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사람]'착한 여행'을 떠나는 이유

2012. 7. 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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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은 관광지 일색의 여행에서 벗어나 여행자들이 지역의 여행테마와 접목해 실제적으로 지역주민에게 도움을 주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정씨가 아이들과 함께 충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봄을 지나며 여름내 비가 오지 않아 농촌이 힘들다는 염려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동안 주변에서 '공정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온 터. 그래서 정씨는 아이들과 함께 '한 방울의 땀'의 가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그리고 '몸으로 터득하기' 등의 마음으로 착한 여행을 위한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분주한 도시를 떠나 지금 정씨 가족이 농촌으로 달려가는 이유다.

착하게 여행을 떠나는 법

정필성씨(경기 고양시 화정동)가 여행지로 택한 충북 충주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유적지가 많아 아이들에게도 공부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정씨는 미리 둘러볼 문화유적의 문화관광해설사들과의 일정까지 체크해 놓았다. 정씨는 아이들 교과서에 나오는 중원 고구려비도 둘러보고, 충주 중앙탑 공원, 그리고 미륵사터 등 충주의 문화유적을 둘러보고, 다음날은 농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직접 고구마를 심어볼 계획이다.

"주민이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는 숙소에서 자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찾아보았습니다. 여행 경비 대부분이 현지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짜여 있는 프로그램을 찾았어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를 두는 것은 아이들과 농촌에서 직접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농촌에 가서 일손도 거들고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될 듯해서 일정을 잡았습니다."

정필성씨가 막내딸 효이와 함께 고구마를 심고 있다.

정씨처럼 '착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공정여행이 이제 하나 둘씩 자리잡아가고 있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등이 대표적인 공정여행이다. 이러한 공정여행은 관광지 일색의 여행에서 벗어나 여행자들이 지역의 여행테마와 접목해 실제적으로 지역 주민에게 도움을 주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몇몇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생태관광, 가족단위 체험관광 등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점차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아는 만큼 보이는, 친절한 여행

정씨 가족이 찾은 충주 지역 역시 지역의 농촌체험협회(충주 와유바유 농촌문화체험, http://iwaubau.com) 등 공정여행 추진단체들을 중심으로 착한 여행을 테마로 새로운 지역관광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정씨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 가족들과 여행 계획을 잡고, 지역의 공정여행 단체와 일정을 잡은 후,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충주의 역사와 문화유적도 틈나는 대로 공부를 해두었다. 정씨 가족이 맨 먼저 둘러볼 곳은 충주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중원 고구려비와 충주 중앙탑 공원, 그리고 남한강 유역이다.

"착한 여행은 여행의 윤리를 강조합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기존의 여행을 그만하고 싶은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관광 일색의 여행을 배제하고 그 지역 고유의 생태와 환경, 그리고 지역민의 삶과 문화를 배려하자는 것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착한 마음으로 여행을 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훈훈하고, 돌아가는 길은 아마도 몸과 마음이 한껏 홀가분해질 것 같습니다"라고 여행에 대한 기대를 덧보탠다.

정씨 역시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구려비라는 중원 고구려비를 그동안 책으로만 알고 있던 터. 중원 고구려비는 충주 가금면에 위치해 있다. '중원'은 한반도의 정중앙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구려 장수왕이 아버지인 광개토왕의 뜻을 기리며 한강 이남까지 영토를 확장하며 세운 기념비라는 것도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충북 충주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유적지가 많아 가족단위 여행객이 선호하는 여행지다. 미륵리 대원지(위), 탑평리 칠층석탑.

"삼국시대에는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중심이었어. 삼국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전쟁을 한 곳이기도 하지. 당시 한강유역은 고구려, 신라, 백제가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을 하던 곳이었으니까. 저기 옆으로 흐르는 강이 바로 남한강이야. 중원 고구려비는 장수왕이 아버지인 광개토왕의 뒤를 이어 펼친 남진정책의 상징이기도 해. 그래서 만주에 있는 광개토왕비와 흡사하다고 해. 고구려의 굳센 기상을 엿볼 수 있지. 자세히 보면 '고려대왕'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당시 여기에서 고려는 고구려를 말하는 것이야."

옛 절터에서의 작은 기원까지

정씨는 이어 1973년 당시까지 마을에 서 있는 바위를 중원 고구려비인지도 모르고 그저 커다란 바위로 알고 마을 입구에 세워 수호석으로 삼기도 하고, 대장간의 기둥으로 사용했었다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재미있게 풀어주고, 인근에 위치한 충주 중앙탑 공원을 찾아간다. 중앙탑 공원의 정중앙에 자리한 석탑의 정식 명칭은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이다. 정씨는 아이들과 탑을 자세히 둘러보고 충주박물관, 그리고 남한강변까지 둘러본다. 그리고 서둘러 미리 문화해설사와 일정을 체크해둔 충주 미륵리 대원지로 길을 잡는다. 충주 수안보 온천 인근에 자리한 미륵리 대원지는 창건 연대가 정확하지 않은 옛 절터다. 거대한 돌을 이용해 석굴을 쌓은 후 불상을 모신 곳으로, 옛 목조건물의 자취가 있으나 지금은 그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정씨 가족을 안내하는 문화해설사는 "옛 기와가 나왔는데,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까지로 짐작한다"며 "커다란 석불은 국내 유일의 북향 불상으로 석불이 있는 석굴 방식은 다르지만 석굴암을 모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효험이 있어 사람들이 기도하러 많이 찾는다"고 덧붙인다.

정씨는 아이들과 함께 커다란 불상 앞에서 작은 소원을 빌어본다.

올해도 풍년이 오기를

"오늘은 비교적 한가하고 생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농가에서 머무르고, 내일은 직접 고구마를 심을 생각입니다. 우리가 심은 고구마가 쑥쑥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중원 고구려비.

정씨 가족은 다음날 지역 농가의 일손을 돕는 고구마 심기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고구마 심기는 농가의 일손을 거들면서 아이들에게는 농촌을 경험케 하는 교육효과가 있어 일석이조다. 말 그대로 착한 여행이다.

"여러 가족이 함께 하니 농가의 부족한 일손도 도울 수 있어 기쁩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도 되고 공부도 되고, 참여하는 가족들 모두에게도 아주 의미있는 여행이 될 듯합니다. 앞으로 이런 여행문화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점점 어려워지는 농촌의 현실을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음날 정씨 가족은 함께 참여한 여러 가족과 함께 농가를 도와 고구마 심기를 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정씨는 막내딸인 효이(초등학교 3학년)와 함께 고구마를 심으며 자신들이 직접 심은 고구마를 캐러 오겠다는 약속도 했다.

"농가에 작은 힘이 된 듯하여 기쁩니다. 저희가 심은 고구마가 무럭무럭 자라고, 올해에도 꼭 풍년이 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구마 캐러 가을쯤에 다시 찾아오기로 딸과 약속했습니다."

글·사진|이강 <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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