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보험사 M&A, 아직은 '안갯속'

정일환 입력 2012. 4. 22. 06:01 수정 2012. 4.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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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일환 기자 = 보험사들의 인수합병(M&A)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초유량 매물로 평가받는 ING생명이 투자설명서를 발송하면서 국내외 금융사들의 시선은 일제히 ING로 쏠리기 시작했다. 앞서 매물로 나와 한창 매각 협상이 진행되던 동양생명은 갑자기 달라진 인수후보들의 태도에 유찰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또 그린화재는 오너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매각작업의 주도권이 우리사주조합에게 넘어가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 대주주인 보고펀드는 대한생명과 푸르덴셜그룹에게 오는 25일까지 최종입장을 정리해달라고 통보했다.보고펀드측이 '벼랑 끝 전술'로 나온 이유는 매각협상 파트너인 두 회사가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푸르덴셜의 경우 이미 동양생명 인수의사를 사실상 철회하고 ING생명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대한생명의 태도에도 시간이 갈수록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최대 걸림돌은 매각 가격. 보고펀드는 최소 주당 2만3000원을 제시한 반면 대한생명은 당초 제시가격 1만7000원선 보다 4000원 많은 2만1000원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정해놓고 있다.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한생명이 인수가격을 높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당 가격 2000원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전체 인수가격으로 환산하면 1500억원이 넘는다"면서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한생명의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돼 있어 예금보험공사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보는 하루라도 빨리 공적자금을 회수해야하는 입장인데, 대생이 돈을 더 쓰겠다고 하면 달가울리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때마침 등장한 ING생명 매각건을 대생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양생명 대신 ING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보고펀드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업계에서는 대한생명의 ING인수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동양생명 인수가 자금부담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에 가격이 훨씬 더 비싼 ING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한화그룹 전체가 나서서 전력투구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ING생명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매각 가격이 얼마까지 치솟을지 예측하기 힘들만큼 여러 금융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생과 푸르덴셜은 물론 삼성,교보 등 보험업계 '빅3'가 일찌감치 인수의사를 드러냈고, KB금융도 어윤대 회장이 직접 인수전 참가를 공언한 상태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ING생명 코리아만큼 좋은 회사가 없다"면서 "재무적 측면에서 능력이 있으면 ING생명 코리아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인수 의지를 적극 표현했다.

하나금융지주도 다크호스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하나금융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보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보험은 생각보다 어려워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사업이지만 좋은 기회가 있다면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현재 ING생명의 매각 예상가는 한국법인 4조원, 아태법인 전체는 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만만치 않은 규모지만 인수후보들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박근희 사장이 지난 3월 6일 '비전2020'을 선포하면서 현재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해외 매출액을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무려 27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보험업계는 이를 ING생명에 대한 인수의지로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10여년만에 국내도아닌 해외매출액을 20~30배로 키운다는 것은 통상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아시아 7개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ING생명 아태법인을 통째로 인수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렇듯 생명보험업계의 M&A행보가 빨라질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손해보험사들의 M&A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손해보험사는 그린손해보험과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이들 중 그린손해보험은 이영두 회장이 시세조종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 빠져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노조에 경영권포기각서도 제출하면서 사실상 매각작업에서 손을 뗐다. 이에 따라 그린손보는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 인수 대상을 물색하며 매각을 주도하는 상황이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그린손보는 지난 16일 지분·보유주식·부동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2차 경영개선계획안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2차 개선안에 포함된 인수후보는 1차 개선안에 포함됐던 신안그룹보다 지명도가 낮은 기업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그린손보는 지난 2003년 리젠트화재보험 등과 같이 파산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계약자 권리는 여타 손보업체들이 나눠가지게 된다.

매물로 나온 또 다른 손해보험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BS금융지주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BS금융지주는 3월 15일 사업 다각화를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BS금융지주는 한때 그린손해보험 인수도 검토하다 지난해 연말 포기하기도 했다.이밖에 손해보험 라이선스 취득을 노리는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모펀드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wh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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