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빠지게 일해 집에 돈 갖다줬는데..외로움이 찾아왔다"

조태임 2012. 5. 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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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밖으로 겉돌며 호통만 치던 아버지"아버지 학교에서 진정한 아버지상 찾았죠"

[CBS 조태임 기자]

헌신적인 아내였다. 늦게까지 야근을 하면 동료들 도시락을 싸들고 와 뒷바라지를 한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어느 날 남편을 데리고 한강에 갔다. '이렇게 살거면 같이 빠져 죽자...'며. 하지만 그 때까지 남편은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중소 인쇄소를 운영하며 개인 사업을 하는 백석철(53.가명)씨가 생각한 아버지의 가장 큰 역할은 '처자식을 굶기지 않고 먹여살리는 것'이었다.

15년 동안 하루 3시간씩 자면서 일을 했고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뒀다. 그 때부터 유흥문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기반을 잡고나니 돈 벌이만 집중했던 그 마음 속에 허전함이 찾아온 것이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주말에도 개인 취미 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새벽 2~3시에 들어가기가 일쑤, 술 때문에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간 적도 여러번. 부인과의 싸움도 잦을 수밖에 없었다.

백 씨는 "가정은 뒷전이었다. 사람들하고 안 어울리면 내가 외톨이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다. 술을 안 마시고 집에 가면 허전한 마음이 컸다"고 회고했다.

백 씨가 바깥으로만 나도는 동안 아내와 딸, 아들은 아버지 곁을 점점 떠나고 있었다.

사춘기 아들과의 소통은 거의 없었다. 백 씨의 아들은 그런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백 씨의 아들은 "내가 뭘 원하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봐주길 바랬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백 씨의 맏딸이 느끼는 서운함은 더 컸다. 딸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과거는 항상 큰소리만 치고, 가족의 얘기에 귀를 닫고 모든걸 하고 싶은대로 하는 이기적인 아버지였다.

그 사이 백 씨의 딸은 이단 종교에 빠지게 됐고 1년 반동안 집을 나가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 닮고 싶지 않은 권위적인 아버지 모습…어느 날 내 모습이더라

방황하는 딸을 집안으로 끌어오기 위해 백 씨는 우연히 알게 된 아버지 학교를 다니게 됐다. 딸에게 아버지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택한 방법이었다.

아버지 학교에 간 백 씨는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아버지로서 부족함 없이 제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어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아버지가 된 나의 모습'을 고민하게 했던 첫 수업에서 백 씨는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했다.

백 씨는 "오로지 돈 버는 데만 매달리고 술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떠올랐다. 저런 모습은 닮지 말아야지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내 모습과 같았다"며 그때부터 자녀들의 입장에서 백 씨의 삶을 되돌아봤다.

한주 한주 수업이 진행될 수록 "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지시만 내렸다. 무조건 내 말에 충성하면 평안한 가정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며 회한의 미소를 보였다.

아버지 학교를 다니면서 백 씨는 가족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래라 저래라 지시만 내리고 강요만 하던 표현법을 바꾸고 먼저 다가갔다. 허전함을 달래주던 술자리와 모임도 접었다. 그 때부터 술친구가 아닌 가족이 백 씨의 허전함을 채워줬다.

아버지의 달라진 모습에 방황하던 백 씨의 딸도 가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백 씨는 고마움에 무릎을 꿇고 펑펑 울었다.

백 씨의 딸은 "사춘기 시절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반항하며 대들었는데…미안하다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어요"라며 "그 때 아버지에 가졌던 서운함이 모두 녹아내렸다"며 말끝을 흐렸다.

백 씨는 지금도 아버지 학교를 다니며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백 씨는 아버지학교에서 만난 아버지들 대부분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백 씨는 "가족들 먹여살린다고 청춘을 다 바쳤지만 집에 들어가면 환영은 커녕 모두 자기방으로 들어간다"며 "자녀들과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도 대부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황을 끝내고 대한민국의 어엿한 여군이 된 맏딸은 "어느 가정이나 깨짐의 경험은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지금의 내가 있는 건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크고 어떤 과거가 있던 간에 기억 안나는게 대부분이고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고…사랑한다는 말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 씨의 아들은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드릴 카네이션을 직접 만들었다. 백 씨는 "종이 하나를 고르고 꽃을 한 장 한 장 접을 때 마다 어버이의 고마움을 생각하게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dearher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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