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물어보는 한국 112 알아서 위치추적 미국 911

입력 2012. 4. 10. 03:24 수정 2012. 4. 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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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피해자 수색' 남은 숙제

[동아일보]

"앞으로 납치 성폭행 사건이 나면 119에 신고해야 하는 겁니까."

경기 수원시의 한 주택가에서 납치 살해된 20대 여성 A 씨 유족은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찾아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이렇게 따져 물었다. 피해자의 이모부 박모 씨는 "형사들이 우리한테 119에 가서 피해자 위치를 파악해 보라고 했는데 그렇게 다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피해자 위치 파악조차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조 청장은 "휴대전화 기지국으로 어느 정도 위치 파악은 하는데 범위가 너무 넓어 빨리 찾지는 못하는 실정"이라며 쩔쩔맸다.

▶[채널A 영상] '우발적 범행' 이라던 경찰…CCTV 영상 보니 '계획적 잠복'

이번 사건은 경찰이 피해자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다. 112 신고 대응 과정에서 '집 안' 등 핵심 단서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피해자가 신고전화를 통해 말한 곳으로 출동했더라도 수천 가구를 일일이 탐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납치 상태에서 자행되는 성폭행 살해 사건은 피해자가 현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의 자체적인 위치 추적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경찰은 112 신고자의 동의 없이는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 긴급구조기관으로 규정된 소방서와 해양경찰서는 신고 접수와 동시에 자동으로 위치 추적을 하지만 경찰은 그럴 법적 근거가 없다. 신고자가 긴박한 상황에 놓인 게 명백해도 동의 절차를 밟지 못하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경찰은 2008년 경찰도 신고 접수와 동시에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인권 침해 가능성이 제기돼 관련 개정안이 조만간 폐기될 처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8일 "112 신고도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하고 사후에 경위를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18대 국회 회기가 끝나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고자의 동의를 받아 위치 추적을 해도 한계가 많다. 현행 위치 추적은 신고자 휴대전화와 가장 가까이 교신을 하는 기지국을 찾는 방식인데 기지국 주변 반경 100∼1000m 범위까지만 위치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원 사건의 경우도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새마을금고 주변 반경 158m'라는 정보를 얻었지만 해당 지역에만 2000여 가구가 있었다.

경찰은 최근 10∼20m 범위로 신고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112앱'이나 '원터치 SOS' 서비스에 가입하면 위급 상황에서 112로 연결되는 단축번호 하나만 눌러도 경찰에서 GPS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현재 2만여 명이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자가 실내에 있을 경우 GPS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이 서비스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아동 등 미성년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수원 사건처럼 낯선 집의 실내로 납치된 성인 여성에겐 유명무실한 셈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실내에서도 GPS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최근 상용화 단계에 와 있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야 보급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경찰이 위급 상황에서 과감하게 위치 추적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소방 경찰 통합 긴급 신고전화인 '911'은 신고와 동시에 신고자의 위치를 자동 전송받고 있다. 미국은 또 위치 추적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에 GPS 기능을 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긴급 신고 전화 '911'을 눌렀다 말없이 끊어도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신고자를 찾아낸다. 캐나다에 체류 중인 기업 주재원 김모 씨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로 장난치다가 911을 잘못 눌러 황급히 끊었는데 5분 만에 경찰이 들이닥쳤고 아이를 집 밖으로 데려가 10분간 상담하며 아동 폭력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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