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몽상가의 피난처 '라오스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 2012. 4. 1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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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중간세계'다. 지리적으로는 태국,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에 '낀' 땅, 문화적으로는 신과 인간의 중간 영역이다. 역사적으로는 왕국시대부터 식민지시대, 사회주의체제까지 과거와 현재가 혼재한다. 거리에는 유럽과 아시아의 '짬뽕'(?) 건축 양식이 많다. 이쯤 되면 사회 분위기가 혼란스러울 만도 한데 라오스는 그저 느긋하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여행자에게 라오스는 천국이자 지옥이다. 아니, 여행 내내 라오스는 '이곳을 사랑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연옥'처럼 느껴진다.

대개의 여행 경로는 라오스의 한가운데에서 시작한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런데 라오스를 다녀온 이들은 수도보다 '루앙프라방'을 더 잘 기억해 낸다. '루앙'은 '크다', '프라방'은 '성스러운 상(불상)'을 뜻한다. 도시 자체가 '큰 불상'인 셈이다. 이름대로 왕궁과 황금사원이 마을에 알알이 박혀 있는 곳. 여행자들은 이곳을 '몽상가의 마지막 피난처'라 부른다.

루앙프라방은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700m의 고지대에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는 배로 사이공에서 파리로 가는 것보다 루앙프라방에 가는 것이 더 오래 걸렸다 할 만큼 벽지였다. 덕분에 루앙프라방의 유적과 사원들은 보존 상태가 좋다. 1545년 비엔티안으로 천도하기 전까지 라오스 최대 통일 왕조 '란쌍왕국'의 흔적이 옛 수도 루앙프라방에 고스란히 남았다.

라오스와 프랑스 양식이 혼합된 루앙프라방박물관은 라오스의 마지막 왕이 머물던 왕궁이다.

그런데 그림 같은 풍경은 자연이 아닌 사람이 만든다. 루앙프라방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면 이른 새벽 거리로 나가야 한다. 새벽 다섯시반 해가 뜨기도 전에 주홍색 장삼을 걸친 맨발의 승려가 거리를 메운다. 탁발이다. 무릎을 꿇고 열을 맞춰 앉은 신도들은 승려의 공양 사발에 음식을 떠 넣는다. 두손을 모아 공양을 하는 신도들은 저마다 무엇을 비는 것일까.

인구의 95%가 불교신자인 라오스에서는 거의 모든 가정의 아들이 출가를 한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십수년, 혹은 평생을 절에서 보낸다. 라오스인의 공양은 간절한 불자의 마음이요, 아들을 먹이려는 어미의 심정이다. 탁발로 공양 그릇을 가득 채운 승려들은 빈민계층의 빈그릇에 음식을 채워준다.

탁발로 공양 그릇을 가득 채운 승려들은 빈민계층의 빈그릇에 음식을 채워준다.

탁발은 루앙프라방의 3대 볼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나머지는 루앙프라방박물관과 광시폭포다. 루앙프라방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루앙프라방박물관'이다. 프랑스 식민지 초기 싯사왕봉왕의 거처로 지어진 왕궁인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왕조의 이름인 '란쌍'은 100만마리의 코끼리를 뜻한다. 란쌍 왕조는 태국과 중국 대륙 일부까지 영토를 확장하기도 했다. 라오스 전통 양식과 프랑스 양식을 혼합한 왕궁인 루앙프라방에서 번성했던 당시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황금도시의 수도원 왓시엥통

그러나 왕조의 마지막 왕 와타나는 공산혁명으로 즉위식을 올리지 못한 채 왕궁에서 쫓겨나 동굴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동서양이 혼재된 문화재의 흔적은 루앙프라방 대표 사원에도 남아있다. 황금도시의 수도원 왓시엥통은 1560년 설립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웅전 건물이다. 부드러운 곡선의 지붕이 4겹으로 켜켜이 쌓였다. 나무로 지었던 사원은 프랑스의 영향으로 현재는 시멘트 옷을 입고 있다.

유럽 배낭여행객이 루앙프라방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거리도 마찬가지다. 사원과 왕궁 사이 골목골목 바게트와 와플을 팔고, 유럽인들이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즐긴다. 그럼에도 1997년 유네스코는 루앙프라방을 세계 문화유산 도시로 선정했다. 거리 전체가 문화재로 큰 차는 다니지 못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인 '뚝뚝'을 타야 한다. 배낭여행객들은 주로 자전거를 탄다. 몇 달에서 길게는 1~2년을 루앙프라방에 머문다고 한다.

매일 새벽 탁발을 하는 승려 행렬이 루앙프라방 거리를 가득 메운다.

