝 미소 짓는다.

"벌써 10년 전쯤의 세월로 돌아간 듯 마음이 즐겁습니다. 청춘 열차 타고 청춘의 땅이라 불리는 양구로 간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어요. 사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ITX를 이용해 춘천을 거치면 양구까지 2시간 3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고 해요. 사실 굉장히 멀 줄 알았는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바로 한 걸음인데요."

이제 서울~춘천~양구를 잇는 46번 국도를 타면 양구까지 대략 150㎞로, 이곳에 도착하는 데는 2시간 3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예전엔 구절양장이어서 길이 험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배후령 터널이 개통되면서 양구로 가는 길이 한결 단축됐다. 특히 용산 춘천행 ITX-청춘열차를 이용하면 낭만의 기차여행을 즐기며 춘천을 거쳐 양구로 들어설 수 있다.

대한민국 국토 정중앙, 한반도 섬

수영씨와 상란씨는 이번 여행 기간 중 양구땅의 젊은 에너지를 기필코 충전하고 올 셈이다. 그래서 꼭 둘러볼 곳도 많다. 상란씨는 "간단히 인터넷 검색으로 여행일정을 잡았는데, 먼저 한반도 지형의 섬과 양구생태식물원, 두타연, 용늪 등의 자연생태가 좋다고 해요. 그리고 또 박수근미술관, 방산자기박물관, 선사박물관 등도 꼭 둘러볼 생각입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양구에서 살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해서 '청춘 양구'라는 별칭이 붙었다. 호젓한 여행을 원한다면 양구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깊은 산과 계곡으로 이름이 높다는 양구(楊口). 금강산에 이르는 첫 고을로 아름드리 수양수림(垂楊樹林)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하여 양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래서 예전에는 양구의 길로 금강산을 오르내렸다고 전해진다. 두 친구가 간간이 비가 내리는 숲길을 따라 우산을 쓰고 걷는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최근 양구의 명물이 된 한반도 지형. 한반도 섬은 양구읍을 가로지르는 서천과 파로호가 만나는 지점에 조성된 한반도 형태의 인공섬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비가 그친 후 물안개가 그려내는 풍경이 마치 한 편의 수묵화만 같다. 한반도 섬은 양구가 국토의 정중앙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2002년 인공위성을 통해 정밀 측정을 한 결과,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48번지가 대한민국의 정중앙임이 밝혀진 것. 이를 계기로 양구는 이제 '한반도의 오지'에서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이미지를 변신해 나가고 있다.

그 사이 비가 그친 저 편으로 한 줄기 햇살이 비껴들자 양구생태식물원의 초록빛과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청정의 자연 숲이 더욱 깨끗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양구생태식물원은 휴전선 인근 남한 최북단의 산인 대암산 기슭에 자리한 곳으로 중부 이남지역과 다른 희귀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식물원이 있는 대암산에는 우리나라가 람사르협약에 가입하면서 최초로 등록한 습지인 용늪이 있어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자연생태와 문화가 숨 쉬는 이 땅의 배꼽

첫 날 양구 방산면의 오미리 체험마을에서 여장을 풀었던 수영씨와 상란씨가 아침부터 일정을 서두른다. 오늘은 가까운 두타연과 펀치볼, 박수근미술관, 그리고 소지섭갤러리까지 둘러볼 작정이다. 양구의 으뜸 여행지인 두타연은 휴전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50여년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지역으로, 원시자연이 그대로 보존돼온 양구군 방산면 일대의 생태계의 보고다. 두타연은 양구의 대표적인 생태관광벨트로 수입천, 파로호, 10년 장생길, 평화누리길, 소지섭길 등의 산책로와 생태탐방로에 연결되어 있다.

"2003년부터 개방된 두타연은 깊은 숲과 계곡, 두타연 폭포 등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생태탐방 코스 등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숲길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저희도 청정한 숲의 기운으로 자연의 에너지를 무한충전할 셈이에요."

양구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두타연. 휴전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원시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양구는 박수근 화백의 예술혼이 살아있는 고장이다. 또 소지섭갤러리는 양구에 한류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공간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꼭 들러보는 관광명소.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 화백의 고향인 정림리 생가터에 마련된 미술관으로 작가의 채취가 묻은 유품과 유화, 수채화, 판화, 드로잉 등이 전시되어 있다.

"꼭 5년 만에 친구와 함께 한 여행인데 참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가족과 함께 꼭 다시 찾고 싶어요. 아직은 비교적 찾는 이들이 많지 않으니, 호젓하고 편안한 여행지로 최고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 또 몇 년이 지나 다시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숲길을 따라 두 친구가 다시 나란히 걷는다. 길이 삶이고, 삶이 길이라고 하지 않던가. 비가 올 때면 우산을 같이 쓰고,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면 발걸음을 맞추어 함께 걸어온 친구 사이. 함께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참 아름답다.

한편, 양구군은 7월 27일부터 4일간 양구 서천변 레포츠공원에서 '국토정중앙 양구배꼽축제'를 펼칠 예정이다. 축제 기간에는 황금메기 잡기, 황금보물 찾기, 양구 토종민물고기 알기 및 잡기체험, 한반도 자전거여행, 뗏목체험, 수상레저기구 물놀이체험이 레포츠공원과 야외수영장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배꼽축제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텐트를 빌려주는 캠핑촌이 운영된다. 텐트 대여비는 2만원이나 양구사랑상품권으로 1만원을 교환해줘 1만원으로 4~5인용 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 문의는 양구군 문화체육과(033-480-2229)로 신청하면 된다.

글·사진|이강 <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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