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뎁스리포트]결혼②20~21세기 결혼 변천사.. "우리때는 방 한 칸부터 시작했는데"

송윤세 2012. 4. 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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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전제조건은 사랑이다. 특히 올해는 임진년 '흑룡의 해'로 그 어느 해 보다 결혼을 많이 한다.그러나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결혼을 위한 사회적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직장과 천문학적인 과다 혼수비용이라는 제약조건 때문에 결혼을 제때하지 못하고 미루거나 기피하고 있다. 이에 뉴시스는 직·간접적으로 결혼을 제약하는 여러 가지 요인과 변화하는 결혼 풍속도, 최근 결혼 관련 시장 동향 등을 긴급 점검해 해법과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사랑하지만…결혼은 "두렵다"▶②"우리 때는 방 한 칸부터 시작했는데"…20~21세기 결혼 변천사③꿈꾸는 결혼식과 현실의 괴리, 어떻게 극복할까

【서울=뉴시스】송윤세 기자 = #1. 1960년대 중반에 결혼한 김여옥(72·여)씨는 "우리 때는 방 한 칸에 신혼살림을 시작해 부담이 적었는데 요즘엔 처음부터 다 장만하려고 하니…"라며 혀를 찼다.

그는 "옆방의 사는 사람 숨소리까지 다 들리는 방이었다. 주인집이랑 화장실은 같이 썼고, 부엌은 별채를 개조해 운 좋게 따로 썼다. 시작은 힘들었지만 살면서 내 집 장만하고 살림살이 늘려가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2. 90년대 말에 결혼한 주부 이희진씨(43·여)는 결혼할 때 시어머니 선물에 가장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그는 "내가 결혼할 때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모피나 악어백을 많이 선물 받았다"며 "'누구 며느리 뭐 해왔다더라'라는 말 듣기 싫어 가격이 부담되더라도 고급품으로 선물해 드렸다"고 말했다.

#3. 지난해 동갑내기 신랑과 결혼한 회사원 박세윤씨(33·여)는 "양가 어른들이 허례허식을 선호하지 않아 예단은 최대한 간소하게 했다.하지만 집이 문제였다. 두 사람이 맞벌이하고, 알뜰하게 모아 돈이 꽤 됐지만 부모님의 도움 없이 서울에 전세를 얻기 힘들었다. 할 수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방 2칸짜리 아파트를 겨우 전세로 얻었다"고 결혼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혼은 '제2의 인생'이라고 불릴 만큼 개인에게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 생판 모르는 남과 20년에서 30년간 따로 지내다가 누군가의 배우자로 상대편 집안의 구성원이 되기 때문이다.그런데 상대방의 가풍에 맞춰가는 것도 힘든 마당에 결혼 절차 또한 만만치 않다. 보통 남자는 집, 여자는 살림살이를 해 온다고는 말은 간단하지만, 남자는 직장생활 몇 년차에 만질 수 없는 거금을 마련해야하고, 여자는 이불, 은수저세트, 반상기 등 예단마련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우선 집장만에 대해 살펴보면 80년대 초까지만 해는 방 한 칸, 월세로 살림을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많았다. 부유한 소수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직장을 가진 결혼적령기의 성인들은 크게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결혼을 할 수 있었다.

80년대 중반에 결혼한 최진수(50)씨는 "나와 아내가 나란히 누우면 갓난아기를 눕힐 자리가 없어 우리 부부 머리 위에 아이를 두고 잤다"고 했다. 그는 "다른 신혼부부들도 대부분 우리처럼 형편이 되는 대로 결혼을 했기 때문에 특별히 우리만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에는 집 규모가 작더라도 전세로 신혼을 시작하려는 신혼부부가 많다. 서울의 경우 20평대의 아파트나 빌라를 전세로 얻으려면 적어도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이 자신이 번 돈으로만 전세비용을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자친구와 결혼을 3년째 미루고 있는 직장생활 4년차 정우재(31)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받을 수는 없고, 모아둔 돈으로 전세를 구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서울은 도저히 안 되고 경기도에 전세를 얻어 보려 했지만 이도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답답해 했다.

임장혁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결혼하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바라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내 자식은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는 부모세대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은 만18세가 되면서부터 독립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와 함께 살아 경제적으로 부모 의존도가 높은 편이고, 목돈이 필요한 전세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점차 월세제도로 바뀌고 있고, 자녀들도 일찍 독립하는 풍조가 확산된다면 결혼 때 자녀들의 부모 의존도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예단은 이전보다 간단해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지역, 집안에 따라 아직도 시부모님 형제들까지 마련해야 하는 곳도 있다. 실제로 예단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를 두고 신혼부부들이 많이 다투기도 한다.

또 명품 바람이 불면서 '시계는 어디제품, 보석은 어디 곳의 제품으로 해야 체면이 선다'고 과시적으로 소비를 하는 신혼부부들도 적잖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차수희씨(33·여)는 "부모님께는 부담이 되겠지만 평생에 한 번하는 결혼식인데 가능한 무리를 해서라도 최고로 좋은 제품들로 예물을 마련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인류 역사상 혼례 때 패물을 교환하는 것은 보편적인 관습이다. 결혼으로 인해 한 가정의 구성원이 다른 가족이 됨에 따라 노동력을 잃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으로 패물, 지참금 등을 지불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주의 경우 여성이 해녀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크기 때문에 과거 결혼을 하면 남자가 여자의 집에 가서 몇 년간 데릴사위를 하기도 했다. 데릴사위를 하지 못하면 남자가 여자집에 지참금을 주기도 한다.

이런 풍습이 남아 아직도 제주에선 부부가 결혼을 하면 여자는 남자집안에 돈을 보내지 않지만, 남자는 여자집안에 지참금을 보낸다.

신부가 시댁에 들어가면서 인사의 예로 마련하는 선물인 예단이나, 신랑과 신부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품인 혼수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부엌칼을 해 준다. 시집오면서 친정과의 인연을 끊으라는 의미에서 시어머니가 칼을 준다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이런 풍습을 모르는 다른 지역 아가씨가 시집을 갈 때 칼세트를 선물 받아 화들짝 놀라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경상도는 과거에 신부는 예단, 이불, 밥그릇 정도만 간단히 혼수를 준비하고, 가구 등 그 외의 혼수품은 신랑 측에서 마련해 줬다.

강원도 일부 지역의 경우 여자가 평생 일부종사하겠다는 뜻으로 신랑의 도포는 꼭 마련해 가야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교통이 발달하고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큰 차이는 없다.

임 교수는 "예단이나 혼수는 일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집안의 재력이나 가풍에 따라 많이 달라져 풍속이 확연히 다른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 단편적으로 지역적 특색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 전통적으로 혼례는 집안과 집안이 만나는 것이기에 신랑과 신부가 예물을 교환하고, 양가가 답례품을 주고받는 것이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knat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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