라오스는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인데 국민들은 '물'을 참 좋아한다. 루앙프라방 인근에 '광시폭포'가 있다. 에메랄드빛의 물이 연신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물에 뛰어든다. 유럽 젊은이들이 '타잔'처럼 다이빙을 해댄다. 광시폭포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비키니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주의 문구가 붙어있다. 라오스 여인들은 한여름에도 다리를 덮는 긴 치마를 입는다. 보수적인 나라 라오스에서 광시폭포의 풍경은 이국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다.

유럽 여행객이 광시폭포 계곡에서 '타잔'처럼 다이빙을 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에는 라오스풍의 독특한 수공예품들과 먹거리가 가득하다. 상인들은 무조건 '비싼 값'을 부른다. 여행자가 반의 반값을 불러도 깎아주는 걸 보면 정가는 도대체 얼마일까. 그래도 상인은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는다. 웬만해선 분노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라오스인의 성정이 부러웠다.

유럽 여행객이 루앙프라방 야시장에 나온 그림을 사진기에 담고 있다.

라오스는 소수민족의 용광로라 불릴 만큼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다. 라오스는 원래 '라오'민족에 s가 붙은 복수형이다. 공식적으로 68개 민족이 섞여 살고 있다. '몽족'이 사는 마을을 찾아갔다. 집 안팎에서 가축과 사람이 뒤섞여 지낸다.

몽족이 사는 집

아이들은 전통 수공예품을 팔기 위해 여행객을 쫓아다닌다. 순박하게 웃으면서도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15세 이상 문맹률이 40%를 넘는 나라. 그래도 여유와 미소가 끊이지 않는 이곳의 '영성'을 알아가는 것이 여행자의 숙제로 남는다.

몽족 어린이

루앙프라방에서 수도 비엔티안으로 가는 길에 방비엥이 있다. 유럽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곳이다. 쏭강과 기이한 봉우리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카야킹, 동굴탐험, 열기구 타기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방비엥 쏭강

수도 비엔티안은 여행의 맨 마지막 코스로 남겨 놓는다. 라오스의 '향기'는 수도와 가까울수록 옅어진다. 그래도 사원은 즐비하다. 가장 유명한 곳이 탓루앙. 석가모니의 머리카락 사리와 유물이 보관돼 있다고 한다. 호파케오에는 에메랄드 불상이 있었기에 에메랄드사원으로도 불린다. 1828년 태국과의 전쟁으로 사원은 불타고 불상은 빼앗겼다. 비엔티안 중심부에 있는 개선문 '파투사이'는 1960년대 초 라오스 전사를 기리기 위해 지은 것이다. 겉은 파리의 개선문을 본떴으나 내부 벽화와 조각은 라오스 양식이다.

비엔티안 중심가

인도차이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캄보디아인들은 쌀을 파종하고 베트남인들은 그 쌀을 수확한다. 라오스인들은 쌀이 자라는 소리를 듣고 산다'고. 3박5일의 라오스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공항의 작은 사고로 비행기가 6시간 지연됐다. 그런데 라오스인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코이 코이 바이." 우리말로 "천천히, 천천히"를 말할 뿐이다.

길잡이

■한국에서 라오스 가는 길이 가까워졌다. 지난달 28일 진에어(www.jinair.com)가 인천~라오스 비엔티안 정기노선을 취항했다. 그동안은 인천공항에서 라오스로 향하는 직항노선이 없어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을 거쳐야 했다.

진에어 직항 노선은 매주 수, 토요일 오후 6시 인천에서 출발한다. 라오스까지는 5시간40분 소요된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은 매주 수, 토요일 오후 11시 비엔티안공항에서 출발한다. 1600-6200

■한국인은 라오스에 15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15일 이상 여행해야 한다면 도착지역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라오스 공식 화폐는 '킵'이다. 10만킵은 1만3400원. 태국 바트화와 미국 달러가 통용된다. 라오스가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은 라오스에서 자동로밍으로 연결된다. 주요 관광지에서는 무선 인터넷이 잡히기도 한다.

■루앙프라방까지는 비엔티안에서 차로 7~9시간 정도 걸린다. 13번 국도로 연결되는 길인데 우리나라 한계령 못지않게 굽이굽이 산길을 타야 한다.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행 비행기를 타면 편하다. 루앙프라방박물관과 사원, 광시폭포 등은 모두 입장료를 내야 한다. 2만~3만킵. 야시장을 이용할 때는 상인들이 비싸게 부르므로 가격 흥정을 잘 할 것.

■라오스는 남북으로 길게 형성돼 있다. 비엔티안에서 북부 루앙프라방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돌아보려면 벅차다. 보통 서양인들은 루앙프라방을 돌아보는 데만 일주일 정도 할애한다.

< 루앙프라방(라오스) | 글·사진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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