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녹 막으려면 강판·도장(塗裝)·밀봉 3박자 어우러져야

최원석 기자 2012. 6.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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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식 방지의 과학] 강판 - 아연 도금 적정량 찾는 게 기술력, 취약 부분엔 아연 직접 뿌리기도 도장 - 자동차 회사의 최고 기밀 사항.. 입히는 방식·횟수따라 품질 좌우 밀봉 - 페인트 잘 안 묻는 부분에 코팅막 입히고 틈 메워 마무리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회사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보려면, 그 회사 차량의 녹 방지 수준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동차회사마다 녹이 슬거나 화학적으로 부식(腐蝕)이 잘 안 되는 차를 만들기 위해 각종 기술을 동원한다.

일반 강판에 아연을 입힌 아연도금강판이나 부식방지 기능이 높은 차량용 페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 회사들마다 조금씩 다르며, 특히 페인트 기술에 대해서는 회사마다 기밀에 속한다. 차량의 녹은 어떻게 발생하고, 이를 막기 위해 어떤 작업이 이뤄지는 것일까.

◇자동차 부식은 왜, 어디에 발생하는가

자동차에 사용되는 강판에는 여러 겹의 도장(塗裝·페인트칠)을 한다. 차가 오래되면 어쩔 수 없이 균열 등이 발생하고 그 사이로 물과 산소가 들어가 부식이 시작된다. 부식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강판의 강도가 약해지고 구멍이 뚫린다.

심한 경우에는 금속 강판이 삭아서 부스러지기도 한다. 미관상 보기 흉한 수준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주요 차체부품에 부식이 심해지면 주행안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동차는 똑같은 차종이라 해도 주행조건에 따라 부식이 발생하는 빈도가 달라진다. 부식은 염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차량이 바닷물에 접촉하거나,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을 장시간 맞으면 부식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도로에 쌓인 눈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염화칼슘도 차량에 녹이 슬게 하는 원인이다. 부식·방청 전문가인 한국해양대 문경만 교수는 "염화칼슘의 염소이온이 차량의 강판과 접촉해 녹을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부식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부위는 어디일까. 우선 습기가 많이 끼는 차량의 보닛 앞부분을 주의해야 한다. 이 부분은 엔진으로 인한 열 변형이 일어날 경우 부식방지를 위해 입혀둔 코팅막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바퀴가 돌아가는 쪽과 가까운 금속패널도 부식이 쉽게 발생한다. 지면의 돌·모래가루 등과 항상 부딪치기 때문이다. 프런트펜더(앞바퀴를 둘러싸고 있는 금속판)나 쿼터패널(뒷바퀴를 둘러싸고 있는 금속판) 등의 부식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YMCA 자동차 안전센터가 지난 2개월간 부식 피해를 접수한 결과를 보면 잘 드러난다. 쿼터패널(70%, 133건), 프런트펜더(21.6%, 41건), 도어(15.8%, 30건), 후드(보닛)·트렁크(14.7%, 28건) 순으로 녹이 많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하부(10.5%, 20건), 사이드실패널(6.8%, 13건), 휠하우스(5.8%, 11건), 쇼크업소버 마운트(5.3%, 10건) 등도 부식 사례가 보고됐다.

2006~2011년 한국소비자원이 제조사에 차량 부식에 대해 무상수리를 권고한 8건의 사례를 보면, 쿼터패널 부식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연도금강판과 부식방지 기술

부식은 차량 하부, 즉 지면과 가까운 부위만이 아니라 차체 내부에서도 많이 진행된다. 차체는 다양한 구조물로 돼 있다. 그중 안쪽이 비어 있는 구조물에 물이 들어가 고이면서 부식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회사는 차체 구조물 안에 들어간 물 등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홀(구멍)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설계가 치밀하지 않을 경우 부식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

부식의 원천적 예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 제조사들은 부식방지 기능이 있는 아연을 입힌 강판을 많이 사용한다. 회사에 따라 이런 아연도금강판을 100%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70% 이상 사용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차체에 아연을 도금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철강회사로부터 아연을 입혀 만들어낸 아연도금강판을 납품받아서 자동차회사가 이를 용도에 맞게 잘라 프레스로 찍은 뒤 용접한다. 아연도금강판은 아연을 녹여 강판 표면에 얇게 입히거나 전기도금하는 방법도 있다. 차체가 완성된 뒤에 부식방지가 좀 더 필요한 부분에 아연을 페인트처럼 뿌리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 따라서는 전기가 흐르는 거대한 아연 도크에 차체를 통째로 넣어 도금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강판에 아연도금이 잘 돼 있으면 그 위의 페인트막이 벗겨져도 녹이 쉽게 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도로와 맞닿아 있어 부식 진행 가능성이 큰 차량 하부에는 금속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합성수지막을 입히는 방법이 있다. 강판업계의 한 전문가는 "강판에 어떻게 적정량의 아연을 부착하느냐가 기술의 관건"이라며 "그 적정량은 자동차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배기가스가 나오는 머플러의 경우 열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부식이 많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소재를 이 부위에 많이 쓰면서 이런 부식이 줄어들었다.

전자장치·제어 기술을 제외한 기계·소재 부문에서 자동차회사의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장기술이다. 도장은 차체공장에서 투입된 차체 표면에 묻은 이물질 등을 제거하고 인산아연피막을 입히는 '전처리공정'이 있다. 그 다음에 차체를 전기가 흐르는 전착(電着)도료 수조에 담가 차체 내외부에 막을 입히는 '전착도장'을 진행한다. 그 다음에 차체에 색을 입히는 과정이 있으며, 그다음에 클리어코트라는 투명한 도료를 덧씌워 광택을 높인다. 그 이후에 티 등을 제거하는 광택 과정이 추가된다. 회사에 따라 각각의 과정 사이에 더 복합적인 도장 과정을 추가하기도 한다.

금속패널과 패널 사이의 접합부분을 밀봉하는 작업은 부식 방지에 도움이 된다. 차체 하부에 합성수지막을 입혀 차체 손상 및 부식을 방지하는 언더코팅을 시행하기도 한다. 철판이 겹쳐져 코팅이 잘 안 되거나 주행 중 돌이 많이 튀는 부위 등은 별도의 왁스나 도료를 사용해 추가로 막을 입히는 방법을 쓴다.

북미·유럽에서 팔리는 차량은 다른 지역보다 아연도금강판 적용 비율이 높은 편이다. 세계 각국 자동차 업체들은 나라마다 다른 기후환경이나 품질 기준에 맞춰 자동차를 생산한다. 특히 품질기준이 엄격한 선진국은 부식방지대책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업체들이 아연도금강판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원거리로 수출하는 차량은 배에서 1~2개월간 이동하는 악조건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아연도금강판 사용비율을 높이고 하체에도 합성수지 코팅을 하는 등 부식방지대책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편이다.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부식방지 기준을 통일했다. 고급차 메이커일수록 기준을 높여 품질관리에 신경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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