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없는 한국영화 아쉽죠"

배소진 기자 2012. 4. 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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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사건팀]조윤주 ·한미라양의 '그들이 사는 법'..장애인 배려적은 문화시설

[머니투데이 배소진기자][[출동!사건팀]조윤주 ·한미라양의 '그들이 사는 법'…장애인 배려적은 문화시설]

조윤주양(19)은 자칭 '영화 마니아'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 늘 속상하다.16년 전 고열을 앓고 난 뒤 청각장애 3급을 판정받은 조양은 보청기를 끼고 있다.

보고싶은 영화는 많지만 선택은 한정된다. 한국영화보다는 자막이 있는 외국영화가 우선순위. 대사는 듣지 못한 채 장면만 보고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잘못 골랐다간 모처럼 놀러간 영화관에서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오기 일쑤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한미라양(17)은 유치원 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뇌병변 장애2급을 판정 받았다.

한양은 올해 초 한 연예기획사에 가수가 되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장애인은 안 된다'는 퇴짜였다. '외국에는 장애를 이겨낸 가수도 많다는데 나는 왜 안될까' 아쉽기만 하다.

몸이 불편해도 이들의 눈빛만은 빛났다.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성적, 앞으로의 진로선택 등 털어놓은 고민과 꿈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래와 마찬가지로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최근 유행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갈망도 컸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관 등 시설은 장애인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화 마니아' 청각장애인의 고민

"청각장애 친구들과는 영화관에 거의 안가요. 가더라도 한국영화는 '자막이 없잖아'라며 안보려고 하죠"

보청기를 끼면 웬만한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조양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경우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인터넷 파일공유사이트나 DVD를 이용해 뒤늦게 영화를 찾아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조 양은 "인기가 많은 최신 한국영화를 보고 싶어 자막이 나오기만을 기다리지만 막상 그 영화의 자막이 제공될 때는 더 이상 '최신'이 아니잖아요"라며 "막상 자막이 있어도 그때만큼 흥미를 느끼기 힘들어요. 이미 유행이 지나간 영화가 되 버려서 안보고 마는 경우도 많아요"라고 했다.

지난 해 큰 이슈가 됐던 영화 '도가니'의 경우 청각장애인에 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한글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의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연극이나 뮤지컬도 조양이 관람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다. 조 양은 "보통 배우들의 행동을 보며 내용을 짐작하는데 사방이 어두워지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더 답답하다"며 "작은 목소리로 독백이 이어질 때는 보청기를 껴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TV드라마는 아예 보기를 포기했다. 일반인 친구들이 최근 유행하는 각종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아는 척' 고개만 끄덕이게 된다.

조 양은 "화면해설 서비스가 있다지만 방법을 몰라 아직 신청을 못했다"며 "드라마는 영화보다 빠른 속도의 대사가 훨씬 많아 거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인도 할 수 있어요" 가수를 꿈꾼다

한양 역시 영화보는 건 좋아하지만 영화관은 자주가지 못한다. 소리가 너무 울리는 통에 제대로 영화를 볼 수가 없다. DVD를 구해보긴 하지만 개봉시기를 지나 늦게 나온다는 점은 늘 아쉽다.

가수를 꿈꾸는 한양의 최근 고민은 역시 진학과 성적문제. 하고싶은 것이 있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 답답하다. '아프지만 않으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데'하는 생각에 속상하다.

"내가 왜 몸이 아픈지 모르겠어요. 태어날 때부터 아픈 건 아니었어요. 유치원생이었던 6살 때 의자에서 떨어진 뒤로 장애가 생겼어요. 요즘도 매년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데 늘 답답해요.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그래도 꿈을 버릴 수 없었다. 한양은 "장애가 있다는 사실에 힘들 때면 음악을 들으면서 위안을 찾았다"며 "내 유일한 취미인 음악을 들으면 그 순간만큼은 장애를 떨쳐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음악에는 장애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직 장애를 극복하진 못했지만 장애를 이겨내고 아니고는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양은 대학진학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혼자 노래연습을 시작한 한양은 "음악과 연기 등을 배울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해 체계적으로 공부하며 장애를 이겨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애인 문화생활' 조금만 배려해줬으면...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한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문화 및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8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2.7점에 비해 불과 0.1점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장애인들에 대한 문화생활 배려는 지지부진하다는 것.

국가와 사회에 대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을 묻는 질문에 '문화여가생활 및 체육활동 보장'을 가장 먼저 꼽는 이들도 지난 2005년 0.4%, 2008년 1.4%에 이어 2011년 1.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득, 의료, 고용보장 등 생활에 직결되는 부분 뿐 아니라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구성된 장애인 영화관람권 공대위에서는 한국영화에 한글자막 및 화면해설영화 상영 의무화를 도입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40일 넘게 이어가고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오는 2013년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300석 이상 단일스크린 상영관에서는 장애인 영화관람권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2010년 기준 총 2003개 상영관 중 92.8%(1856개)를 차지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해당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조 양은 우리나라에 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대중문화 환경이 아직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신간 서적이 점자로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 지체장애인들의 경우 공연장 등에 가려해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꼽혔다.

"사람들은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잘 못하고 몰라도 된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만 배려해준다면 우리도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뮤지컬이나 공연에서 노래가 나올 때 뒤에 스크린 등을 동원해 자막을 띄워주면 그 노래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으니까요"

한양은 "장애와 비장애의 선을 긋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장애가 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랍니다. 장애인에게도 기회를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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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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