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사람]'카멜리아'라 불리는 섬, 장사도

2012. 7. 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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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들이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남쪽 바다에 오롯하게 솟은 그 작은 섬은 그 아름다움이 지중해나 카리브해의 풍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들 했다. 그리하여 이른 봄 동백꽃이 필 때면 섬 전체가 붉게 불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고 했다.

총면적 39만㎡의 장사도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바다를 향해 세워진 타원형 온실이다.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넘어 거제로 향한다. 거가대교가 생겼다는 말을 듣기는 하였지만 바다 위에 훌쩍 뜬 다리를 건너는 기분은 생경하다. 저 거제 앞바다에 외도 해상공원에 필적할 만한 아름다운 꽃섬이 있다고들 말했다. 붉은 꽃 동백이 피어나면 섬은 온통 붉은 동백꽃으로 물들어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을 자생꽃섬이라고도 하고, '카멜리아'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그 섬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떠나고 이름을 잃어버렸던 섬

누구든 불러주지 않으면 이름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 섬에 사람이 살 때만 해도 그 섬 역시 엄연한 이름으로 불렸다. 사람들은 처음에 그 섬을 뱀을 닮았다 하여 장사도(長蛇島)라고 불렀다. 이름이 부르는 사람들의 마음대로라면 아무래도 좋건만, 그 섬은 어쩌면 그 이름이 마음에 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섬에 새 이름자를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섬이 영영 사람들에게 잊혀져 외롭게 홀로 밤바다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출렁이는 거가대교를 건너 점점이 떠 있는 섬을 만나러 다시 배에 오른다. 뱃전에서 바다를 바라보다보면, 남해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 아름다운 꽃섬 하나가 붉은 꽃봉오리를 터트리며 수줍게 떠오른다고 했다. 섬들이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남쪽 바다에 오롯하게 솟은 그 작은 섬은 그 아름다움이 지중해나 카리브해의 풍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들 했다. 그리하여 이른 봄 동백꽃이 필 때면 섬 전체가 붉게 불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고 했다.

그 섬이 장사도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만 해도 섬에는 10여 가구의 섬 주민들이 앞바다를 생업으로 살갑게 살았더랬다. 그때야 누구든지 욕심이 없던 터라 섬에 사는 게 흠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부턴가 뭍에 나간 이가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면서 주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천연동백이 가득한 신비의 섬

그게 벌써 십수년 전의 일이다. 한때 14가구 80여명이 거주했던 그 섬은 1990년대 중반부터 무인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할 일 없는 낚시꾼들이 섬을 드나들 뿐 외로운 섬을 찾는 발걸음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나 둘 섬의 이름자마저 잊어버린 듯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들이 사시사철 피어나는 섬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는 것이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섬은 이름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떠나갔어도 늘 아침 햇살이 들면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그래 그 섬의 따스한 기운이 섬 전체를 감싸안을 때까지 꽃을 피우고 또 피웠다. 그래서 바다 위에는 늘 커다란 꽃섬이 피어 있는 듯했다. 바다를 오가던 어부들은 사계절 내내 동백나무, 후박나무, 야생화로 뒤덮여 늘 푸른 섬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그 바다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연 돋보이는 붉은 꽃 바로 동백이었다. 봄이면 대략 약 10만 그루에 이르는 동백나무가 꽃을 피워낸 그 섬은 꽃섬, 동백숲이 되었다.

1.장사도해상공원에는 수생식물원과 맨발공원, 학습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2.거제에서 장사도, 매물도까지 한려해상 관광을 위해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크루즈 유람선 이정실 선장.

아직 그 섬에 사람은 드물다. 간혹 오가는 낚시꾼들과 유람선 관광객들을 제외하면 섬에 사는 주민은 대략 5명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느새 그 섬을 새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동백꽃이 피어나는 그 섬을 사람들은 '카멜리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장사도해상공원, 카멜리아(camellia·동백)

사실 카멜리아 꽃섬, 장사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의 앞바다에 속한다. 하지만 통영항에서는 뱃길로 25㎞, 50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꽤 먼 섬이다. 도남동 유람선터미널에서 25㎞ 거리다. 하지만 거제시 남부면 저구유람선선착장에서는 뱃길로 15분 거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제도에서는 겨우 1㎞ 남짓의 가까운 앞바다에 자리하고 있는 그 섬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거제에서 장사도, 매물도까지 한려해상 관광을 위해 매일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크루즈 유람선의 선장 이정실씨(대포크루즈)는 그래 요즘 벌어지는 일이 신기하기만 하다. "장사도는 통영과 거제에서 유람선으로만 들어올 수 있어요. 미륵도의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장사도행 유람선을 타면 약 40~50분. 거제시 동부면의 가배항과 남부면의 저구항, 대포항에서는 10∼20분 거리입니다. 거제에서 유람선에 오르면 금세 장사도에 다다릅니다."

장사도는 원래 주민 10여 가구가 살던 유인도였다. 하지만 도시화 바람을 타고 주민이 모두 육지로 떠나 무인도나 다름없었던 섬이다. 이제 그 섬에 발길이 늘어가고 있다.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무인도 장사도가 지난 1월 동백꽃 등 자생꽃섬 공원으로 새 단장을 하면서 하루 4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남해바다의 명소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월 자생꽃섬 공원으로 새 단장을 한 후 하루 4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장사도를 찾고 있다. 장사도 선착장 모습.

"그동안 장사도는 사람이 몇 살지 않던 곳인데, 새롭게 공원을 꾸미면서 올 초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많이들 찾아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 섬에는 사람이 적다

장사도는 총면적으로 보면 39만㎡로 거제 외도보다 3배가량 넓다. 섬은 동서로 200~400m, 남북으로는 1.9㎞나 길게 뻗어 있다. 섬 전체를 천천히 돌아보려면 두어 시간 남짓 시간이 소요된다. 오랜 정성과 인내로 잘 조성된 장사도해상공원에는 수생식물원과 맨발공원, 학습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특히 푸른 바다를 향해 세워진 타원형 온실도 볼거리인데, 주로 양치식물과 다육식물 등이 전시돼 있다. 그 밖에 미로정원, 동백터널, 부엉이전망대, 수생식물원, 허브가든 등도 이색적인 볼거리. 또 중앙공원, 야외갤러리, 야외공연장 등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조각품이 전시돼 있어 섬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더한다.

장사도 여행이 처음이라는 임효정씨(서울 서대문구 홍은동)가 연신 자생꽃밭을 둘러보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거제 앞바다의 '외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데요. 자생식물들도 너무 예쁘고, 주변 경치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섬 높은 곳에서 멀리 일본 대마도도 보인다고도 하던데, 점점이 떠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장사도의 매력은 남해의 보물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소덕도, 대덕도, 소매물도, 매물도, 가약도, 국도, 소지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임씨가 서 있는 미인도 전망대에 여인상이 비스듬히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전망대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소지도, 또 다른 이름은 미인도다. 2시간 정도 섬을 둘러본 임씨는 다시 선착장으로 발길을 돌리며, 마치 이국에 온 느낌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장사도해상공원 관광의 최대 복병은 짧은 체류시간이다. 현재 장사도 관광은 타고 온 유람선을 그대로 타고 나가야 하기에 2시간만 주어진다. 유람선은 여객선과 달리 반드시 타고 온 배로 나가야 한다. 유람선사는 운항 횟수를 고려해 장사도 체류시간을 2시간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서두르지 않으면 제대로 관람할 수 없다.

글·사진|이강 <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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