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줄었다고? 아닌데..

이현주 2012. 2. 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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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 EBS지출 배제 한 것은 의미 없어"학원비↓ 학생 감소·경기침체 탓…개인과외는 늘어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가 2년 연속 감소했다는 정부의 발표가 학부모들이 느끼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 오전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의 사교육비가 20조1000억원으로 전년 20조9000억원 대비 3.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계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방과후학교, EBS 참여 등 정부의 공교육 강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수요자인 학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방과후학교, EBS에 대해 비용이 지불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는 배제한채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발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부모들은 정부 정책보다는 학생수 감소와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가 학원비 지출 감소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실제 학생수의 경우 지난해 전체 학생 수는 698만7000명으로 2010년 대비 24만9000명(3.4%) 줄어 사교육비 감소폭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방과후학교나 EBS 모두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데 이를 배제하고 학원, 과외만 해서 3% 정도 줄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초중의 경우 방과후학교가 많이 늘었고 고교는 EBS가 많이 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학원을 가는 것은 조금 줄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과외는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었다"며 "고교 과외의 경우 2학년은 한 과목에 80만원, 3학년은 100만원 정도 받는다. 3과목을 들으면 300만원이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교과부 분석 결과를 봐도 학원에 대한 사교육비는 12만2000원으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지만 개인과외는 3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어났다.

최 대표는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수업이 학원보다 저렴하니까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이 좀 덜어졌다 할 수도 있지만 결국 학원에서 1과목 들을 것을 방과후학교 2개 듣는 셈"이라며 "정부는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수치로 보여줄 것이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 역시 "작년에도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정부에서는 발표했지만 학부모들은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라며 "방과후학교, EBS를 제외해 획기적으로 준 것도 아니고 겨우 3% 감소한 것 아니냐.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장 회장은 "불황으로 가정 경제가 어려워 학부모들은 가계 지출 비용에서 교육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식비 등 다른 부분에 비해 교육비가 감소한 비중은 작다. 여전히 사교육비는 가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 역시 "총 감소액이 7500억원 정도 되는데 학생 수 감소라던가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감소를 체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경제 불황으로 가계 경제는 어렵고 물가는 지나치게 높아져 사교육비에 더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는 가계 사정 때문에 사교육비가 감소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충모 대변인은 "과거에는 학교에서 방과후수업으로 이뤄지던 것이 주로 특기·적성 등 교과외 과목이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교과 활동"이라며 "학원으로 나가던 비용이 방과후학교로 지출된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사교육비 수치는 줄 수 있지만 학부모 부담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사교육비 통계를 초중고 뿐 아니라 유치원, 재수생 등으로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 대변인은 "요즘은 취학 전 아동, 고등학교 졸업 후 나가는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은데 공교육 범위가 아니라고 사교육비 통계에서 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방과후학교, EBS도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범위에 두고 싶으면 수요자 경비가 아니라 아예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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