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000조원](1) 월급 받아도 먹고살기 빠듯, 빚 내야 사는 '대출 난민' 속출

박재현 기자 2012. 4. 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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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곳 느는데 소득 그대로쌓인 빚에 대출도 어려워 대부업체 등 찾아 헤매

서울 신길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던 김종민씨(42·가명)는 지난해 영업을 접었다.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서 영 장사가 되지 않았다. 그 후 친척이 운영하는 건설자재 공급업체에 취직했지만 2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는 네 식구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아무리 먹을 것, 입을 것을 줄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통신료, 차비, 대출이자 등을 빼고 나면 생활비로 남는 건 100만원 남짓했다. 지난해 가을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오면서 집주인은 보증금을 2000만원 더 달라고 요구했다. 2년 전 이사오면서 전세보증금 1억2000만원을 채우기 위해 3000만원을 대출한 그였다. 할 수 없이 카드론으로 1000만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1000만원에 대해서는 월 10만원씩 월세를 주기로 하고 계약을 연장했다. 생활비는 더 쪼그라들었지만 쓸 돈은 줄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현금서비스 등을 받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원비 등 나가는 돈이 많아져 저축은 꿈도 못 꾸게 됐다"면서 "빚이 줄기는커녕 살기 위해서는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이러다 죽을 때까지 빚만 갚아야 할 신세가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일 서울의 한 금융기관 대출 창구에서 직원(왼쪽)이 가계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가계빚 1000조원 시대'지만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써야 할 돈은 많아 빚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살기 위해서는 빚을 내야 하지만 이미 쌓인 빚 때문에 대출을 받기도 힘들어지면서 이리저리 돈 빌릴 곳을 찾아 헤매야 하는 '대출 난민'으로 전락하는 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때 '사장님 부인' 소리를 듣던 이수정씨(40·가명)는 지금 보험사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4대보험도 적용되지 않고 퇴직금도 없다. 남편의 잘나가던 사업이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면서 시작한 일이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택시기사를 해 가져다준 3개월에 180만원 정도의 돈으로는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지난해 이혼을 하고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지만 이씨가 받는 월급은 많아야 250만원 정도이고 보통은 200만원이 채 안된다. 두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적지 않다. 생활비가 모자라는 일이 잦았고, 그때마다 이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모자란 생활비를 충당했다. 처음에는 한 장의 카드로 시작된 현금서비스는 이제 신용카드 7장으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일부는 생활비로 쓰고, 일부는 앞서 빼내 쓴 현금서비스를 갚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현금서비스를 돌려 막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 현금서비스 한도가 꽉 찬 지난 1월. 그는 저축은행과 캐피털 회사에서 돈을 빌렸다. 그러다 이혼 전 시어머니 암 수술비를 빌려 준 지인들이 돈을 갚아달라는 요구가 강해졌다. 그는 결국 대부업체를 찾아갔다. 그는 현재 7개 카드사에 650여만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500여만원, 대부업체에 11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1년 전부터는 우울증과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처음에는 이혼해서 내가 벌어 빚 갚고 애들 잘 가르치고 살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벌어서 갚아도 빚은 늘어나기만 한다"면서 "월 상환금액이 너무 많아 얼마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처럼 상당수 서민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빚을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국 도시 203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은행에서 신규대출(만기연장 포함)을 신청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22.5%로 조사됐다. 대출의 주요 용도는 생활자금이 32.2%로 가장 많았고 사업자금, 주거용 주택 구입, 전세자금이 뒤를 이었다.

필요한 돈은 대출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은행에서 돈 빌리기 힘든 서민들은 카드, 보험에서 저축은행을 거쳐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동안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가계빚은 22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중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전 분기보다 46.3%(2조5000억원) 늘어난 7조9000억원이었다. 또 보험사 등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은 전 분기(2조3000억원)에 견줘 무려 2배가 넘는 5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은 전 분기보다 8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 데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면서 가계의 생활비 대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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