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세대 고달픈 대출인생

입력 2012. 4. 19. 21:00 수정 2012. 4. 1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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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가계대출 중 50살 이상 46%…8년만에 13%p 늘어빚내 집 샀다가 집 담보로 빚내 창업하며 대출 증가50대 대출, 연소득의 1.7배…"주택시장 불안요인"

정년퇴직에 몰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생활자금과 창업자금으로 앞다퉈 받은 대출이 가계빚의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50살 이상 고연령층의 대출 비중이 46.4%까지 늘어났다. 2003년 33.2%에서 8년 만에 13.2%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고연령층(50~60살, 60살 이상)의 인구 비중 증가폭 8%포인트보다 훨씬 크다.

고연령층의 가계부채는 은행보다 비은행권에서 빠르게 증가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2011년 기준)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연령층은 40대로 34.5%였고, 50대 대출 비중은 28.1%였다. 반면, 비은행권에서 50대의 대출 비중은 32.4%로 40대(29.2%)보다 높았다. 50대의 비은행권 대출은 2003년 22.8%에서 해마다 꾸준히 늘었다.

한은은 고연령층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으로 부동산경기 침체와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 열풍을 꼽았다. 한은은 50살 이상의 고연령층이 2005~2007년 부동산가격 상승기에 고가주택 담보대출을 늘렸다가 최근 주택시장 부진으로 주택 매도가 어려워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수도권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담보대출 차주의 53.5%가 50대 이상이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16만9000명이 늘어난 310만3000여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은퇴자들이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주된 방법은 주택대출이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선택한 창업 업종은 영세한 식음료업, 서비스업 등이다. 한은 조사 결과, 50대의 경우 연소득에 견준 금융권 대출 비중은 169.2%나 됐다. 연소득보다 갚아야 할 대출 총액이 1.7배나 많다는 이야기다. 60살 이상은 이 비중이 192.9%였다.

대출은 과다하고 소득은 적은 고령층의 가계부채 증가는 향후 금융권의 부실 위험은 물론 주택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고연령층이 채무 상환을 위해 집을 팔거나 규모를 줄여 옮기는 일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인구 감소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고연령층 주도의 주택 재조정은 주택가격을 추가로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상당 부분 고연령자들의 주택 등 실물자산 처분 때문이었다고 풀이했다.

한은은 그러면서도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고소득층의 보유 비중이 높고 담보대출비율(LTV)이 낮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계대출이 대규모로 부실화되면서 금융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 대출은 저소득층 대출과 함께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발등의 불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영세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는 고령자들이 장기적으로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생계 문제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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