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문건 보니.. 내연녀 표정·대화 내용까지 구체적 묘사

정환보 기자 2012. 3. 30.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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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미행 등 불법 정황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7월 신설된 직후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관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엄연히 국무총리실의 하부조직임에도 공식 직제상의 지위체계는 무시됐고 정권의 '친위대' 역할에 충실했던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무원이라면 "지옥 가기보다 싫어한다"는 의미에서 '지옥의 외인부대'로도 불렸다.

지원관실 소속 직원들의 사찰 과정과 보고 문건을 살펴보면 이 같은 풍문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 리셋 KBS 뉴스9 > 가 29일 공개한 지원관실의 내부 문건에는 이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사찰 대상자들을 추적했는지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할 이들이 자신들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도청, 미행 등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시작한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KBS를 바로잡겠습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2009년 5월 지원관실의 내부 첩보망에 사정기관 고위 간부 ㄱ씨가 걸려들었다. ㄱ씨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지원관실은 5월19일 ㄱ씨의 뒤를 밟으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사찰 내용은 시·분 단위로 정리돼 상부에 보고됐다.

"밤 10시30분. 차 밖에서 선 채로 내연녀와 이야기하다가, 가볍게 뽀뽀를 하고 헤어질 듯하더니, 같이 아파트로 걸어 들어갔다"와 같은 식이다.

"병맥주 2병과 과자 3봉지를 구입했으며 계산을 하려다 내연녀가 맥주 1병을 떨어뜨려 깨졌다"와 같이 사찰의 핵심과 무관해 보이는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도청이나 아주 가까운 거리의 미행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도 문건에는 그대로 복기돼 있었다.

보고서를 보면 ㄱ씨는 "당신 딸에게 뭘 사주지?"라고 물었다. 이에 내연녀는 "ABC초콜릿이면 돼"라고 답했다고 돼 있다.

사찰 대상자가 지었던 표정과 상황까지도 자세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계속 소주를 마시며 애원하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내연녀는 다소 무덤덤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음. 술은 별로 마시지 않았음"이라고 기록했다. 이 문건이 상부에 보고된 지 두 달여 만에 ㄱ씨는 결국 사표를 냈다. 사직 이유는 "건강이 너무 나빠졌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지원관실의 집요한 감시가 결정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원관실의 집요한 미행·추적 행각은 이전에도 일부 드러난 적이 있다. 2009년 12월 말 배정근 한국노총 공공연맹위원장이 지원관실의 미행을 당한 사실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의 불법사찰 폭로 직후인 2010년 7월 초 알려졌다.

배 위원장은 "당시 경기 송추에서 서울 여의도로 이동하던 도중 검은색 차량이 계속 쫓아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차를 세운 뒤 신분을 확인하니 경찰에서 파견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이었다"고 폭로했다. 미행 당시는 복수노조 허용 문제 등을 놓고 노·정 갈등과 노·노 갈등이 고조된 시점이었다.

▲ 리셋 KBS 뉴스9

현재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자체 제작한 뉴스 프로그램이다. KBS 새노조는 이달 초 "언론 본연의 비판적인 자세로 뉴스를 만들겠다"며 지난 13일 이 뉴스를 시작했다. 방송은 1회에 10분 정도 분량이다. www.kbsunion.net

<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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