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의 마약' 스마트폰

류인하 기자 2012. 7. 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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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

서울 은평구 ㄱ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우빈군(11·가명)은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세수하고 옷을 갈아 입으면서도 스마트폰이 손에서 떠나지 않는다. 2년간 써온 스마트폰을 최신 LTE폰으로 바꾼 5월부터는 증세가 더 심해졌다.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

김군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음악이라도 틀어놓아야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카카오톡(카톡)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한다.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무음모드로 전환해 사용한다.

그는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만 쓰지 않으면 소외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명 '카톡방'에서 공유되는 대화에 끼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은 필수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반 친구 한 명이 장난으로 김군의 스마트폰을 잠시 숨기면서 크게 다투기도 했다.

이영호군(11·가명)도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지낸다. 무료 게임이나 카톡으로 보내는 시간만 하루 평균 5~6시간이다. 이군은 "스마트폰은 심심할 때 같이 있어주는 유일한 친구"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1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아이들 "나만 없으면 왕따 되는 느낌"부모들 "불안해서 사줬는데 더 불안"교사들 "아이들 지나치게 난폭해져"전문가 "마약 직접 먹이는 것과 같아"

초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현상이 심각하다.

주부 김미숙씨(42)는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스마트폰 사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가족 간의 대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딸은 뷔페 음식점에 가서도 음식을 먹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카톡 대화에 집중한다.

몇 번씩 화를 내고 압수도 해봤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김씨는 "아이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줬다"며 "최소 1년 만이라도 늦춰야 했는데,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 ㄱ초등학교 교사 이모씨(29)는 "한때 수업 전에 스마트폰을 강제로 걷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반발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떨어지는 것 자체를 불안하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은 마약을 직접 먹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실시한 '2011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1.4%로 성인(7.9%)보다 높았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전국 초·중·고교생 6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도 응답자의 24%가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했다. 일부 청소년은 '휴대전화가 울린다는 착각을 자주 한다(11%)'고 응답했다.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것은 '카카오톡' '마이피플'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집착이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려면 카톡이 필수고, 카톡을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장만해야 하는 것이다. 행안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68.7%가 '채팅과 메신저를 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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