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팬티를 사준 남자, 이근안에게.."

2012. 1. 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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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에 고문당한 여기자 "당신이 목사라니" 분개"청소부가 되어 자신의 죄를 씻고 또 씻으라" 권유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게 물고문을 당한 전직 기자의 글이 화제다. 페미니스트 웹진 이프의 공동대표인 유숙열씨는 17일 '내게 팬티를 사준 남자, 이근안에게…'라는 편지글을 올려 합동통신 2년차 기자로 일하던 1980년 7월 17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가 물고문을 당했다고 밝혔다.

검은 안대로 눈이 가려진 채 유씨가 끌려간 이유는 5·18 계엄확대 발표 이후 지명수배로 쫓기고 있던 김태홍(1942∼2011) 전 의원의 피신처를 소개했기 때문. 김 전 의원은 당시 한국기자협회 회장이었다.

유씨는 "나는 솔직히 사람 하나 숨긴 것이 무슨 그리 큰 죄이며 설마 나를 죽이기야 하겠느냐 뭐 그런 생각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담담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얼마나 나이브했는가를 훨씬 나중에야 깨닫게 됐다. 그들은 기를 죽이려는듯 처음에는 험악한 말로 욕설을 퍼부으며 협박을 했다가, 정중하게 '기자' 대접을 했다가, 또 다시 뒷덜미를 잡고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쑤셔박았다가 하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작전을 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유씨는 다른 고문실로 옮겨져 이근안을 만난다. 그는 "30, 40대의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이 몽둥이를 들고 둥글게 모여있었고 가운데는 칠성판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내게 칠성판 위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냈고 나는 그 위에 올라가 본능적으로 몸을 엎드렸다. 그러자 다시 누군가 돌아누우라고 했고 돌아누운 내 몸 위에 버클이 주루룩 채워지며 육중한 몸집의 남자가 올라탔다"고 했다. '육중한 몸집의 남자'가 바로 이근안이었다.

이후 공포스러운 물고문이 시작됐다. 유씨는 "얼굴 위로 수건이 덮어 씌워졌고 다음 순간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면서 "물고문 한번 당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온 몸이 물에 젖어 한 여름인데도 사시나무 떨듯이 몸이 떨려왔고 담요를 여러장 뒤집어써도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때 경험한 추위는 실내온도와 전혀 무관한 추위였다"며 "가장 괴로웠던 일은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라고 말했다.

유씨가 쇼크와 탈진으로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르자 놀란 고문 수사관들은 "너 죽으면 우리가 큰일"이라며 수도육군병원 군의원을 데려와 링거 주사를 맞게 했다. 그런데 이후 조서를 꾸민 뒤 침대에 누워 링거를 꽂은 채 처분을 기다리는 유씨에게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때이른 생리가 시작된 것.

유씨는 자신을 고문한 이근안을 불러 "아저씨… 저 생리가 터졌는데요"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근안에게 "당신이 내게 생리대와 팬티를 사다 주면서 '내가 생전 여자 속옷을 사봤어야지. 가게 가서 얼마나 챙피했는지 아냐?'면서 마치 무용담을 털어놓듯이 호들갑스럽게 여자 팬티 사온 얘기를 동료들 앞에서 했던 것은 기억난다"라고 했다.

유씨는 5일 만에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용산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졌고 거기서 5일 있다가 다시 서대문구치소로 옮겨져 20일 만에 검사의 기소유예 결정으로 석방됐다. 그는 사표도 쓰지 못하고 해직기자가 됐다.

유씨가 이근안이 목사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 같은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쥐고 흔들었던 고문기술자가 성직자가 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이근안에게 스스로 목사직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남들이 당신을 목사직에서 끌어내리기 전에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 오라. 그리고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청소부가 되어서 묵묵하게 자신의 죄를 씻고 또 씻으라"라고 권유했다.

유씨가 이 편지글을 웹진에 올린 날은 17일. 이때는 이미 이근안의 목사직 면직 판결이 내려진 뒤였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개혁총회는 지난 14일 긴급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근안에 대해 목사직 면직 판결을 내렸다고 18일 뒤늦게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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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이닷컴 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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