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아파트 팔고 분당갔던 45세 은행원, 그만..

2012. 3. 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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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村 지도 바뀐다…압구정·분당 가라앉고 반포·판교 떠오르고수급·아파트 노후도가 판세 갈라

2006년 말 서울 강남 대치동 아파트를 팔고 분당 서현동으로 이사간 은행원 김 모씨(45)는 요즘 속이 쓰리다. 12억원이 넘는 가격에 매입한 서현동 A아파트 전용면적 133㎡ 시세가 8억원 초반대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그가 팔고 떠난 대치동 B아파트 전용면적 85㎡형은 그때나 지금이나 9억원 후반대로 별반 차이가 없다. 김씨는 "넓은 집에 살 욕심으로 강남 아파트를 팔고 분당으로 이사했지만 크게 손해를 봤다"며 "웃돈을 주고 산 분당 아파트를 팔아도 원래 살던 집을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부동산 불황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부촌 지도'가 바뀌고 있다. 한때 '천당 밑이 분당'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신흥 부촌으로 각광받았던 분당이 휘청거리자 '형님보다 나은 아우' 판교신도시가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 안에서도 지각 변동이 한창이다. 원래 '부의 상징'이었던 압구정동이 주춤하는 사이 재건축된 반포 일대가 패권을 넘겨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월 15억8000만원에 거래된 압구정 옛 현대 5차 전용면적 82㎡는 수년간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연일 계속된 부동산 침체기를 버티지 못하고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월 이 아파트는 12억원 중반대에 실거래됐다. 2009년 16억원 중반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고점 대비 시세가 4억원가량 빠졌다.

신흥 주거촌으로 떠오른 반포 일대는 상황이 정반대다. 2009년 입주를 전후해 미분양이 속출했던 반포자이는 분양가 10억6500만~11억7729만원에 나왔던 전용면적 85㎡ 조합원 물량이 8억9000만원까지 실거래됐다.

이 아파트 최근 시세는 13억원 후반대에 달한다. 압구정 시세가 4억원 빠지는 동안 반포 시세는 거꾸로 4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분당신도시도 마찬가지다.

분당 내 '블루칩'으로 꼽히는 정자동 분당파크뷰 전용면적 85㎡는 2007년 1월 11억원에 실거래됐지만 최근 시세는 8억원 중반대를 맴돌고 있다.

반면 판교신도시 일대는 그런대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입주 직후인 2009년 6월 5억7500만원에 거래된 삼평동 봇들2단지 이지더원 전용면적 84㎡ 최근 시세는 6억원 후반~7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1억원 넘게 시세가 올랐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1978년 준공이 개시된 압구정 아파트는 재건축이 시급하지만 아직 세부 일정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데다 서울시의 깐깐한 규제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는 분당신도시도 사업이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리모델링 사업성에 '키'를 쥐고 있는 수직증축 현안을 놓고 국토해양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당 1억원이 넘는 추가분담금 규모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장원 기자 / 백상경 기자] ■ 압구정 80㎡대 4억원 빠질때 반포는 거꾸로 4억넘게 올라수급·아파트 노후도가 판세 갈라'압구정 날라리'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비 오는 압구정'…. 이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소재로 활용한 대중가요나 시 제목들이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 초반 미국 유학생을 주축으로 신세대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계층을 일컫는 '압구정 오렌지족'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서울의 '동(洞)' 단위 행정구역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로 머물렀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만큼 압구정동이 강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압구정동에 덧씌워진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 덕분에 서울 내 최고 부촌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1990년대 초반 개발이 시작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도 마찬가지다. 한때 분당은 서울 강남 거주자가 살던 곳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었다. 강남 3구를 떠나 서울 내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자산가들도 유독 분당에는 너그러운 눈길을 보냈다.

분당 주민들은 여력이 충분함에도 복잡한 강남을 거부하고 내려온 계층으로 인식됐다. 압구정동과 분당은 각각 전통 부촌과 신흥 부촌을 대표하며 오랫동안 비싼 프리미엄을 유지했다. 최근 들어 압구정동과 분당이 반포와 판교에 각각 도전을 허용한 것은 결국 '수급의 힘'과 '아파트 노후도의 차이'로 요약된다. 반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해 2009년 준공한 '반포자이'는 규모가 3410가구에 달한다. 반포주공 2단지를 헐고 같은 해 새로 지은 '반포래미안퍼스티지'도 2178가구에 달한다.

신규 공급 물량이 거의 없는 강남에서 대규모 단지가 새로 들어서며 주목도를 높인 덕분에 자연스레 부촌 이미지가 형성됐다. 대단지 특성을 살려 첨단 커뮤니티 시설로 무장한 것도 고급 이미지를 더했다.

반면 1970년대 말 준공된 압구정동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거주 여건이 열악해 실수요자에게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판교신도시 일대도 마찬가지다. 2009년 이후 속속 준공이 시작되며 분당의 대체 주거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준공돼 노후화가 진행 중인 분당과 인접해 완비된 기반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 역시 부각됐다.

분당 리모델링 사업이 지지부진해 반사이익을 얻은 것도 한몫했다. 분당 리모델링이 본격 추진된 2007년 이후 전체에서 조합이 설립된 곳은 2곳에 불과하다. 사업성을 좌우하는 '수직증축 허용ㆍ가구 수 증가ㆍ일반분양' 등 이슈를 놓고 국토해양부와 분당 주민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분당 주민 일부에서는 '기약 없는 리모델링을 기다리느니 판교 새 아파트로 이사가는 게 낫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분당 시세가 떨어지고 판교 시세가 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압구정동과 분당이 부촌으로서의 매력을 완전 상실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여전히 타 지역 대비 훨씬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고 대기 수요도 풍부하다. 다만 과거와 같은 1인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건축ㆍ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필수적이란 평가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팀장은 "반포와 판교가 떠오른 것은 노후된 압구정동과 분당의 대체재로 인식됐기 때문"이라며 "이들 지역에 정비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판도는 다시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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