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오늘로 '출근 경영' 1년.. 긴장-안정 '일석이조'

입력 2012. 4. 21. 03:06 수정 2012. 4.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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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오늘로 '출근 경영' 1년.. 경영학자 - 삼성 내부의 메시지 분석
굵고 짧게 목표-가치 제시.. 긴장-안정 '일석이조'

[동아일보]

"새로운 10년은 옛날의 10년과는 다를 것이다.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2010년 12월 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처음 찾았을 때 한 말이다. 이 회장은 이후 4개월 뒤부터 매주 화, 목요일에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21일은 이 회장의 '출근 경영'이 시작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대부분의 경영전문가들은 "지난 1년은 삼성 전체가 지속성장이냐, 정체냐의 기로에 섰던 중요한 시기"라며 "이 회장이 자주 메시지를 던진 것이 삼성 조직원 전체가 위기의식과 방향감각을 공유하면서 위기를 돌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긴장과 안정감 동시에 불어넣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활동을 했던 기간을 제외하고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이후 지금까지 52회 출근해 10차례가량 사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면 짧지만 함축성이 있는 답변을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1년 동안의 언론에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이 그 전 20년간보다 더 많은 것 같다"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이에 대해 연세대 경영학과 정동일 교수는 "지난해 초는 노키아가 몰락하고 애플과 구글이 급부상하는 등 정보기술(IT)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던 시기"라며 "리더가 '내가 진두 지휘한다'고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라는 이 회장의 메시지도 시의적절했다"고 덧붙였다.

삼성 내부의 평가도 비슷하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들이 과거처럼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을 거치지 않고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평가받으니 긴장감이 확 높아졌다"면서 "동시에 중심이 단단히 잡혀 든든하다는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고졸 그룹공채를 실시하거나 삼성전자가 최초로 장애인 공채를 시작한 일, 여성 인력 채용을 늘리거나 해외로 인재를 1년간 파견하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확대한 것처럼 당장 성과가 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결정도 최근 1년간 부쩍 늘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 "짧지만 강한 메시지로 자신감 표출"

이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사장단·임직원과의 간담회, 출근길에서 구체적인 지침보다는 전략적인 목표나 가치가 담긴 화두를 던졌다. 올해 신년사에서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을 주문했다. 이달 17일 중공업·건설 계열사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국내에 안주하지 말아야 하며 품질 불량이 나오면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경영학과 신동엽 교수는 "다른 대기업의 경영 리더십에 좋은 모범 사례가 된다"고 평했다. 삼성처럼 사업 분야가 다양한 거대 기업에서 총수가 너무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지시를 하면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리더는 핵심 가치를 제시하고 '어떤 사업을 하건 이 정도 수준은 맞추라'는 기준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이 회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굉장히 임팩트 있게 말을 하는데 내부와 외부를 다 겨냥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이 "그룹 전체에 부정이 만연해 있다"고 기자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선 외부적으로는 "총수가 이 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가 있다. 내부적으로는 담당 임직원을 면전에서 질책하는 것보다 더 강한 압박감과 긴장감을 주게 된다는 설명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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