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짐싸기 기술!

2012. 2. 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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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커지는 여행용품 시장, 생활용품 브랜드들 속속 진출

바퀴·멜빵 함께 달린 가방2~3개로 분리되는다중배낭도 인기

여행길의 진정한 동반자는 무엇일까? 1989년 해외여행 전면자유화 이래 세계 각국을 떠돈 여행가 대여섯 사람에게 물으니 대답은 한결같았다. '짐'이다! 여행길 어디서나 함께하고 끌고 메고 들고 이고 지고 돌아다녀야 하는 트렁크요 배낭이요 가방이다. 짐은 즐겁고 편안한 여정을 위해 꼭 필요한 동반자이지만, 자칫 잘못되면 말 그대로 '짐'이 되기 일쑤다.

그럼 여행길에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는 소품은 뭘까? 여행자마다 다르겠으나, 여행가들이 첫손에 꼽는 것, '비닐봉다리'다. 언제 어디서든 굴러다니고 날아다니며 손끝 발끝에 흔하게 차이는 그 검고 흰 '비닐봉다리'. 비닐봉지야말로 '짐'을 동반자로 다스리기 위해 없어선 안 될 필수 소품이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소품인지는 10여년째 인터넷 여행용품 전문매장을 운영해온 배낭여행 15년 경력의 김도균(40·트래블메이트 대표)씨의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검정 비닐봉다리! 이거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경쟁상대라 아니할 수 없다." 김씨는 "여행용품, 특히 수납용품의 거의 모든 것은 '비닐봉다리'의 진화 과정일 뿐"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마르고 젖은 빨랫감, 먹다 남은 음식, 온갖 잡동사니들 나눠 쑤셔넣고 질끈 묶어두면 정리 끝인, 복합 다기능 소품 '비닐봉다리'의 놀라운 효용성.

비닐봉지 사례는 여행길에 '짐' 분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최근 규모가 부쩍 커지고 있는 여행용품 시장의 핵심도 짐 분류와 관련돼 있다. 여행용품의 대부분은 짐을 어떻게 나누어 정리하고 보관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한 결과물들이다. 여행길 상황에 맞게 얼마나 손쉽게, 편하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냐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라질 뿐이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용품 하면 여행가방이나 배낭을 가리켰다. 여행용품 시장은 90년대 말까지 가방(트렁크와 배낭)이 90%를 차지했다. 이젠 그 안에 들어가는 여행소품들이 용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가 됐다. 그만큼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면서 요긴하게 쓰이는 아이디어 용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여행가방 자체도 튼튼하고 많이 들어가면 제일로 치던 데서,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이 입혀지면서 패션 상품으로 거듭났고, 무게는 가벼워지고 견고성은 강화됐다. 이동의 편의성과 수납공간의 세분화로 선택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예컨대 바퀴 달리고 멜빵도 달린 배낭형 가방, 2~3개로 분리돼 따로 메고 다닐 수 있는 다중배낭 등은 최근 인기를 누리는 가방이다.

해외여행 인구가 급증하면서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것이 손쉬운 수납과 휴대의 편의성을 강화한 소품 위주의 여행용품 시장이다. 국내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낸 이들은 주로 90년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어렵게 각국을 여행해온 배낭여행 세대다. 90년대 초부터 50여 나라를 배낭여행으로 둘러봤다는 윤용인(46·노매드 미디어 앤 트래블 대표)씨는 "10년 전만 해도 여행가방은 핸드백·지갑 등을 파는 잡화 매장이나 액세서리 매장에서 팔았다"며 "여행용품이란 이름 자체가 생소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일본의 경우 여행용품 전문매장들이 지역마다 들어서 있고, 여행용품협회도 구성돼 해마다 박람회도 연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엔 10년 전 처음 인터넷 여행용품 매장이 선보인 이래 지금은 여행사들과 중소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해 10곳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한손에 꼽을 정도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4~5년 전부터 아웃도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캠핑 열풍이 몰아치면서 여행용품 시장도 크게 확장되고 있다. 업계에선 여행가방·여행소품 등 순수 여행용품 시장 규모를 2000억원대 이상으로 보고 있다. 대형 여행사와 생활용품 업체들도 잇따라 여행용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3년 전 온라인 하나투어샵이 문을 열었고, 최근엔 씨제이라이온, 락앤락, 텐바이텐 등 업체들이 잇따라 온라인 매장을 열고 자체 아이디어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 여행용품 매장과 3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중인 트래블메이트 김도균 대표는 "현재 10여곳의 온·오프 여행용품 전문매장에서 소품류까지 3000여종에 이르는 여행용품이 팔리고 있다"며 "시장 규모가 해마다 20%가량 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래블메이트의 경우 자체 개발 상품 비중은 30% 선.

여행길에서 '검은 비닐봉다리'의 위력은 지금도 막강하다. 여행의 품질은 무엇을 어떻게 모으고 나눠 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국 단출하고 편안한 여행 기술의 위력은 수많은 주머니들과 그 변형에서 나오는 셈이다. 윤용인씨는 "흔히 가방이나 배낭에 신경 쓰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별로 실속이 없다"며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실질적으로 필요한 요긴한 소품들에 눈을 돌려보라"고 권했다. 윤씨는 "여러 개의 큰 가방보다는 가방 안에 들어갈, 분류하기 좋고, 휴대하기 편한 작은 소품가방을 몇개 장만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긴하면서도 값은 그리 비싸지 않은 여행용품들이 여러분의 여행을 깃털처럼 가볍고, 쾌적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것이 틀림없다. 중요한 건 역시 한꺼번에 지르지 말고, 써가면서 장만해야 이중삼중 구매를 막을 수 있다는 거. 비슷한 용도, 비슷한 가격의 용품들이 부지기수이므로 기능·품질·가격도 꼼꼼히 따져 보시길.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촬영협조 트래블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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