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집착 MB정부, 매장량 뻥튀기·불리한 계약

송윤경·박영환 기자 입력 2012. 4. 21. 03:08 수정 2012. 4. 2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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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SOC사업에 한국기업 참여 요청도 거절'자원외교 1호' 홍보.. 감사원, 총체적 부실 판단

이라크의 쿠르드 유전 개발은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외교 1호'였다. 원유 19억배럴을 확보하고 21억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도 따낸 1석2조의 사업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감사결과 드러난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의 실체는 전혀 달랐다. 감사원 측은 "순손실이 최소 1800만달러로 추산되고 한국 측이 비용을 지원키로 한 SOC 건설사업이 본격 추진된다면 손실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알고보니 석유공사는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장량을 세 배 이상 부풀리는 등 온통 부실덩어리로 시작됐다는 게 감사원의 종합적인 판단이다.

SOC 건설사업과 유전개발을 연계하는 '패키지형 자원개발' 계약이 쿠르드와 성사된 것은 2008년 6월이었다. 당시 한국석유공사는 이라크 북부의 자치 정부인 쿠르드와 유전개발·SOC 건설을 연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당시 석유공사는 "참여대상 광구의 기대매장량은 72억배럴이고 탐사성공 시 한국 측은 19억배럴의 지분매장량을 확보하며 우리 기업이 21억달러 규모의 SOC 건설사업도 담당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서문규 당시 석유공사 부사장은 "예측대로 생산하면 하루 20만배럴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7%포인트 정도 높일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2월14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오른쪽)가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이라크의 바르자니 쿠르드 지방정부 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나 기대매장량 72억배럴은 석유공사가 근거 없이 뻥튀기한 수치였던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다. 석유공사는 2007년 10월 기대매장량을 3억3300만배럴 정도로 산정했던 바지안 광구의 경우 불과 몇 개월 만에 광구 면적값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기대매장량을 4억4400만배럴로 늘렸다.

쿠르드의 다른 광구인 쿠시타파 광구, 하울러 광구 역시 영국 지질탐사회사로부터 "(유전이 발견될) 유망 구조가 발견되지 않아 (투자)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보고서를 받았는데도 면적값을 임의로 바꿔 기대매장량을 부풀렸다. 감사원은 "2011년 1월 한국석유공사가 다시 산출한 기대매장량은 20억91만배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4개월 전인 2008년 2월 석유공사는 같은 내용으로 쿠르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통의동 집무실에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총리와 만나 "양국을 위해 매우 좋은 일을 한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양해각서는 이 대통령 자원외교의 첫걸음이라며 성과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한 달 후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양해각서에 따른 한국 기업의 건설사업 참여 규모가 20억달러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감사결과 드러난 '패키지형 자원개발'의 실체는 초라했다. 감사시점인 2011년 7월까지 시추결과 상업적 원유 발견에 실패했다. 본계약에 참여했던 국내 7개 건설사는 2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에 불참했다. 그 뒤 석유공사는 SOC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것으로 계약을 수정했다가 쿠르드 측의 요구에 따라 SOC 건설시행을 포기하고 건설비로 현금 11억7500만달러만 쿠르드에 지급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석유공사는 계약 체결과 동시에 지급한 서명보너스 2억1140만달러, 탐사비 1억8886만달러 등 이미 쿠르드 유전개발에 4억여달러를 투입한 상태다. 여기에 양해각서에 따라 11억7500만달러까지 현금 지급하고 이자도 부담해야 해 출혈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쿠르드 측은 한국이 비용을 대는 SOC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한국석유공사는 탐사 실패 시 제공받기로 돼 있는 6500만배럴 원유 개발권으로 11억7500만달러를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 조건을 한국 측에 유리하게 해석해도 순현재가치로 볼 때 1800만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향후 본격적으로 SOC 건설사업이 추진되면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봤다.

감사원은 쿠르드 원유개발에 대해 "감사시점인 2011년 7월까지 쿠르드 광구에서는 상업적 원유 발견에 실패해 탐사계약기간인 2013년까지 성공할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는 상태"라고 내다봤다.

감사원은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앞으로 객관적 근거도 없이 기대매장량을 부풀리는 등 자의적으로 기술평가를 수행하거나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연계해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내 건설업체의 참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사회기반시설 건설비용만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쿠르드 유전 개발 참여로 이라크 정부와의 관계는 악화됐고 석유공사는 지난해 실시된 이라크의 유전 개발사업 입찰 자격 사전심사 등록에서 탈락했다.

원유 20억배럴과 건설사업 20억달러의 섣부른 꿈은 사라졌고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현 정부 자원외교의 대표적 헛발질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 송윤경·박영환 기자 ky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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