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런 더이상 아닙니다..내 이름은 송원근"

입력 2012. 4. 22. 20:10 수정 2012. 4. 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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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뮤지컬 '파리의 연인' 주연 활약

12년전 아이돌 그룹 데뷔 뒤

부상 등 불운 겹쳐 두번 하차

뮤지컬 '궁'으로 존재감 찾아

"본명으로 하고 싶은 것 할것"

"이제야 제 이름을 찾았어요. 더 이상 예명은 필요 없죠."

'런'이란 예명의 배우를 만났는데, 본인은 '송원근'이란 본명을 강조했다. 대중 앞에 나선 지 12년 만, 우리 나이로 서른을 넘겨서야 찾은 "소중한 이름"이란다. 김정은·박신양 주연의 드라마를 뮤지컬로 옮긴 <파리의 연인>에서 드라마 속 이동건이 맡았던 배역 '윤수혁'으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송원근(29)의 이야기다.

2010년 뮤지컬 <궁>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신인배우이지만, 그에 앞서 2000년 아이돌 그룹 '오피피에이'(OPPA)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햇수로 따지면 올해로 데뷔 12년차. 가수 시절을 회상할 땐 낮은 한숨과 함께 "4시간 동안 말할 수 있다"고 할 만큼 운이 안 따랐단다. 데뷔 직후 후속곡 활동을 하던 중 라디오 생방송 무대에서 발목 부상을 입고 복사뼈에 철심 15개를 꽂는 대수술을 받았다. 댄스곡 위주 그룹 활동을 더는 할 수 없었다. 3년 동안 준비해온 그룹은 데뷔한 해에 공중분해됐다.

'몸도 너무 아프고, 가수는 하기 싫다'고 마음을 접었지만, 2008년 다시 가수 제안을 받고 고민했다. "마음 깊은 곳에 미련이 있었나 봐요. (당시 기획사 대표가) 간곡히 설득해서 '이불'이란 이름으로 솔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어요." 썩 내키진 않아도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연예계와 사회 전반의 관심은 '장자연 사건'에 쏠려 있었다. 중고 신인의 야심찬 데뷔는 묻혀버렸다. 이듬해 새 노래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번엔 노래 가사가 심의에 걸려 생방송 출연 직전에 무대에 못 선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와야 했다. 소속사를 옮긴 뒤 '런'이란 예명으로 음반을 냈지만, 역시 빛을 보지 못했다.

'더 이상 연예 활동에 미련도 없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주변의 추천으로 우연히 뮤지컬 <궁> 오디션을 봤다. <궁>에서 주인공 '이신' 역을 맡은 데 이어, <렌트> <롤리폴리> 등에 출연하면서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서왔다. <파리의 연인>에서 그의 매력적인 중저음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귓가에 여운을 남긴다.

그는 불운했던 가수 시절의 기억을 뮤지컬 무대에서 치유하는 듯했다. "사실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죠. 그런데 <궁>을 하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재밌었어요. 가수 시절엔 3분 무대에 서기 위해 하루 종일 연습해야 했는데, 뮤지컬에선 2시간 동안 다른 사람이 되어 연기를 하는 게 참 신기하고 좋았죠. 실패할까봐 두려워하고 걱정하며 매일 안무실에 있다가 다른 배우들과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니까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찾았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가수였을 때 부족했던 자신감과 '하고 싶었던 것'을 뮤지컬 무대에서 찾았다고 했다. "노래가 좋아서 가수를 한 거였는데, 어느 순간 제가 '꼭두각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해진 콘셉트대로 정해진 노래를 해야 했죠. 스스로 마음에 안 들고 자신이 없으니까 무대에서도 위축됐고요." 뮤지컬에선 본인의 해석을 더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름을 한번 더 강조했다. 다시 찾아서 가장 좋은 건 '이름'이란다. 첫 데뷔 당시 '한글'에서 2008년 '이불', 2009년 '런'까지 그는 예명만 3개를 거쳤다. "모두가 '송원근'은 안 된다고 했어요. 가수 이름으론 촌스럽다고 했죠. '그동안 이 이름으로 잘 살아온 나는 뭐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끝까지 고집을 부리진 못했죠." <파리의 연인> 포스터에는 아직 '런'이란 예명이 쓰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본명을 당당히 쓸 계획이란다.

"조승우, 류정한 선배님의 공연 <지킬 앤 하이드>를 봤는데 전율을 느꼈어요. 기회가 온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할수록 연기에 욕심이 생겨요. 좀더 연습해서 역사극이라든지 진지한 정극을 해보고 싶어요." 경력이 길지 않은데도 그는 안정적인 발성과 연기력으로 무대에 안착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송원근'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공연은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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