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시련의 계절에 직면하다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2012. 5. 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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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와 반독점 행위를 감독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을 상대로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온 연방거래위원회는 최근 이례적으로 연방 검사 출신의 명변호사 베스 윌킨슨의 영입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반독점 전문 변호사들은 윌킨슨 변호사의 영입을 구글 제소를 준비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가 구글을 반독점 위반으로 제소한다면 이는 지난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사에 대한 제소 이후 14년 만에 벌어지는 희대의 소송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도 2년째 구글의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어서 구글은 미국과 유럽 양쪽으로부터 거센 협공을 받는 셈이다.

ⓒAP Photo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의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윌킨슨 변호사의 영입을 발표하면서도 정작 구글에 대한 반독점 제소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토머스 로시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아무 일도 시키지 않으려면 영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윌킨슨은) 향후 소송 변호사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 것은 꽤 시사적이다.

미국 반독점연구소 앨버트 푀어 회장은 < 뉴욕 타임스 > 인터뷰에서 "제소 가능성이 아주 높지 않은 건으로 소송 변호사를 영입하는 일은 극히 희박하다"라며 소송 쪽에 무게를 두었다. 연방거래위원회가 구글에 대한 조사를 종결할 의도라면 내부적으로 처리하면 되지 굳이 윌킨슨 변호사 영입 사실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방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봄부터 구글의 독점 행위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그간 구글은 물론 경쟁 업체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해당자들에 대한 소환장도 발부하는 등 치밀하게 조사를 진행해왔다.

불공정 행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워

현재 연방거래위원회가 집중 조사하는 대목은 구글이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누리는 독점적 지배권을 다른 경쟁사에 불리하도록 남용해왔느냐이다. 직원 3만3000여 명에 주당 600달러가 넘는 주가를 자랑하는 구글은 현재 미국 검색 시장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6%를 지배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90%에 가깝다.

연방거래위원회가 영입한 베스 윌킨슨 변호사.

반면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사이트 '빙'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15% 남짓이다. 야후가 14% 정도다. 빙과 야후를 모두 합쳐도 구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경쟁 업체들은 구글이 자체 알고리즘, 즉 연산방식을 의도적으로 조정해 구글을 통해 검색한 항목이 경쟁 업체의 검색 항목보다 맨 위에 나타나도록 함으로써 불공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세탁기'를 찾으려 구글을 검색한다고 하자. 그 경우 구글이 자사와 관련한 쇼핑 사이트가 검색의 맨 위쪽에 나올 가능성이 높도록 프로그램을 짠다면 이게 경쟁 업체들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식의 검색은 특정 시장을 가리키는 '니치(niche)' 분야에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게 경쟁 업체들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미국 동부에서 서부의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최저 항공료를 검색하기 위해 구글을 치면 제일 먼저 구글과 관련한 항공사들이 맨 위에 뜨고, 다른 항공사나 여행사들은 검색 결과 아래쪽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구글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글이 검색 결과를 조작해 경쟁자들을 불리하게 만든다는 비판론도 있지만, 정작 구글 처지에서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최선의 검색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 연방상원 법사위 반독점 청문회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우리는 이용자들을 덫에 빠뜨리지 않는다. 만일 구글이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 한번의 클릭으로 다른 경쟁 업체로 바꾸면 된다"라고 말했다. 회장의 이런 '철학'을 반영하듯 구글은 경쟁사들의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경쟁은 클릭(click) 하나"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반독점 변호사 가운데는 미국 정부가 구글을 반독점 위반으로 기소할 것을 결정해도 이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구글이 알고리즘을 바꿔 특정 항목의 검색 순위가 낮게 나온다는 점을 단순히 입증하는 것만으로는 연방거래위원회가 승소할 수 없다고 이들은 말한다. 그보다는 구글이 알고리즘의 변환을 통해 경쟁 업체들을 의도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점, 즉 독점의 남용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윌킨슨 변호사도 "구글에 대한 조사 작업은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난 결코 구글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구글과의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윌킨슨 변호사는 버지니아 법대 출신으로 1990년부터 8년간 연방 검사로 활약하면서 지난 1995년 오클라호마 시 연방정부청사를 폭파한 티머시 맥베이를 기소해 이름을 떨친 바 있다. 현재는 워싱턴 D.C. 소재 유명 로펌에 속해 있다.

ⓒReuter=Newsis 지난해 미국 상원 반독점 청문회에 참석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타격 입나

구글과의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미국 정부로서는 힘겨운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최종 결과와 상관없이 구글도 그 과정에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글은 1995년 인터넷이 상업화되면서 검색 시장을 필요로 하는 요구에 부응해 1998년 탄생했고, 세계 최고의 검색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구글은 인터넷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회원 9억명을 보유한 페이스북은 물론 자체 적용 프로그램을 통해 웹 시장을 대체하려는 애플 등이 주된 라이벌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인터넷 시장에서 구글도 생존하려면 제2의 도약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반독점 소송이 제기되면 구글도 많은 관심과 자원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까지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업체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랬다. 연방정부의 제소로 몇 년씩 소송에 매달리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 시장은 구글에, 온라인 음악과 미디어는 애플에 내주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급기야 페이스북에 선점당했다. 따라서 연방정부가 제소를 결정하면 그것만으로도 구글에겐 최대 악재인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구글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더욱이 윌킨슨 변호사 영입은 미국 정부가 향후 승소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1998년 5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개인 컴퓨터 시장을 석권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독점 행위로 제소해 승리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자체 운영 시스템에 자체 웹브라우저인 윈도 익스플로러를 한데 묶어 판매함으로써 다른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의 경쟁을 제한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듬해 11월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행위를 인정했다. 2000년 6월 최종 판결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종전처럼 한 회사가 아니라 각각 별도로 관리하는 회사로 양분할 것을 판시했다. 당시에도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기 위해 법무부 소속 변호사가 아닌 외부 변호사인 데이비드 보이스를 영입한 바 있다.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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